• 태풍과 폭우 "나 촛불한테 졌어"
    By mywank
        2008년 07월 20일 06:1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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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 ‘갈매기’의 영향으로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내렸지만, 시민들의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18일 저녁 청계광장에서는 네티즌단체 회원들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개최한 ‘73차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이날 참여한 시민은 모두 1천여명이었으며 이들은 문화제를 마치고 10시간 가까이 경찰의 집요한 봉쇄를 피하며, 폭우 속에서 거리행진을 벌였다.

    이날 촛불문화제가 시작될 무렵 청계광장에는 이번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주경복 후보의 유세가 진행되었다. 주 후보는 ‘촛불 교육감’이라는 별칭처럼 광장을 메운 1,000여명의 ‘촛불 시민’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 올랐다.

       
      ▲19일 저녁 7시 청계광장에서는 네티즌단체 회원들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개최한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사진=손기영 기자)
     

    주 후보는 “오늘은 초복이고, 29일은 중복”이라며 “7월 30일은 ‘경복’이 되어서, 서대문 언덕 위에 있는 교육청에서 시민들과 함께 축제를 열자”며 “저는 잘난 것도 없지만, 누군가 나서서 이명박 정부의 말도 안 되는 교육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 나오게 되었다”고 말했다.

    주경복 후보 유세 열띤 호응

    이어 주 후보는 “잘 사는 집 아이와 못사는 집 아이가 똑같은 교육을 받아야 하고 교육은 국가가 책임져야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모든 권한을 자율로 돌려놓았다”며 “이런 잘못된 교육구조를 바로잡는 일은 저 혼자 할 수 없고, 여러분도 함께 같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주경복 후보의 유세가 끝난 후, 저녁 7시 15분 촛불문화제가 시작되려 할 때, 청계광장에 이날 오후 5시 탑골공원에서 이명박 정부 규탄집회를 벌인 500여명의 ‘안티 MB’ 회원과 시민들의 거리행진 대오가 들어왔다. 하지만 이들은 문화제에 참여하지 않고 거리행진을 계속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안티 MB’ 카페회원들이 동아일보 뒷길을 통해, 종각방향으로 행진을 하려고 했으나, 전경들이 길목을 막고 있어, “합법적으로 신고한 집회를 왜 봉쇄하나”고 항의하는 카페회원들과 이를 막는 전경들 간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청계광장에서는 1,00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촛불문화제를 벌이고 있었다, 무대도 없고 변변한 앰프시설도 없었다. 마이크 1개에 소형 스피커가 전부였다. 광장에는 가족단위로 찾아온 시민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또 ‘아고라’, ‘촛불집회 같이 가기’ 등 다양한 인터넷 단체에서 나온 네티즌들은 단체 깃발을 중심 앉아 있었다.

    무대도, 앰프도 없지만

    “우리는 태풍이 와도 함께 촛불을 지켜갈 것입니다”

    촛불문화제가 시작되기 1시간 전까지 서울지방에 많은 비가 내렸지만, 청계광장에 1,000여명의 시민들이 모이자 사회자는 시민들을 향해 결의를 다지며 촛불문화제를 시작했다. 이어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임태훈 인권법률의료지원팀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촛불문화제를 마치고 거리행진에 나서는 시민들. (사진=손기영 기자)
     

    임 팀장은 “어제 발표된 엠네스티 조사 자료에 대해 경찰이 반박을 하고 나섰는데, 하지만 엠네스티의 발표 내용은 충분히 객관성을 갖고 있고, 국제법적인 기준도 잘 적용한 것 같다”며 “저는 무이코 조사관이 한국의 실정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게 아니라, 경찰이 한국의 실정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임 팀장은 또 “미얀마나 중국 등 인권 후진국들은 엠네스티의 조사결과가 나오면 항상 반박을 해왔다며, 우리나라도 이번 조사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반박하는 모습이 이들 나라와 다를 바가 없다”며 “정부가 하루 빨리 우리나라를 인권 후진국으로 만들고 있는 어청수 청장을 사퇴시키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명박타령으로 웃음바다

    이어 YTN 사장선임 문제, 독도문제 등에 관한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진행되었고, 이중 수유동에서 왔다는 한 여성은 자유발언 대신 인터넷에서 유행하고 있는 ‘명박 타령’을 불러 광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명박이 박타령~ 이름은 명박, 철학은 희박, 정치는 도박, 경제는 쪽박, 범죄는 해박, 북한은 압박, 명박이 잡으러 나간다~”.

    저녁 8시. 청계광장에 모인 1,000여명의 시민들은 서둘러 촛불문화제를 마치고 종각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는 500여명의 ‘안티 MB’카페 회원들과 합류하기 위해 거리행진에 나섰다. 하지만 광교 부근부터 청계천을 따라 경찰은 종로방향으로 나가는 시민들의 거리행진을 집요하게 봉쇄했다. 또 을지로 방향에서도 전경들이 길목을 막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광교부근에서 시민 3명을 연행했다.

    할 수 없이 시민들은 청계천을 동대문 방향으로 행진했고, 미처 종로 2가로 나가는 길목을 전경들이 봉쇄하지 못하자, 이곳을 통해 종로로 진입했다. 하지만 경찰은 종로 2가 부근에서도 경찰버스로 차벽을 쳐놓고 있어 시민들은 다시 종로3가 방향으로 방향을 바꿔 행진했다.

    이 사이 미리 종각에 가있던 500여명의 ‘안티 MB’카페 회원들과 시민들은 경찰의 봉쇄를 피해 청계천을 따라 촛불문화제를 마친 시민들의 행렬에 합류했고, 이어 밤 9시 서울극장 앞 사거리에서 계속되는 경찰의 봉쇄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연좌시위가 진행되었다.

    ‘안티 MB’카페 회원인 ‘한국국민(아이디)’은 “정당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거리행진에 나선 것이고, 경찰의 저지선을 뚫으려거나 전경들과 싸우려고 거리행진을 하는 것이 아니”라며 “정부가 하도 말을 안 들으니깐 거리로 나오는 것인데, 계속 거리행진을 봉쇄하는 것을 보니 여전히 이명박 정부가 국민과의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종구로청 사거리 앞에서 경찰과 대치중인 시민들. (사진=손기영 기자)
     

    이치범 씨(40)는 “5월부터 계속 시민들의 거리행진을 막아왔는데, 이명박 정권이 국민들에게 떳떳하지 못하고 자신이 없으니깐 이런 모습을 보인 것 같다”며 “오늘 비가 많이 와서 시민들이 적게 나오실 줄 알았는데, 많은 시민들이 거리행진에 참여해서 힘이 된다”고 밝혔다.

    사진 채증 ‘교통경찰’ 카메라 빼앗아

    연좌시위를 하고 있던 동안 주변에 있던 시민들이 계속 대열에 동참해, 거리행진에 나선 시민들의 숫자는 늘어나 5천여명을 훌쩍 넘겨버렸다. 교통경찰 한 명이 연좌시위를 하던 시민들을 사진 채증을 하다 적발되었다. 시민들은 "교통경찰이 왜 시위대 사진을 찍느냐”며 “전경이 교통경찰복으로 갈아입고 채증을 시도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교통경찰과 몸싸움을 벌였고, 카메라를 빼앗았다.

    밤 9시 반, 종로 2가 부근을 막고 있던 경찰 병력이 후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연좌시위를 벌이고 있던 시민들은 다시 광화문 방향으로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하지만 경찰은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에 차벽을 설치하고 전경들을 배치하면서, 다시 길목을 봉쇄했다. 또 살수차 2대까지 동원했고, 해산하지 않으면 공권력을 투입하겠다는 경고방송을 내보냈다. 시민들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서로 스크럼을 짜서 경찰과 맞섰다. 

    또 한 시민은 ‘소화기와 살수차는 화재현장으로, 돌맹이와 각목은 공사현장으로, 이명박과 한나라당은 국민 앞으로, 시민과 전경은 삶의 현장으로’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전경들이 서 있는 경찰 저지선 바로 앞 까지 가서 항의하기도 했다. 하늘에는 굵은 빗줄기가 내리기 시작했고, 시민들은 형형색색의 우비를 꺼내 입었다.

    이어 경찰과 시민들의 대치가 계속되었고, 지친 시민들은 스크럼을 잠시 풀고, 서로의 어깨를 번갈아 가면서 안마해줬다. 또 폭우에 옷이 흠뻑 젖은 시민들은 ‘촛불 다방’을 찾아가 따뜻한 차로 몸을 녹였다. “이제 여러분은 점호를 할 시간입니다. 어서 자진해산해서 잠자리로 가주시기 바랍니다” 한 시민은 경찰의 경고방송을 패러디한 방송을 전경들을 향해 내보내기도 했다.

    경찰은 밤 11시 경 경찰은 전경들을 향해 폭죽을 쏘는 일부시민들을 향해, 약 3초간 잠시 살수하며 위협을 가했지만, 대치중인 시민들을 향해 별다른 진압을 하진 않았다. 이어 한치 앞을 바라볼 수 없을 정도에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한 0시 반 경, 살수차 2대를 철수시키고 전경병력도 모두 차벽 뒤로 후퇴시켰다.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에서 경찰과 대치상황이 종료된 뒤, 시민들은 20일 새벽 폭우 속에 서울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거리행진을 했다. (사진=손기영 기자)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계속되고 경찰병력이 모두 후퇴하자 거리행진에 나섰던 대다수 시민들은 귀가했지만, 종로구청 사거리에 남아있던 700여명의 시민들은 서로의 의견을 모아 종각, 시청을 거쳐 광화문까지 거리행진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프라자호텔 앞에서 다시 경찰이 차벽을 동원해 시민들의 거리행진을 다시 막자, 시민들은 남대문 YTN, 미근동 경찰청, 독립문 등으로 경찰봉쇄를 피해 거리행진에 나섰다.

    새벽 6시 자진 해산, 11명 연행

    이어 새벽 3시 반 서울 역사박물관 앞 사거리에서 경찰은 광화문 방향으로 향하던 시민들을 기습적으로 진압하기 시작했다. 이후 전경들은 강북삼성병원 앞까지 순식간에 뛰어와 시위대를 밀어냈고, 경향신문 골목에 대기하고 있던 전경들도 방패를 휘두르면서 일제히 뛰어왔다.

    시민들은 경찰의 기습적인 진압에 놀라 넘어지거나 인도로 피신했고, 부상을 당한 시민들도 있었다. 또 현장에서 예비군을 비롯해 14명의 시민이 경찰에 연행되었다. 이어 시민들은 경찰의 기습진압을 피해 서대문 드림시네마 사거리로 모여들었고, 대부분의 시민들은 집으로 돌아갔다. 남아있던 150여명의 시민들 역시 서울역 광장에서 정리 집회를 한 뒤 새벽 6시가 지나자 자진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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