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포 '민중의 집' 문 연다
        2008년 07월 18일 04:22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한나라당 일당 지배 서울시’ 대 ‘민중의 집’ 이 둘은 어떤 관계일까. 어떤 관계가 있기나 한 걸까.

    106개 의석 중 특정 정당이 100개를 ‘장악’한 서울시 의회가 일당 지배에서 일당 독재로, 그리고 부정부패의 길로 이르는 것은 당연한 코스이다. 한나라당 소속 서울시 의원들이 줄줄이 돈을 받았다. 필연적 사건이다.

    한나라당 일당 지배와 민중의 집

    진보로 불리든, 개혁 세력을 자칭하든 중앙정치에서 이들은 보수 세력과 힘을 겨루는 척이라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에서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중앙정치에서는 이른바 개혁세력을 자칭하던 정당이 집권도 했지만, 지역에서는 아니다. 그래서 지방선거만 되면 한나라 당은 특정 지역을 제외하고는 펄펄 날아다닌다. 서울이 대표적이다.

       
      ▲ 마포 ‘민중의 집’ 건설을 주도한 정경섭(왼쪽)과 관계자들.(사진=민중의 집)
     

    그 서울에서 ‘민중의 집’이 탄생된다. 현장에서 그리고 현실에서 민중의 삶에 뿌리를 내리고 일상적인 활동을 해나가기 위한 진보의 전략적, 지역적, 생활적 거점을 자처하고 나선 ‘민중의 집’이 19일 토요일 서울시 마포 지역에서 문은 연다.

    민중의 집? 아마 <레디앙> 독자들 가운데에서는 “어디서 들어본 이름이긴 한데” 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시작되고 스웨덴에서도 성행한다는 그 ‘민중의 집’이다.

    이들 국가의 노조나 진보정당의 지역 거점으로 한창 때는 1천 개 정도가 지어졌다. 서울시로 보면 한 개 구에 5~6곳 정도가 있었다고 보면 된다.

    1층 술집, 2층 교육관, 3층은 지역 노조나 진보정당 지역 조직과 해당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쓰는 사무실. 이것이 전형적인 ‘민중의 집’ 구조다. 교육도 하고 서로 친해지기 위해 어울리기도 하는 장소, 댄스파티도 하고 반전 집회도 하는 공간. 그리고 노동조합이 기반이 돼준 공간이 ‘민중의 집’이다.

    1층 술집, 2층 교육관, 3층 노조-정당 사무실

    우리의 경우 노동조합이 지역 사업을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것 같다. 하지만 진보신당 마포당원협의회 임시대표 정경섭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아니, 그렇지 않아요. 마포지역에 있는 노조 중에서도 지역사업을 활발하게 하는 곳도 있어요. 가든호텔 노조만 해도 몇 년 동안 지역에 있는 소년소녀 가장에게 매년 수백만 원씩 장학금을 줍니다. 다른 노조도 이 지역에 뭔가를 환원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정경섭 대표는 “다만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고 있었을 뿐”이라며 이야기를 이어 간다.

    “그런 걸 한곳에 모아서 해보자는 거죠. 바로 민중의 집이란 이름으로 해보자는 겁니다. 민중의 집을 통해 지역주민들이, 와! 노조가 있어서 행복하다, 노동조합이 있으니까, 지역에 이런 것도 생기고, 참 좋다, 이렇게 만들고 싶죠. 그래야, 나중에 노조가 파업을 하더라도 지역 주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정경섭 대표의 목에 힘이 들어가면서 소리도 커진다.

    “정당도 선거 때만 가면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어요. 아니 그건, 노조도 마찬가지입니다. 파업 때만 지지를 호소하면 될 리가 있나요. 노조에 대한 사람들 생각 바꾸는 게 쉬운 줄 아는 것 같은데, 절대 아니에요. 끊임없이 소통하고, 설득하고, 호소해야 됩니다. 그러려면 평소에 뭘 해야죠. 정당이랑 똑같다니까요.”

    노조-상인단체-진보정당-문화연대 힘 모아

       
      ▲민중의 집 내부 꾸미기에 한창인 자원봉사자들.(사진=민중의 집) 
     

    이제 마포 ‘민중의 집’ 얘기를 해보자.

    지난 2년 동안 정경섭을 비롯한 마포 지역 진보정당 당원들, 지역의 10개 노동조합, 상인연합회 그리고 문화연대 등은 ‘민중의 집’을 짓기 위해 열심히 뛰었다.

    2년 여의 노력 끝에 18일 문을 여는 마포 ‘민중의 집’은 그런 부지런한 움직임의 소산이다.

    월 5백만원씩 들어가는 운영비는 각 노조가 10만원씩(형편에 따라 5만원은 내는 곳도 있다), 상인연합회에서 20만원, 그리고 개별회원들이 1만원씩 내는 회비로 충당된다.

    이탈리아나 스웨덴은 3층 집으로 되어 있지만, 마포 민중의 집은 2층 집이다. 1층은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공부방과 사무실, 2층은 40명 규모의 교육이 진행 될 수 있는 교육장이 있다. 근처 출판사들이 기증한 책을 볼 수 있는 작은 공간과 회원들이 기증한 물품을 서로 물물교환 할 수 있는 자그마한 방도 교육장과 함께 2층에 마련되어 있다.

    민중의 집 공동대표 세 명은 꽤 알려진 ‘인사’들이다. 마포 주민 홍세화(한겨레신문 기획위원)가 그 중 한 사람이다. 평소에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던 그였기 때문에 민중의 집 대표가 자연스럽다.

    심광현(문화연대 정책위원장, 영상원 교수) 공동대표는 민중의 집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만들었다. 그가 쓴 글을 보면, 민중의 집을 통해 어떻게 공동체 운동이 민중의 집을 통해 지역에 뿌리내렸는가, 또한 이 과정을 통해 신자유주의를 극복하는 방안에 대안 내용이 담겨져 있다. 필독 권유~

    세 명의 공동대표 중에서 가장 젊은 정경섭은 기획 단계부터 준비 과정, 그리고 향후 운영에서 없어선 안 될 사람이다. 마포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두 번 출마, 두 번 낙방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지역 활동을 양분 삼아, 개인과 단체를 민중의 집 회원으로 모시는 게 그의 중요 임무 가운데 하나이다.

       
      ▲ ‘민중의 집’ 바깥 모습. 3층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2층이고 그 위 부분은 전 건축주가 무허가로 증축한 부분. 곧 헐릴 예정이라고 한다.(사진=민중의 집)
     

    생활문화센터와 다르다

    그런데 민중의 집에서 하는 일이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흔하디흔한 다른 문화센터와 다른 점은 과연 있는 것일까. 정경섭 대표가 신이 나서 말한다.

    “회원들이 특기를 살려서 강좌를 진행합니다. 가든호텔 노조 조합원 중에 요리사가 많아요. 그분들은 전문가죠. 그 조합원들이 요리강좌를 하는 겁니다. 전교조 조합원은 가장 잘하는 교육을 하겠죠. 한의사들이 수지침 강의를 할 수 있고요.”

    안성민 민중의 집 사묵국장이 거든다. 목소리에 힘과 자신감이 실려 있다.
    “민중의 집 운동은 지역에다 생활문화센터를 만들자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것이 상품으로만 거래되는 세상,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경쟁과 효율’의 논리에만 쫓기는 일상을, 지속 가능하고 상호부조적인 공동체와 네트워크를 통해 극복해 나가자는 ‘운동’이 바로 이 운동입니다.”

    쉬운 말로 하자면, 서로 가진 걸 아낌없이 주고받자는 것 아닌가. 한의사는 자신이 가진 치료기술로 사람들을 돕고, 가든호텔의 요리사 조합원은 요리기술을 주민들에게 주고, 변호사는 그만의 법률지식을 주고 대신 다른 걸 받고….

    그래서 민중의 집 공동체에 많은 사람이 모일수록 그들의 위력은 더욱더 커지게 되겠지. 주고받는 게 그만큼 많을 테니 말이다.

    민중의 집이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내놓는 것은 아닌 듯싶다. 다만 노동조합이 조직적으로 참여해서, 지역사회와 밀착하고 같이 호흡하고, 지역 단체들도 함께 힘을 모은다는 점, 그리고 개개인들이 자신의 것들을 기꺼이 지역과 나누겠다고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는 점이 새롭다면 새로운 대목이다.

       
      ▲ 함께 살고, 함께 어울리기 위해 만들어지는 ‘민중의 집’을 완성하기 위해 함께 일하는 사람들.(사진=민중의 집)
     

    민중의 집 1백개 생겨 네트워크 이루는 게 꿈

    함께 잘 살고, 함께 이웃끼리 무언가를 나누고 학습하고, 세상을 상식적으로 만들어 보자는 것은 지역운동의 기본일 수 있다. 그래서 민중의 집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지극히 상식적인, 그러나 아직 시도되지 않았던 지역운동일 수 있다.

    “민중의 집이 여러 군데 생겨서, 민중의 집과 민중의 집이 서로 네트워크로 연결돼, 그 안에 연결돼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고 도와줄 수 있는 날을 꿈꾸고 있습니다.”

    안성민 사무국장은 민중의 집이 전국에 1백 개쯤 생기길 바란다고 한다. 그리고 그 꿈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마포 민중의 집이 잘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안성민 사무국장은 이렇게 마무리 지었다. “기사에 후원계좌를 꼭 넣어주세요.”

    기사 첫 머리 문장의 질문에 대한 답. “‘민중의 집’의 성공 과정은 보수정당 일당 독재의 지역 정치를 뿌리로부터 흔들어놓는 과정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관계를 맺고 있다.”

                                                    * * *

    * 민중의집 홈페이지 jinbohouse.net   후원계좌 : 국민은행 479001-01-182955 안성민

    * 마포 ‘민중의 집’은 19일 토요일 오후 5시 ‘집들이’ 행사를 하면서, 사실상 본격 업무를 시작한다. 이날 집들이 행사에는 민중의 집 관계자들과 지역 주민들 그리고 진보신당 심상정 대표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