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무죄, 촛불 유죄인 MB공화국"
        2008년 07월 18일 05:5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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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 60돌을 맞은 17일 새벽 헌법의 권위는 무너졌다. 지난 16일 삼성에 대해 일부 무죄 판정을 내린 법은 17일 ‘촛불다방’을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견인하고 7명의 시민들을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연행하게 만들어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촛불다방’ 견인돼

    또 이날은 정부의 달라지지 않는 태도에 답답함을 느낀 일부 시민들이 쇠파이프를 들고 화염방사기를 시도하고, 이에 맞서 경찰 측도 형광색소가 섞인 물대표와 소화기를 마구잡이로 난사해 1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 물대포에 ‘조용히(?)’ 맞서고 있는 시민들.(사진=김은성 기자)
     

    일본 대사관을 중심으로 안국동 방면과 종로 일대로 나눠져 산발적인 행진을 진행한 시민들은 이날 자정을 넘겨 다시 종각 근방에 모여 새벽 2시 30분께까지 달리고 또  달리며 경찰과 피말리는 게릴라전을 펼쳤다.

    이에 앞서 안국 사거리로 진행된 행진에서는 일부 시민들이 전경차 위에 오르고 쇠파이프로 전경차 3대를 훼손하자 경찰측도 즉각 소화기와 물대포를 무차별 난사해 시야가 가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경찰의 온갖 강력한 ‘공격’에도 이미 익숙해진 시민들은 이에 아랑곳없이 ‘쇠고기 터져 독도 터져 국민은 너무 바쁘다’, ‘경제, 외교, 민생까지 다 파탄냈다’, ‘삼성은 무죄 촛불은 유죄’ 등의 피켓을 흔들며 춤추고 노래했다.

    쇠고기 터져, 독도 터져, 국민은 너무 바쁘다

    이같은 대치는 자정께 끝나 시민들은 선두에 나선 행진대오가 모여있는 종각으로 합류했다. 종각에 모인 시민들은 다시 종로 4가까지 내려갔다가 보신각으로 오는 동안 도로에서 기습적인 연좌 농성을 벌였다. 이후 2시간 동안 시위대와 전경은 쫓고 쫓기며 뜀박질과 휴식을 반복하며 대치했다.  

    이 과정에서 그간 촛불 시민들의 마음과 몸을 녹여줬던 촛불다방 승합차와 운영자, 이를 말리는 시민들이 강제 연행돼 경찰과 시민들이 격렬하게 대치했다. 또 경찰이 강제해산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사진기자로 신분을 위장한 경찰 채증조가 시위대 일부를 연행하려고 한 것이 드러나 시민들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종로서로 견인된 촛불다방
     

    밤이 갈수록 점점 신경이 날카로워진 시민들과 경찰들은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우발적인 몸싸움을 벌이고, 일부 경찰은 시민들을 쫒아다니면서까지 방패를 휘두르고 인도 위 여성에게 난데없는 폭행을 가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새벽 2시 30분께 다시 종각으로 올라온 시민들은 경찰에 의해 대부분 강제 해산됐으며, 일부 시위대는 촛불 다방이 견인된 종로서를 방문하러 가고, 또 일부는 이날 촛불 집회를 평가하고 향후 일정을 놓고 토론을 벌이는 등 산발적인 시위를 계속 이어갔다.

    직장 생활 피곤해 쉬고 싶은데…

    이아무개(35)씨는 이날 시위와 관련 "적어도 오늘만큼은 사실상 국민의 생일과도 마찬가지인데, 삼성에게 무죄를 선고했던 법이 오늘 또 다시 시민들을 연행해가 헌법이 완전히 무너졌음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확인한 자리였다"며 씁쓸해했다.

    그는 "국가가 자꾸 국민의 자존심을 시험하려한다. 국민으로서 헌법에 보장된 권리에 따라 최소한의 저항권을 행사하겠다는 게 삼성보다 더 큰 죄를 지은 것인가?"라며, "솔직히 직장생활 때문에 피곤해서 좀 쉬고 싶은데, 이명박 정부가 쇠고기에 이어 독도까지 팔아먹더니 삼성 판결로 자꾸만 촛불을 부추긴다"고 말했다.

    폭염과 경찰의 원천 봉쇄를 뚫고 진행된 71차 촛불문화제는 국민과 원칙없는 정부 사이의 불신만 더 키운 채 마무리됐다.  한편, 이날 집회는 지난 5일 ‘국민승리 선언의 날’ 촛불집회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 모였으며, 이번 주말에도 대책위가 집중 집회를 준비하고 있어 연행에 분노한 시민들 등 대규모가  모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물대포와 소화기에 익숙해진 시민들은 맨몸으로 맞섰다.
     

       
      ▲촛불 소년 소녀들이 여름 방학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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