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D수첩 '시청자 사과' 중징계
        2008년 07월 17일 12:3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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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명진)가 16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MBC < PD수첩>에 대해 시청자 사과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감사원의 자사 특별감사를 다룬 KBS <뉴스9> 보도에 대해서는 방송심의소위 건의대로 ‘주의’ 조치를 결정했다.

    ‘뉴스 9’에는 주의 조치

    방통심의위는 16일 오후 3시 전체회의를 열어 <PD수첩>의 지난 4월29일과 5월13일 방송분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1·2편’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공정성) 제2항 및 제3항, 제14조(객관성), 제17조(오보정정)를 적용해 이와 같이 결정했다.

    지난 2006년 SBS <뉴스8>이 시청자에 대한 사과 징계를 받은 바 있으나 시사보도프로그램이 이런 중징계를 받은 것은 전례가 없다고 방통심의위는 밝혔다. 이번 중징계로 MBC는 지상파 재허가 평가점수 900점 만점 가운데 방송심의분야 100점에서 4점을 깎이게 됐다.

    방통심의위는 "영어 인터뷰에 대한 오역으로 사실을 오인하게 한 점 등에 대해서는 방송심의규정 제9조 제3항 및 제14조를 위반했다"며 "미국의 도축시스템·도축장실태·캐나다 소수입·사료통제 정책 등에 대해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소비자연맹이나 휴메인소사이어티 관계자의 인터뷰만을 방송한 점 등은 방송심의규정 제9조 제2항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16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 19층 회의실에서 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회의 전경. 이치열 기자
     

    방통심의위는 또한 "오역 및 진행자의 단정적 표현 등이 결국 광우병 또는 인간광우병관련 오보에 해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일부 해명(5월13일 방송분)은 있었으나 지체없이 정정방송을 하지 않은 것 등은 방송심의규정 제17조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날 의결은 ‘다우너(downer·주저앉는 소)를 광우병소로 단정지어 보도했다’는 민원과 ‘CJD(크로이츠펠트야콥병)으로 사망한 아레사 빈슨을 vCJD(인간광우병)으로 죽었다고 했다’는 민원 등에 따른 것이다.

    KBS <뉴스9>과 관련해서는 특감과 관련된 5월21·22·23일, 6월11일 리포트 8건 가운데 4개의 리포트가 방송심의규정 9조를 위반했다며 ‘주의’ 조치를 결정했다.

    방송심의규정 9조는 공정성과 관련된 것으로 4항에서 ‘방송은 당해 사업자 또는 그 종사자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되는 사안에 대하여 일방의 주장을 전달함으로써 시청자를 오도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KBS가 특감관련 리포트 제목으로 ‘공영방송 장악의도’, ‘공정성 훼손 우려’ 등으로 제목을 달고 보도한 것이 자사가 직접적으로 관련된 데 대해 시청자를 오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KBS 쪽이 이미 불복 의사를 밝힌 데다, 영국 BBC 등 해외 사례에 비춰볼 때도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위원 3명 중도 퇴장

    엄주웅 상임위원과 이윤덕 위원, 백미숙 위원 3명은 <PD수첩> 안건 상정 전에 퇴장했고 박명진 위원장, 손태규 부위원장, 김규칠 위원, 박천일 위원, 박정호 위원, 정종섭 위원 6명이 이를 의결했다. 이들 6명의 위원만이 MBC 정호식 시사교양국장, 조능희 <PD수첩> 팀장의 의견을 2시간20분 동안 들었고, <PD수첩>관련해서만 7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 끝에 결론을 냈다.

    이날 3시10분부터 시작된 전체회의는 전차회의록 확인부터 위원간의 공방이 계속되다가 급기야 엄 위원이 <뉴스9> 의결 직전 신상발언 후 회의장을 떠나는 등 파행적으로 이어졌다. <뉴스9>에 대한 의결은 8명의 위원이 있는 가운데 별다른 이의제기 없이 1분 여만에 의결됐으며, 백 위원과 이 위원은 <PD수첩> 심의 직전 소수의견을 밝히며 퇴장했다.

    이날 심의결과에 대해 MBC 쪽은 17일 오전 회의를 거쳐 대응할 예정이나, 제재 결과 공개 직후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이의 신청은 최소한의 대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제재에 대해 양문석 언론연대 사무총장은 "정작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훌륭한 방송이었다고 하는 데도 시청자에 대한 사과를 명한 것은 정파적인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MBC와 KBS는 방통위 설치법에 따라 제재 조치 명령을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방통위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현재 방통위는 독립기구인 방통심의위가 내린 결정에 대해 또 다시 회의를 열어 추인을 한다는 것이 심의위의 위상을 훼손할 수 있다며 지난달 27일 전체회의에서 심의위가 요청한 제재조치에 대한 처분 명령은 최시중 위원장에게 위임하기로 정한 상태다. 제재 조치 이행 기한 역시 방통위가 결정한다.

    언론단체들 "방통심의위, 이정권 방송탄압 도구"

    한편 이날 방송인총연합회와 ‘이명박정권 방송장악 저지행동’은 서울 목동 방송회관 1층 로비에서 방통심의위 ‘부당 심의’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으나, 심의 결과는 이들 경고와 어긋나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양승동 한국PD연합회장, 박성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장, 심석태 전국언론노조 SBS 본부장, 손관수 KBS 전 기자협회장 등은 "방송계 안팎과 시민사회, 그리고 시청자들의 우려를 깡그리 외면한 채 방통심의위가 끝내 이명박 정권이 자행하고 있는 방송탄압의 도구임을 자처하겠다면 우리는 더 이상 방통심의위의 존재가치와 역할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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