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노총 조직화 논의 필요하다
        2008년 07월 14일 06:0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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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 시점에서 제3노총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은 또 다른 분열을 가져오는 것에 불과한 것인가, 위기적 상황에 놓여 있는 노조운동의 대안적 모색으로 받아들여질 것인가.

    이 글에서는 현재 노동운동이 봉착해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다. 이 글의 필자는 진보정당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으로 ‘분화’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필자는 또 노동조합의 ‘분화’도 필요하고 필연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운동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필자의 지적에 설혹 공감한다 하더라도, 그것의 대안이 필연적으로 제3노총 운동으로 가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제3노총 건설 그 자체도 눈길을 끄는 주장이지만, 이 글에서 얘기하고 있는 노동조합 안팎을 둘러싼 다양한 조건들에 대한 분석도 경청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고 <레디앙>에 게재한다. <편집자 주>

    산별노조를 포함한 노조총연합단체로서의 노총은 더 많은 노동자의 조직화, 더 큰 사회적, 정치적 영향력 행사를 통한 조직 노동대중의 이익보호, 자본 및 국가와의 보다 조직적인 투쟁, 사회적 협의 내지 합의절차의 주체, 전체 노동계급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연구 등과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조직되었을 것이다.

    이 글은 이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히 지난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한국사회의 노동운동을 이끌어온 민주노조들의 연합조직인 민주노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변화된 한국사회의 상황적 조건에서 보건대 그와는 별개의 새로운 노총 건설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주장하고자 한다.

       
      ▲이명박과 연합한 한국노총, 대기업 남성 정규직 중심의 민주노총, 전체 노동자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게 된 비정규 서비스직
     

    차이를 무시한 단결만을 강조하고, 그래서 단일한 운동조직을 선호하며, 나아가 모든 운동조직이 단일한 사상으로 무장되고 지도부에 의해 일사불란하게 지도되어야 효율적이라는 강박관념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정신과 자세는 기존 조직을 보존하거나 상황을 버텨나가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상황을 새로운 구도로 변화시키기 위한 조직과 흐름의 재편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보수적인 자세로 변화를 거부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진보 양당이 다양한 기회 열어

    조직의 분열이나 새로운 조직의 탄생과 같이 상황의 변화를 추동하기 위해 벌어지는 사태들을 무조건 사시의 눈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주관적이고 닫힌 마음이다. 이러한 마인드로는 변화를 제대로 볼 수 없고, 진실을 그 자체로 수용하기도 어렵다. 유연하고 열린 마음으로 사태를 객관적으로 보아야만 변화하는 상황의 진실을 사심 없이 포착할 수 있게 되고, 대안의 논의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제3노총이 건설될 필요가 있는가라는 질문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상징되는 한국노동계급의 분열상황과 노동운동의 위기가 함께 논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충분히 논의의 주제로 삼을 수 있는 질문이다. 더구나 이러한 질문은 이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어떠한 이유로건 별개의 조직으로 존재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자연스런 질문이기도 하다.

    민주노동당에서 진보신당이 분화된 이후 진보의 분열을 비난하던 사람들이 당초 우려하던 바와 달리 진보 양당은 정치적으로 상이한 가치와 노선을 놓고 정치적 공론장에서 공개적인 경쟁을 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진보 양당은 대중들에게 보다 폭넓은 정치적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조직의 분화를 통해 과거 특정 정파에 의해 지배되던 민주노동당 시절에 비해 다양한 진보적 가치가 정치적으로 수렴될 수 있는 구조가 창출된 것이다.

    한국사회는 이미 생태적 가치나 다양한 유형의 공동체적 가치 또는 성적 소수자의 권리나 이주노동자의 권리와 같은 다양한 탈근대적인 진보적 가치들이 현실에서 경쟁하고 있는 사회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양한 진보적 가치가 공개적인 방식으로 경쟁하고 정치적으로 수렴될 수 있는 조건이 조성된 것을 긍정적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필요한 경우 진보 양당은 각자가 가진 독자적 가치와 노선을 유지하는 가운데 정치적 실천의 측면에서 다양한 연대와 협력방안을 찾아내고 공동대응이나 공동행동을 조직함으로써 대중이 상황에 따라 요구하는 다양한 정치적 역할들을 감당해낼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정치적 변화의 속도가 빠른 한국사회에서 상황의 변화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하고, 정치적으로도 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능역을 갖춘 정당구조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효과적이라고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돌아와서 제3노총은 왜 필요하고도 필연적인가? 이 글에서는 제3노총 건설의 주체적 조건에 관한 논의는 사상하고 한국사회의 객관적 조건이 제기하는 제3노총의 필요성에 관해 논해보고자 한다.

    제일 먼저 논의되어야 할 주제는 노조 조직률의 문제이다. 민주노총이 조직하고 있는 조직대중은 전체 임금노동자 중 4% 내외일 것이다. 대략적으로 보아 한국사회의 2,300만 명 내외에 이르는 취업자를 분류해보면 그 중 3분의 1 가량은 자영업자이고, 3분의 1 가량은 정규직 임금노동자이며, 나머지 3분의 1 가량이 비정규직 임금노동자이다.

    민주노총은 일하는 사람들의 2.7%

    자영업자를 포함한 전체 노동인구 중 민주노총으로 조직된 대중의 비중은 산술적으로 계산할 때 2.7% 수준으로 떨어진다. 노동대중의 겨우 2.7%만을 대변하고 있는 조직이 민주노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비조직 노동자를 조직하기 위한 특단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또는 민주노총이 가진 한계로 인해 조직률을 높일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이 별로 없다면 다른 형태의 노총을 통한 조직화가 시도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두 번째로 논의되어야 할 주제는 전체 노동자들의 삶을 극명하게 분열시키고 있는 임금격차의 문제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수준은 총액임금을 기준으로 정규직 노동자 임금수준의 절반 이하에 그치고 있으며, 정규직 노동자의 대부분이 4대 보험의 적용을 받고 있는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 중 극소수만이 4대 보험의 적용을 받고 있다.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 역시 대기업 노동자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자영업에 고용되어 있는 노동자들과 알바 인생을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경우 최저임금 수준을 맴돌고 있다. 임금노동자라는 이름으로 동일성을 부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수준의 극심한 임금격차를 사회통합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으로 축소하기 위한 노력을 민주노총이 제대로 하지 않거나 할 능력이 없다면 그러한 과제를 비정규직 노동자와 중소기업 노동자로 조직되는 노총이 담당할 필요가 있게 된다.

    세 번째로 논의되어야 할 주제는 고용불안이다.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육체와 정신 모두를 피폐하게 만든다. 또한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에 고용된 노동자들은 정규직, 비정규직을 가릴 것 없이 경기변동에 따른 항상적 구조조정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반면에 공공부문, 금융권, 제조업과 유통업을 중심으로 한 재벌대기업 등에 고용된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은 상당히 안정적이다. 고용불안은 삶을 불안하게 하고,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이런 불안을 없애려면 실업을 당하거나 전직을 원하는 경우 재취업 또는 전직하기까지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실업급여가 지급될 수 있어야 하고, 공적 비용부담에 의해 실업자 및 전직자가 충분한 수준의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민주노총이 실현할 수 없다면 제3노총에서

    주로 정규직 노동자들로 조직된 민주노총이 이러한 과제를 적극적으로 나서서 실현하기 어렵다고 본다면 이러한 과제를 자신의 과제로 삼는 제3노총에 대한 모색이 필요할 것이다.

    네 번째로 특히 민주노총과 관련하여 논의되어야 할 주제가 일자리 나누기이다. 교육, 의료와 같은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대규모로 공공부문 일자리를 창출하는 과제나 환경, 문화, 바이오 등 미래 산업에 대한 공공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과제는 조세재정정책과 더불어 국가에게 맡겨진 과제이다.

    그러나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일자리 창출은 민주노총과 같은 조직노동자들이 양보할 의사만 가진다면 자본과의 협상을 통해 실현이 가능한 영역이다. 한국 노동자들의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주5일 근무에 1일 8시간 이상 일하는 것을 아예 법률로 금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잔업과 특근 시간만큼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추가적인 고용이 이루어지도록 전체 노동계급과의 연대를 실현할 필요성이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이러한 일자리 나누기에 소극적이라면 제3노총을 통해서 이러한 정책이 강제로 추진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보다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전 사회적으로 임금격차가 크지 않으며, 실업을 두려워하지 않을 정도의 사회가 된다면, 그리고 추가로 공교육에 대한 대폭적인 투자가 집행된다면 한국사회는 지금의 소득수준으로도 상당히 살만한 사회로 전환될 수 있다.

    88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통일 전 서독의 1인당 국민소득이 18,000달러 수준이었다. 지금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달러에 이르고 있고, 인프라 구축 수준도 양적인 측면에서 선진국 수준에 도달해 있다.

    한국사회는 이제 눈에 보이는 인프라 건설을 통한 성장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관계의 재구축과 인적자원에 대한 공공투자를 통해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사회로 전환해가야 할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저항할 수 있는 민주노총, 그러나 나머지는…

    지금 전 세계적 달러약세와 금융위기로부터 촉발된 유가와 원자재 및 식량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해 연간 6% 수준의 고물가와 금리상승 국면이 진행되고 있다. 그 여파로 국민들의 실질소득이 줄어들면서 내수가 침체되고 있고, 이러한 상황은 상당히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계상황에 놓인 비정규직 노동자, 자영업자(자영업에 고용된 노동자 포함), 중소기업 노동자에게 심각한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민주노총에 조직된 노동자들은 조직된 힘으로 인플레이션을 커버하는 수준의 임금인상을 통해 실질임금 하락을 막을 수 있을 것이고, 고용조정도 저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 중소기업 노동자, 자영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실질임금의 하락과 고용조정의 칼날을 비켜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그것은 현재와 같은 구도가 계속되는 한 한국 노동자계급의 극심한 분열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조직되지 않은 대중은 자신의 이해를 보호하고 관철할 힘이 없다. 개인으로서의 대중은 아무런 힘을 갖지 못한 무력한 존재일 뿐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중소기업 노동자, 자영업 노동자들은 조직된 대중으로서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과 일자리 나누기, 임금격차 축소와 4대 보험 적용, 충분한 실업급여와 공공부담에 의한 직업훈련 등과 같이 그들의 삶의 안정과 행복을 실현할 수 있는 요구들을 조직화된 힘에 의거하여 성취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자본도, 국가도, 그리고 현실적으로 그들과는 같은 조건의 노동자가 아닌 노동자들로 조직된 민주노총도 그들의 요구와 이해를 적극적으로 실현시킬 필요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스스로를 조직하지 않는 한 그들은 한국사회에서 적극적인 주체로서 행복한 삶을 꿈꾸고 실현할 기회를 박탈당한 채 소극적 시혜의 대상으로서의 삶을 영위할 수밖에 없는 운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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