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촛불 이후, 대중은 권력을 요구한다"
        2008년 07월 14일 04: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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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물론 촛불이 다 끝났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식탁은 결정적으로 불안해졌고, 이명박 정부의 무능과 실정은 그들의 대책 없는 꼼수와 더불어 끊임없이 국민들의 분노에 불을 지르고 있다. 허나 이제 그토록 간절하게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밝혀왔던 국민들의 양초가 소진되어가고 있다.

    이제 어디로 가야되나

    촛불은 유례없는 인내심이었다. 그러한 인내를 가능케 했던 것은 이명박 정부가 마침내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 쇠고기와 관련한 주권적 조치를 실행할 것이라는 실낱 같은 기대였다. 그러나 끝내 모르쇠와 버티기로 딴나라 대통령 같은 짓을 하면서, 그것을 고뇌에 찬 결단으로 여기는 이명박 정부 앞에 국민은 절망하고 있다.

    기대가 무너지면 더 이상 인내는 없다. 촛불은 여기까지다. 그렇다고 해서 폭력적인 수단이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 또한 조중동이 우려하는 것 이상으로 국민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이제 어디로 갈거나.

    2. 위기가 깊어지고 있다

    2-1. 미국의 부동산발 경기후퇴 국면은 최소한 1년 이상 지속될 전망이고, 그로 인한 아시아권 경기의 동반 침체 또한 필연적이다. 유가와 곡물가의 급등은 정부의 물가 통제 자체를 무력화 시킬 정도로 가파르다. 내수가 위축되고 부도와 폐업과 파산과 실업이 속출하지만,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가 나서봤자 인플레만 부추길 따름이다.

    결국 이명박 정부가 쓸 수 있는 것은 전국토를 공사장으로 만드는 대운하 카드 밖에 없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명박 정부는 국민투표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대운하에 정권의 명운을 걸 것이고, 국민들과 쇠고기 국면 이상의 대결을 벌일 것이다. 우리는 그때 또다시 촛불을 들 것인가.

    2-2. 180석 이상의 거대여당, 무소속과 선진당까지 포함하여 200석 이상의 범여권은 문자 그대로 무소불위이다. 의석의 1/3도 안되는 야권은 그나마 지리멸렬이다. 더 이상 대한민국에 대의민주주의는 없다.

    대한민국에 대의민주주의는 없다

    정부와 여당은 이제 아쉬울 게 없다. 소통도 필요 없고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도 없다. 소요가 심해서 국가 자체가 출렁일 정도가 되면 잠시 주춤하겠지만, 여권 내부 강경파의 고집과 보수 언론의 부추김으로 서로 맞장구치며 착시효과를 일으켜 일단 숨 돌릴 틈만 생기면 다시 사냥개 앞세우고 공안탄압에 나서고, 각종의 민영화, 자율화, 시장화 등의 녹슨 칼들을 또 다시 빼들 것이다.

    2-3. 날이 갈수록 민중들의 삶은 피폐해진다. 시민사회의 분노와 배신감 또한 날로 깊어진다. 촛불과 같은 군중집회만으로는 속수무책이라는 것도 충분히 배워서 알고 있다. 이제 대중은 스스로의 권력을 요구한다. 선거를 통하여?

    아니다. 이제 대중은 선거를 믿지도 않고 기다리지도 않는다. 대중은 거리의 목소리를 바로 받아 안을 수 있는 정치적 주체를 요구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서울 그리고 전국의 주요 거리에서 두 달이 넘게 외쳐 부르며 대중은 생각했다. 그리고 학습했다.

    한나라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으로 대별되는 기성의 정치세력들이 아니라 대중의 힘으로 새로운 정치적 주체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주체를 통하여 권력을 접수해야 한다는 것을.

    3.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다. 대중은 이미 급진화되고 있으나 정치는 지체되고 있다. 민주주의의 수호, 나아가서 민주주의의 급진화를 위하여, 정치의 급진화가 필요하다. 현재의 의회주의적 틀을 뛰어넘는 유연한 정당-대중조직 전선체가 시급히 건설되어야 한다.

    고매한 좌파들이여, 한번 해봐

    기성의 정치세력을 교체할 현실적인 가능성, 기성의 정치판 자체를 갈아치울 새로운 대중정치집단이 앞으로 2~3년 이내에 대중의 눈앞에 나타나지 않으면, 이명박 정부의 무능과 실정에 분노한 대중은 오히려 이명박-한나라 체제를 넘어서는 극우 파시즘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대중들에게 민주당은 싼 맛에 한 끼 때우는 잡탕부대찌개일 뿐이다. 민주노동당-민주노총은 한나라당만큼이나 낡아빠진 수구친북잔당일 뿐이다. 선거라는 준엄한 심판대 앞에서, 종북주의 척결 깃발 하나 달랑 들고 딴살림 차리는 진보신당은 대중을 모르고, 정치를 모르는 풋내기일 뿐이다.

    지난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때 욕망에 눈멀어 투기선거를 했다고 국민을 탓하는가. 고매한 좌파 정치가들이여, 언제 그대들이 이 무지몽매한 국민들에게 단 한번이라도 우리 모두가 꿈꾸어도 좋을, 함께 건설할 아름다운 나라의 비전을 보여준 적이 있었던가. 그렇다. 지금이 그대들이 나설 때이다. 대중은 급진화되고 있다. 그대들이 나서서 정치를 급진화시켜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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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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