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우 속 2만여 명 6시간 도시 행진
        2008년 07월 13일 06:0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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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의 원천봉쇄도, 사정없이 퍼붓는 비바람도, 젖은 옷에 뚝 떨어진 체온도, 고단한 행군도 촛불을 끄지 못했다. 시민들은 이날 폭우로 인해 비가 새들어오는 우비를 입고 인권위, 안국 4거리, 동대문, 을지로, 남대문, 시청, YTN, 시청까지 무려 6시간의 행군을 벌이며 도심을 촛불로 물들였다.

       
     ▲촛불문화제 대신 거리행진에 나선 시민들. (사진=손기영 기자)
     

    시민들은 빗방울이 거세시면 더 큰 ‘함성’으로 맞섰고, 피할 수 없으면 즐기기라도 하듯 고인 물 웅덩이에서 물장구를 치고, 긴 행진으로 다리가 아픈 사람들은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걸었다. 2만 여명에 이르는 팔짱 낀 연인들, 아빠 무등을 탄 아이들, 교복 차림의 중고생들, 유모차 부대 등 모두가 촛불을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모습이었다.

    논쟁하면서 격려하면서

    또 일부 시민들은 이날 긴 행진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시민들이 해산한 후에도 남대문 일대에서 새벽 4시 경까지 게릴라성 집회를 이어갔다. 이날 배치된 1백65개 중대 경찰은 협박성 경고방송을 내보냈지만, 평소와 달리 지휘관이 맨 앞에 나서 전경과 시민들이 직접적으로 서로 자극하는 것을 막고 강제 진압을 하지 않아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날 시민들은 행진 행로를 정할때마다 시청 광장으로 가자는 쪽과 시청이 막힌만큼  남대문 등 도심 일대를 계속 돌며 더 많은 시민들에게 알리자는 쪽으로 나눠져 곳곳에서 논쟁을 벌였지만 대다수는 "힘냅시다", "우리가 승리합니다", "촛불은 꺼지지 않습니다"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격려했다.

    11시께 대한문 앞 태평로에 도착한 5천여 명의 시민들은 이미 대다수가 몸이 흠뻑 젖은 상태였다. 시민들은 "시청 광장을 열자"등을 연호하고, 전경들을 향해 ‘김민우의 입영열차 안에서’,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 등의 노래를 틀어주며 휴식을 취했다.

    차벽으로 철통방어를 선보인 경찰은 이날도 어김없이 시민을 자극하는 경고 방송을 내보냈다. 남대문 경찰서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경찰은 "여러분이 좋아하는 소통이 불법 시위로 인해 도로 소통이 끊겼다. 밤도 깊고 비도 많이 오지만 강제 해산을 하지 않고 평화를 위해 참고 또 참고 인내하겠습니다"면서," 아고라 깃발을 흔든 사람과 적극적으로 선동한 사람은 경찰이 채증하고 있으니 반드시 책임을 물어 사법처리하겠다"는 협박을 잊지 않았다.

    "아고라 깃발 흔드는 사람 반드시 사법 처리"

    또 그는 비바람이 거세지자 "여러분의 불법집회에 하늘도 슬퍼한다"고 말해, 태평로 광장을 시민들의 조소로 인해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자정을 넘기자 시청 앞에서 경찰과 대치중이던 300여명의 시민들은 YTN 앞으로 이동해, 구본홍 사장 선임을 반대하는 규탄집회를 열었다. 시민들을 향해, 연설을 하는 현덕수 전 YTN노조 위원장. (사진=손기영 기자)
     
     

    12시가 되자 각 단체 깃발들이 모여 이후 행보를 논의한 결과 전경에 비해 적은 인원과 연행 및 사고 위험 등으로 인해 태평로 시위를 그만하고 오는 14일 주주총회를 앞둔 YTN 으로 행진해 시위를 벌이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대다수 시민들은 YTN 으로 몰려가 낙하산 사장 구본홍씨 선임 저지를 위해 촛불을 들고 "언론탄압 중단하라", "방송장악 저지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에 현덕수 YTN 전 노조위원장은 시민들의 지지 방문에 감사해 하며, "14일 오전 구본홍 씨가 YTN사장으로 내정되는 주주총회가 열리는데, 주주총회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YTN노조는 주주총회를 원천봉쇄하기로 했으며, 저희의 정당한 행동에 시민여러분들도 동참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YTN 본사 20층에서는 조합원들이 ‘공정방송 사수! 방송독립 쟁취!’라고 적힌 종이비행기 수백 장을 날려,이에 시민들이 "YTN을 지켜내자"고 화답하는 훈훈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YTN 노조 시민들에게 종이비행기

    같은 시각 태평로에서는 100여명의 시민들이 시청을 사수하겠다며 끝까지 남아 경찰과 대치를 이어갔으나, 검거 등을 우려한 예비군들의 설득으로 자진해서 인도 위로 올라갔다. 그 후 YTN 앞 시위를 마친 시민들이 다시 또 태평로로 합류해 경찰과 지리한 대치가 반복됐으나 3시 30분께 경찰이 인도로 시민들을 밀어내고 교통 통제를 풀어 시위가 마무리됐다.

    하지만 100여명의 시민들은 다시 즉흥적으로 남대문으로 행진하며 게릴라성 시위를 이어갔으나 큰 충돌없이 밤샘 시위가 마무리됐다.

       
      ▲사진=손기영 기자
     

    한편, 이날 박원석 공동대책회의 상황실장 등 6명의 수배자가 천막농성을 진행하는 조계사에는 지난 10일 체포영장이 추가로 발부된 권혜진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사무처장이 합류했다. 

    대책회의는 오는 17일 대규모의 국민주권 실천 촛불대행진을 진행하고, 14일에는 참여연대에서 촛불집회 인권침해 관련 유엔특별절차 진정 기자회견을 하는 등 25일까지 정부와 검·경의 공권력 남용 규탄, 촛불 양심수 석방, 수배 해제 촉구 선언 및 ‘어청수 경찰청장 해임 촉구 서명’을 진행해 국회의장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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