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들 강력 항의로 '문화제' 대신 행진
    By mywank
        2008년 07월 12일 10: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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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청 앞 광장 주변이 차벽으로 봉쇄되자, 항의의 표시로 거리행진에 나선 시민들. (사진=손기영 기자) 
     

    [2신: 밤 10시 10분]

    시청 앞 광장의 봉쇄로 갑자기 조계사로 장소가 변경되어서 열릴 예정이었던 66차 촛불문화제가 거리행진에 나선 시민들과 국민대책회의 측간에 의견차이로 열리지 못했다. 결국 이날 촛불문화제 대신 시민들은 다시 시청을 향해 거리행진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저녁 8시 15분 국가인권위 삼거리 주변에서 경찰의 광장 원천봉쇄에 항의하던 시민 5,000여명은 을지로 방향으로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시민들은 폭우가 쏟아지는 굳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국민 5적’의 이름을 일일이 열거하며 “이명박 물러가라, 한승수 물러가라, 어청수 물러가라, 최시중 물러가라, 유인촌 물러가라”라고 외쳤다.

    종각에 도착한 시민들의 거리행진 대오는 잠시 멈췄다. ‘촛불 광장’을 원천봉쇄한 것에 대해 청와대를 향해 야유를 퍼붓기 위해서였다. 이어 시민들의 행렬은 수배중인 대책회의 간부들이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조계사를 향했다. 거리행진을 이끌고 있던 대책회의 방송 차에서 갑가지 “오늘 촛불문화제는 조계사 앞에서 합시다”란 방송이 흘러나왔다. 어느 새 거리행진에 나서 시민들은 1만여 명으로 늘어났다.

    시민들의 거리행진의 대오가 조계사 앞에 도착하자, 박원석 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을 비롯해 수배중인 대책위 관계자 6명이 시민들을 맞이했다. 지난 10일 체포영장이 발부된 권혜진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사무처장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거리행진에 동참한 민주노동당 천영세 대표·강기갑 의원 등은 박원석 공동상황실장에게 다가가 “수고 하신다”며 천막농성 중인 이들을 격려했다.

       
      ▲조계사 앞으로 시민들의 거리행진 대열이 오자, 마중 나온 박원석 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이 진보신당 <칼라TV>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박 실장은 “비가 왔는데도 굴하지 않고 여기까지 행진한 것을 보니 놀랍다”며 “이번 일주일이 어려웠는데 의기소침하지 않는 국민의 의지를 확인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저녁 8시 반 경 대책회의 쪽에서 임시무대를 설치하고 촛불문화제를 시작하려고 하자, 갑자기 거리행진 대오 선두에 섰던 시민들이 “앞으로 가자~ 앞으로 가자”, “왜 시민들의 행진을 갑자기 막냐”, “대책회의는 빠져라”라며며 강하게 항의했다.

    일부 시민들은 거리행진을 이끌었던 방송차에 탄 대책회의 관계자와 몸싸움을 벌였고, 무대 위에 오른 사회자를 향해 야유를 퍼부었다. 처음에는 몇몇 시민들로부터 시작된 항의는 시간이 갈수록 다수의 시민들로 번져갔다. 촛불문화제를 시작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사회자는 시민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평화적으로 촛불문화제를 진행합시다”라고 말하며, 문화제를 계속 진행하려고 했다.

    시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져갔다. 흥분한 한 시민은 사회자를 향해 깡통을 던지기도 했으며, 몇몇 시민들은 임시로 만든 촛불문화제 무대를 마구 흔들며 행사진행을 막았다. 사회자가 “이명박은 물러가라”라고 외치자 흥분한 시민들은 “대책회의는 물러가라”라고 맞받아쳤다.

       
      ▲거리행진 중 국민대책회의가 조계가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연다고 하자, 시민들이 이에 강하게 항의했다. 결국 이날 66차 촛불문화제는 열리지 못했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연숙 씨(31)는 “우리가 대책회의에 항의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행동하자는 것을 촉구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대책회의는 시민들의 항의에 지금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있고, 여기서 모여서 박수치고 노래 부르면 뭐하냐”고 비판했다.

    김인철 씨(33)는 “대책회의가 갑자기 거리행진 중에 시민들과 아무런 상의도 없이 ‘조계사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하겠다’며 시민들을 행진을 멈추게 했고, 지금 여기 모여 제대로 된 촛불문화제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이제 정말 뭐냐”며 “아까 거리행진 중에는 안국동 근처에 경찰 병력이 없었는데, 대책회의가 촛불문화제를 한다고 시민들의 행진을 멈추게 해서 경찰병력이 다시 배치될 수 있는 시간만 벌어줬다”고 말했다.

    소수였지만 조계사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하자’는 대책회의의 통제에 따라야 한다는 시민들의 의견도 있었다. 김인중 (35)씨는 “지금 대책회의를 비롯해 시민들이 힘을 합쳐도 부족한 상황에서, 촛불 내부에서 오늘과 같이 분열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서로 생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책회의 통제에 따라야 하고, 이런 모습은 촛불의 마지막을 바라는 이명박 정부가 바라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저녁 8시 50분 대책회의는 시민들의 항의를 수용한 뒤 별다른 행사 없이 촛불문화제를 중단했으며, 시민들은 “이명박은 물러가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안국동 사거리 방향으로 다시 거리행진에 나섰다. 하지만 경복궁 동십자각 방향 길목에 이미 경찰이 차벽을 막고 있는 봉쇄한 상태라, 밤 10시 현재 시민들은 동대문을 거쳐 다시 시청으로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이날 저녁부터 쏟아진 폭우는 변덕스럽게 내리다 그치다를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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