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박, 도발하는 경찰 vs 꾹 참는 시민들
        2008년 07월 12일 12:16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경찰은 충돌을 도발했다. 청계광장에서 모여 앉아 평화롭게 문화공연을 보던 1,500여명의 시민들에게 “여러분들은 지금 불법, 정치집회를 하고 있다”며 ‘위협 방송’을 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경찰과 조중동이 ‘초기 순수했던 집회’라고 했던 그 모습대로 촛불만 밝혔음에도.

       
      ▲시민1500여명이 오랜만에 청계광장에 모였다.(사진=정상근 기자)
     

    65차 촛불문화제는 민주노총이 서울역에서 청계광장에 도착하면서 시작되었다. 500여명의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지난 5월 2일 청소년들이 저항을 최초로 외쳤던 그 자리에 도착해 시민들과 아이스크림을 나누어 먹고 김밥을 나누었다.

    민주노총, 시민들에게 김밥과 나팔 선물

    이날 민주노총은 또 하나의 선물을 준비했다. 축구장, 야구장에서 쓰던 ‘나팔’이었다. 시민들의 함성으로 가득했던 청계광장은 나팔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 재미있는 소리에 서로 폭소를 터트리며 평화로운 집회를 이어갔다. 시동 걸린 경찰버스에서 나오는 뜨거운 바람이 열대야를 가중시켰지만 시민들의 열기엔 당해내지 못했다.

    촛불문화제는 1, 2부로 나뉘어 1부는 민주노총 김주호 문화국장이 사회를 맡았고 2부는 문화연대 이원재 사무처장이 진행했다. 1부는 발언이, 2부는 문화행사가 주를 이뤘다. 1부 첫무대에 오른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은 “삼성 비자금 수사 때도 검사 4명이 붙었는데 이번 PD수첩 수사에 5명의 검사가 붙는다”며 “정말 구조조정해야 할 곳은 검찰청”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른 김민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시청 지부장은 “이명박과 4년을 일해 왔는데 부동산 정책을 참여정부는 새총을 쏘아 잡고 있는데 자신은 직접 사냥하러 나간다고 했다”며 “그러더니 뉴타운 투기장을 만들어 놓았다. 그러면서 전국의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니, 믿을 수 있겠나”고 비판했다.

    이어 촛불문화제를 처음 구축한 청소년들이 무대에 올랐다. ‘대한민국 헌법 1조’에 맞춰 율동을 공연한 청소년들은 “지난 5월 2일부터 청소년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는데 지금 보니까 지쳤는지 많이들 안나오는 것 같다”며 “우리가 시작한 것이니 만큼 청소년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12일 2시에는 청소년들 끼리 모여 문화제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공화국 문화행동 기획단 배후세력’이 준비한 2부 문화공연은 가수 손병휘씨와 몸짓패, 노래팀 ‘아줌마’ 등 춤과 노래가 어울어지는 시간이었다. 시민들은 ‘아줌마’ 노래패의 ‘바위처럼’에 맞춰 춤을 추고 즐거워했다.

    순수한 집회라고 말할 땐 언제고

    시인 송경동씨는 즉석에서 시를 지어 낭송하기도 했다. 노래패 ‘아줌마’는 “일찍 밥해 놓고 아이는 옆집에 맡기고 왔다”며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엄마가 될 것 같아서였다”고 말했다.

    그런데 문화제가 한창이던 9시 7분경 경찰의 첫 방송이 터졌다.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이라고 밝힌 사람이 방송을 통해 “여러분들은 깃발을 들고, 정치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것은 평화적인 촛불집회가 아닌 명백한 불법집회”라고 엄포를 놨다.

    이어 “광우병 대책위, 민주노총, 나눔문화, 아고라” 등 깃발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면서 “즉각 해산하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문화제 노래소리에 막혀 시민들에게 크게 들리진 않아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시민들이 이명박 대통령 그림을 향해 ‘물폭탄’을 던지고 있다.(사진=정상근 기자)
     

    시민들은 9시 40분경 “여름휴가는 촛불로”를 구호로 외치며 자진해산했고 대부분의 시민들이 쓰레기를 치운 후 돌아갔다. 하지만 경찰은 구호를 외치며 시민들을 위축시켰고 인도와 도로를 막은 뒤 한 명씩만 나갈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그렇지만 시민들의 항의는 거의 없었다.

    촛불문화제에 20여번 참석했다는 신미영(32)씨와 그 동안 몇 번 정도 왔는지도 모르겠다는 안정남(38)씨는 “어제 <YTN> 앞에 농성을 하고 있어서 (종각 앞에서)잡혀간 것을 소식으로 들었다”며 “지금도 봐라 해산하라고 하면서 저렇게 막아서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사람들이 많이 줄어 안타깝지만 2달이나 끌어오면서 많이 지친 것 같다”면서도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게릴라 전술로, 몰아서 힘있게…"

    촛불문화제에 30번이 넘게 참석해 왔다는 안 모씨(48)는 “이름을 가르쳐 주면 내가 많이 참석해서 극렬분자로 잡아갈까봐 차마 말을 못하겠다”며 웃었다. 그는 “지금까지 촛불의 역사적인 순간마다 내가 있었다. 지금까지 봐 온 소감은 너무 잘해오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매일 하는 소모전보다 한꺼번에 더 많이 모이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며 “매번 같은 방식이기 때문에 질리기도 하고 지치기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100만, 200만 모여 촛불을 한꺼번에 드는 그 때가 국민들이 승리한 순간”이라며 “언제나 승리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모여 승리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박형민(34)씨는 “거의 매일 오다시피 했는데 최근에는 게릴라 식으로 하는 소규모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있다”며 “시청에 꽉 막혀 하는 것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일 때 여기저기서 게릴라식으로 진행하면 경찰도 당황되고 시민들도 다치는 일이 적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문화제 계획이 없음에도 시청역 5번 출구를 봉쇄하고 시민들의 출입을 막아 시민들과 마찰을 빚었다. 한 시민은 “경찰이 인도를 막아 항의했는데 나만 통과시켜주더니 내 주변을 둘러쌓고 경찰을 건드리고 욕을 했다며 구속시킨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그는 “말이 안 통해 욕은 한 마디 했지만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다”며 경찰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의 주장을 옆에서 들은 한 전경은 “소설을 쓴다”며 비꼬았지만 그 의미를 묻는 질문엔 대답하지 않았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