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과 인터넷이 대의정치의 적?
        2008년 07월 11일 04:4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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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11일 오후 국회개원 연설에서 촛불의 진원지인 인터넷에 대해 다시 한 번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선진사회는 합리성과 시민적 덕성이 지배하는 사회이며 감정에 쉽게 휩쓸리고 무례와 무질서가 난무하는 사회는 결코 선진사회가 될 수 없다”며 “부정확한 정보를 확산시켜 사회불안을 부추기는 정보전염병도 경계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했다.

    "정보전염병 경계해야"

    이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미국산 쇠고기 파동에 대한 촛불민심을 ‘부정확한 정보’로 규정하며 타협의 여지가 없음을 다시 한 번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이 대통령이 “정부도 국회를 국정파트너로 존중하고 대화정치를 앞서 실천하겠다”면서도 “국민들의 적극적인 정치참여와 인터넷의 발달로 대의정치가 도전을 받고 있다”고 말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이 대통령은 또 “우리 사회는 분열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고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커지고 있으며 신뢰가 약해지고 법과 원칙이 무시되는 일도 빈번해지고 있다”며 “국민의 목소리에 더 세심하게 귀 기울이는 한편, 법치의 원칙을 굳건히 세워 나갈 것”이라며 촛불 정국에 대한 강경대응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 밖에 개원연설에서는 “물가 안정에 주력하겠다”며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하고 유통구조를 개선하며 물가를 압박하는 금융, 외환시장에서의 요인도 점차 줄여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변화 기본법’ 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벌규제 철회와 공기업 ‘선진화’에 대해서도 추진의지를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이미 규제개혁의 청사진을 마련했으며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최대한 신속하게 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공부문의 선진화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규제개혁과 관련해 약 200건의 법안이 순차적으로 국회에 제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대해 전향적 입장 밝혀

    한미 FTA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위기에 빠진 우리 경제가 놓쳐서는 안 될 기회의 하나가 바로 한미 FTA”라며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대승적 결단으로 한미 FTA 비준을 조속히 처리해 주실 것을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서민생활안정에 대해 “비정규직보호법 보완개정, 초중등학교 자율화 조치”를 강조했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의 진정한 화해와 협력을 위해서는 북핵 해결이 선결과제”라며 “7·4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비핵화 공동선언, 6·15공동선언, 10·4정상선언 이행을 북측과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다소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다.

    여전한 이 대통령의 현실인식에 네티즌들은 혀를 찼다. <다음>의 한 네티즌은 “쇠고기 문제 큰 가르침 받았다 해놓고서는 대놓고 잡아가고, 경제 살리기를 한시도 안 잊었다 하시곤 경제를 망치고 계시고, 서민을 최우선으로 하시겠다고 하시고 부동산 폭등을 조장하시고, 갈등과 분열을 막아야 한다고 하시고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니 슬프다”고 비판했다.

    야당들도 논평을 내고 비판을 가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개원연설에 앞서 의원단을 중심으로 본회의장 앞 플래카드를 든 민주노동당 강형구 부대변인은 “위기를 뛰어넘어 앞으로 나아가자고 시작한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 개원연설은 한마디로 위기를 증폭시키는 연설”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도대체 뭘 배웠나"

    이어 “국민이 주인이고, 국회가 국민을 대변하는 기관이라고 했지만, 국민과 야당의 요구를 무시하고 오만과 독선의 자기주장만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대통령이 느낀 쇠고기 파동의 교훈은 ‘촛불에 대한 공안탄압’이고, 그래서 국민들의 자발적인 소통을 ‘정보전염병’이라고 폄하하며 시민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문제에 대해서도 “국민적 지탄과 전 세계적 비난을 모면하기 위한 립서비스”라며 “여전히 북핵 해결을 남북관계의 선결과제로 내세우고, 남북협력을 핵과 연계하는 잘못도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제발, 정신 차리시라”고 강조했다.

    진보신당 신장식 대변인은 “남북관계 개선 노력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면서도 “대한민국 정부가 북측과의 신뢰관계를 지렛대 삼아 동북아 정세의 주동적 행위자로 나서는 적극적인 행보를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경제회생 대책은 표리부동(表裏不同)”이라며 “서민경제 회생을 이야기하지만 재벌중심 수출만능주의 삽질 우선주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속내는 곳곳에서 확인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의 재벌편향 속내는 여전하다”고 비판했다.

    신 대변인은 또 “대통령은 `쇠고기 문제’로 가르침을 받았다고 했는데 도대체 뭘 배웠는가”라며 “어제 경찰은 인도에 있는 촛불 시민들을 이 놈, 저 놈 해가며 연행하고 광고 게재 압박 운동을 했던 시민 한 명은 통보받지 못했던 출국금지 때문에 비행기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고 비판했다.

    서민경제 회생은 말로만

    이어 “인터넷 여론을 ‘정보전염병’에 비유하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얻겠다는 사람의 발상인가”라며 “국민의 건강을 팔아먹고도 이에 항의하는 국민들을 폭력으로 제압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하며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은 “이명박 대통령의 현실 인식에 대해서 민주당으로서 동의하기 어려운 구석들이 많이 발견된 연설”이라며 “대통령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어려운 국가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데 정확한 현실진단을 선행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해법”이라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대통령이 상생과 타협을 강조하면서도 구체적인 방향제시나 실천적 방안은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매우 실망스럽다”며 “21세기를 향한 미래에의 비전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면서 ‘정보전염병’ 등의 용어를 사용하며 인터넷의 역기능만 강조한 것은 대통령의 편협한 상황인식”이라고 비판했다.

    창조한국당 김지혜 부대변인도 “법과 질서 확립을 강조한 것은 촛불집회에 대한 공권력 투입을 합리화 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고, 누리꾼들의 의견교환을 부정확한 정보로, 사회불안을 부추기는 ‘정보전염병’으로 운운한 것은 촛불민심을 여전히 궤담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18대 국회, 우리 사회, 남북 간 상생 파트너십을 보여준 연설”이라며 “정부도, 국회도, 여야도 우리 모두 함께 손을 잡고 과거가 아닌 미래를 향해 대한민국의 희망을 만드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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