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권청산…항미연북…더 빨갛게…"
        2008년 07월 11일 11:5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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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넓은 땅 곳곳에서 찾아온 200여 당원들이 원주시 중소기업지원센터 강당을 가득 매웠다. 2000여명의 강원도당 사람들의 10% 가까이 최고위원 후보들의 유세를 들으러 찾아온 것이다. “선거 열기가 피어나지 않는다”고 우려했던 이수호 후보는 이 모습을 보고 “여태까지 유세 중 가장 많은 분들이 오셔서 목이 멘다”고 감격해했다.

       
      ▲최고위원회 후보들과 강원도당 위원회 후보들이 손을 맞잡고 머리위로 들어올리고 있다.(사진=정상근 기자)
     

    분당 과정에서 당시 도당위원장까지 탈당하며 비대위 체제로 폭풍 속에 휘말렸던 강원도당이지만 선거 열기는 뜨거웠다. 하지만 표심은 ‘오리무중’이었다. 농사를 짓고 있다고 밝힌 이상순(55) 당원은 “아직 결정을 짓진 않았다”며 “연설을 듣고 결정을 내려야겠다”라고 말했다. 지지하는 후보가 있다고 밝힌 몇몇 당원들도 지지후보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뜨거운 열기, 표심은 오리무중

    이동거리가 먼 강원도의 특성상 예정된 시간보다 30여분 늦은 8시경 합동유세가 시작되었다. 때가 때인만큼, 춘천시 위원회에서 준비한 촛불집회 영상 상영이 먼저 이루어졌고 이어 원주시 위원회가 준비한 앞풀이 노래공연이 이어졌다.

    본격적으로 유세가 시작된 것은 9시가 다 되었을 때부터다. 이날은 최고위원뿐 아니라 강원도당 위원장과 부위원장 후보들의 유세도 함께 진행됐다. 최고위원들의 연설순서는 사전 추첨에 의해 결정되었다. 최형권 농민부문 후보가 제일 먼저 무대에 올랐다.

    “처음 얘기를 하려다보니 솔찬히 부담스럽다”며 연단에 오른 최 후보는 “당이 앞장서 농민을 교육하고 생활문제에 대해 만나게 해주어야 한다”며 “당의 깊은 뿌리인 노동자와 농민의 연대를 강화하고 기초가 튼튼한 민주노동당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유세 포인트 가운데 하나는 지연地緣(?)이었다. 이영순 후보는 “원주에서 태어나 합천에서 자랐다”며, 철원에서 태어난 박승흡 후보도 ‘강원도 출신’임을 강조했고 최순영 후보도 강릉 출신을 의미하는 ‘강릉댁’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이영희 노동부문 후보가 “나도 수학여행은 설악산으로 왔다”고 재치있게 응수했다. 이들 외에도 후보들은 유세 중간 마다 유머를 섞어가며 당원들과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

       
    ▲선거 홍보물을 보고 있는 강원도 당원(사진=정상근 기자)
     

    이영순 후보는 “강원도 공무원노조 해고사태 때 강원도 지사와 시장들을 만나 직접 설득해왔다”며 “이처럼 지도부가 직접 움직여 생활정치를 하는 민주노동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패권주의 청산하자"

    유덕상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의 실패는 지도자 덕목과 인사를 잘못했기 때문”이라며 “묻지마 투표 같은 당내 패권주의 부도덕을 청산하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투표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박승흡 후보는 “혁신-재창당이 더 타협적이고 덜 급진적이어서는 안된다”며 “미국에 항거하고 북한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순영 후보는 “촛불을 민주노동당이 만들었다는 착각을 버리고 국민과 당원들의 뜻을 모으기 위해 말보다 실천을 하는 섬김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수호 후보는 “혁신의 3대 방향 10대 과제가 부족하지만 이것으로부터 당을 다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지도력이 필요하다”며 “집단지도체제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며 자신이 적임자임을 강조했고, 오병윤 후보는 “국민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빨간색을 빼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삼계탕의 맛은 닭이 결정하지 대추가 결정하는게 아니”라고 말했다.

    우위영 후보는 “이명박 정부에게 민주노동당이 표적이 되는 상황에서 안티 이명박을 뛰어넘어 미국책임론을 들고 촛불을 미 대사관으로 이끌어야 한다”며 “실천과 투쟁”을 강조했고 강기갑 후보는 “국민은 생명의 존엄과 평화에 대한 갈망으로 민주노동당이 국민의 희망이 되길 바라고 있다”며 “정책정당으로 민주노동당이 우뚝서자”고 강조했다.

    "안티 이명박 넘어 촛불을 미대사관으로"

    이상현 후보는 “능력과 경력이 있는 사람을 뽑아 패권주의를 청산하고 반민주적 진보의 길을 새롭게 만들어 나가겠다”며 자신의 경력을 강조했고 이영희 노동부문후보는 “진보의 노를 저으면 지도부는 같이 노를 젓는 게 아니라 키를 잡아야 한다”며 지도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1시간 20분여의 후보유세가 모두 끝났다. 강원도당 당원들은 특정 후보에게 일방적인 환호나 무관심 없이 고르게 환호하고 고르게 박수를 보냈다. 전농 홍천 남면 지회장이라고 밝힌 한 남성은 “최고위원회 유세를 들었는데 농민정책에 대한 얘기가 없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며 “지지하는 후보는 있지만 밝힐 순 없다”고 말했다.

       
    ▲박수를 치며 후보들을 격려하는 강원도당원들(사진=정상근 기자)
     

    앞서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고 밝힌 이상순씨는 “연설을 들었는데 다 잘하시는 것 같다”며 “특별히 연설에서 아쉬운 점은 없고 더 고민을 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많은 당원들은 연설회가 끝난 이후 뒷풀이장을 찾았고 거리가 먼 당원들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삼삼오오 집으로 돌아가는 당원들은 유세가 화제가 될 법도 한데 선거에 대해 별로 이야기 하진 않았다. 알 수 없는 이들의 속마음은? 17일 저녁, 드러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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