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빽' 믿고 사생결단 싸우겠다"
        2008년 07월 09일 02:2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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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D수첩을 지켜라!” 권력에 맞서 ‘알 권리’를 스스로 지키기 위해 62차 촛불문화제의 촛불은 시청이 아닌 MBC 앞에서 진행됐다. 시민사회단체가 번갈아 가면서 준비하는 이번 촛불문화제는 민주노총과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가 주최했고 2,000여명(경찰추산 1,200명)의 시민들이 참가했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앞줄 왼쪽 두번째) 등 노조원들과 시민들이 MBC 앞을 밝히고 있다.(사진=정상근 기자)
     

    최초 200여명의 시민들은 이내 문화방송 정문 옆 2개 차선을 점령하며 500여명으로 불어났다. 진행을 맡은 <MBC>김완태 아나운서는 “오늘 불쾌지수가 81이라고 하는데 이 정부가 주는 불쾌지수는 100에 가까운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아나운서는 진행 중간 중간 농담을 곁들이며 시종일관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어 갔다.

    국민 ‘빽’ 믿고 사생결단 각오 투쟁할 것

    첫 번째 무대에 오른 사람은 박성제 MBC 노조위원장이었다. 그는 “MBC PD수첩을 수사하고 PD들을 감옥에 넣으려는 사람들이 있다”며 “하지만 어떤 더위도, 아스팔트의 열기도 국민을 위해 방송하고자 하는 MBC구성원들의 열기를 당해내지 못한다. 사생결단의 각오로 국민을 ‘빽’으로 믿고 싸우겠다”고 말했다.

    뒤이어 오른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힘들고 외롭지만 끝까지 투쟁해 갈 것이고 PD수첩을 지킬 것”이라며 “PD수첩은 다음 방송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어떻게 전과 14범이 되었는지 방송해 달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경찰이 10일까지 출두하라고 했는데 우리가 갈 것 같냐”며 “우리가 이기면 우린 감옥에 가지 않고 우리가 지면 그냥 들어가지 않고 무기징역 거리 만들어서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노총이 11일과 12일 서울시청 탈환에 앞장서겠다”고 공언했다.

       
     ▲PD수첩의 보조진행자인 손정은 아나운서도 촛불을 들었다.(사진=정상근 기자)
     

    방송인 김미화씨도 연단에 올랐다. 김 씨는 “길게 얘기는 못하고 이외수씨가 했던 말을 인용하겠다”며 “썩는 것은 부패하는 것과 숙성되는 것 두 종류가 있는데 우리 촛불은 숙성될 수 있도록 진실의 촛불을 계속해서 켜달라”고 말했다.

    이어 내려가는 김 씨에게 시민들이 ‘노래해’를 연호하자 김 씨는 ‘님과 함께’를 구성지게 불러 박수를 받았다.

    김미화 "진실의 촛불 계속 켜달라" 

    이어 광우병 대책위 조직팀 관계자가 올랐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은 초라할 뿐이다. 7%의 이명박 대통령이 80%의 국민에게 불법이라 말할 자격이 있나”라고 외쳤다.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도 무대에 올라 “PD수첩이 MB수첩이 되어서는 안된다”며 “PD는 Power of Democracy, 민주주의의 힘이다. 민주주의로 민주주의의 힘을 되찾자”고 말했다.

    이어 이날 문화제의 하이라이트 광주 MBC의 ‘신 얼씨구 학단’이 무대에 올라 진행을 맡았다. 그들은 첫 등장부터 “영감~ 왜불러~ 경제 살리라고 뽑아준 우리 대통령 보았소? 보았지 어쨌소~ 미국경제 살린다고 미친소 들여와 설치데”라는 재치 있는 개사곡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시민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이어 자유발언이 시작되었다. 이날은 김완태 아나운서와 신 얼씨구 학단이 만들어 놓은 발랄한 분위기 때문인지 적절한 욕(?)과 사투리를 섞어가며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의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 분위기였다.

    주부를 대통령 암살기도 혐의로 기소한 정권

    이영순(32)씨는 무대에 올라 “지난 5월에 주부들 까페에서 농담으로 ‘일본 야쿠자를 살까요? 프랑스 용병을 살까요? 집에 쥐가 한 마리 있어서, 모금좀 해주세요’란 글을 올렸는데 그 게시물이 엉뚱하게 조선일보에 ‘대통령 암살기도 주부까페’란 이름으로 실렸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1일 ‘극단 치닫는 인터넷 폭력선동’이란 제목으로 기사를 낸 바 있다.

    이 씨는 “조선일보에 항의 전화 했더니 편집국 책임이 아니라 기자책임이라고 한다. 여기계신 기자 분들, 정말 편집국엔 책임이 없는 거냐?”고 물었다. 이어 “문제는 글 올린 분의 닉네임과 까페장 아이디가 모두 공개가 되었고 얼마 뒤 경찰서에서 암살기도 건으로 고소가 들어왔다며 출두해서 진실인지 거짓인지 말하라고 했다.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마지막 무대는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이 장식했다. 홍 의원은 “개인적으로 99년 환경미화원 노조를 만들고 투쟁할 때 우리의 억울한 사연을 알려준 것이 PD수첩”이라며 “약자의 편에 서는 올바른 방송을 지켜낼 수 있도록 한몫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세 불어난 1000여명의 시민들은 ‘쥐’를 잡기 위한 ‘쥐구멍’, 한나라당으로 행진했다. 여의도 환승센터를 지나 여의도 공원을 가로지른 시민들은 밤 10시 20분경 한나라당사 앞에 도착했고 도착 하자마자 이들을 환영(?)하는 경고 해산방송이 들려왔다.

       
     ▲KBS 앞에서 정리집회를 여는 시민들(사진=정상근 기자)
     

    시민들은 몇가지 구호와 함성으로 한나라당에 항의의 뜻을 전한 뒤 긴장한 경찰을 뒤로하고 KBS로 향했다. 시민들은 이곳에서 다시 자유발언을 이어갔고 사회자의 제안으로 11일과 12일, 17일 집중 문화제를 약속하고 자진해산했다.

    그러나 많은 시민들은 자리에 끝까지 남아 ‘다인아빠’가 끓여주는 맛있는 라면을 먹거나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등 다시 한 번 축제장면을 연출했다. 이명박 정부가 이성을 잃어가며 공안탄압을 점점 높여갈수록 시민들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한편 이날 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모여 `촛불’을 밝혔다. 200여명의 시민들은 오후 7시 경부터 광장으로 모여들어 촛불을 밝힌 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문제점과 이명박 정부 대책의 문제점 등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이들은 서울광장을 돌며 평화행진을 한 뒤 자진 해산했다.

    이들은 MBC 앞 촛불문화제에 참여하지 않고 스스로 판단에 따라 서울광장에 모인 것으로, 촛불문화제 장소의 다양화가 이뤄지는 대목이다. 실제로 <연합뉴스>는 이날 서울 강남역 부근에서도 다음 카페 회원등 시민 1백여명(경찰 추산)이 촛불집회를 열고 인도를 따라 행진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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