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신당, 욕먹을 각오로 결단해야
        2008년 07월 08일 05:4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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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의 물결. 우리 사회에 거대한 충격을 던지며 등장한 그것은 2008년을 상징하는 말이며, 그것이 던지는 의미는 여러 가지로 집약된다.

    새로운 시대 도래를 알리는 불빛

       
     
     

    첫째, 80년 5월의 광주가 전두환 정권의 정통성에 치명상을 가하면서 87년 6월을 배태했듯이, 2008년의 촛불은 새로운 가능성의 정치공간을 열면서 이명박 정부의 통치 비용을 급상승시킬 것임에 틀림없다.

    이명박 5년의 통치 기간 내내 촛불은 다양한 형태로 지속될 것이다. 그리고 ‘임을 위한 행진곡’ 이후 또 하나의 불후의 명작으로 탄생한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노래가락이 머리에서 가슴까지 오르락내리락하면서, 2010년을 거쳐 2012년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알리게 될 것이다.

    둘째, 촛불은 시대의 어둠을 밝히는 희망의 빛이자, 동시에 기성의 정당정치와 운동정치의 뼈아픈 각성과 혁신을 촉구하는 항의의 표시이기도 하다. 촛불의 물결은 문화적 엄숙주의와 폐쇄적 회로로 무장한 기성의 운동질서와 행동문화에 파열구를 냈다.

    참신한 문화적 상상력과 자발적 참여, 생기발랄한 소통은 거리의 광장을 저항의 즐거운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으며, 해방감과 연대는 그것의 자연스런 표출이었다.

    마지막으로, 촛불은 온갖 부조리와 부정의와 거짓에 대한 국민적 저항과 심판이자, 소외와 고통 속에서 오늘을 힘겹게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빛을 의미한다. 바로 그런 점에서 2008년 촛불의 물결은 (민주정부 10년의 기간 동안 버림받은) 수백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망 속 희망의 상징인 ‘끝장천막’을 비추는, “촛불을 보면서 절망을 느꼈다”는 그들의 심정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빛으로 승화되어야 한다.

    또 ‘미친 소 미친 교육’을 거부한 10대 촛불소녀들의 목소리에 응답하기 위해서라도 7월 30일 교육감 선거와 직접 만나야 한다. 나아가 물욕과 파괴의 상징인 인간에 대한 자연의 복수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 생태환경 문제와의 적극적인 교감 형성도 시급히 필요하다.

    촛불광장과 소통 가능한 정당

    좀 더 긴 호흡으로 본다면, 2008년의 촛불로 표현된 다양한 운동의 에너지는 정치의 변경을 가져올 힘으로 전화되어야 된다. 그 핵심은 바로 이 운동의 에너지를 모아낼 수 있는, 새롭게 출현한 촛불광장과의 소통이 가능한 정당의 존재 유무이다. 정당이야말로 사회적 요구와 이해를 응집하고, 또 그것에 기초하여 다양한 사회적 균열을 재구성하고 재편해낼 수 있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대목이 진보신당이 핵심적으로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2008년 초 낡은 진보의 닫힌 틀을 뚫고 나온 진보신당은 지금 새로운 정치적 실험대에 올려져 있다. 촛불정국이라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사태와 그 진로에 대해 진보신당은 권위 있는 해석자가 되고, 촛불의 의미를 이 땅에 뿌리 내리게 하는 실천가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사회의 요구에 응답하고, 정치적 실천을 통해 책임을 짐으로써 대중적 신뢰를 획득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또 새로운 주체 형성을 이루고 그 힘에 기초하여 더 나은 미래를 만들고 궁극적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진보신당의 출발은 나쁘지 않다. 비록 의원을 만들어내지 못했지만 4월 총선 직후의 ‘지못미’ 현상, 부산에서 서울을 향해 새로운 희망을 싣고 돌진한 까발리야호, 다양한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는 당 사이트의 활성화가 그 징표들이다.

    그리고 거리의 현장에서 촛불들과 묵묵히 함께 해 온 많은 시간들과 지지자들의 성원, ‘진보신당 칼라TV’ 등으로 상징되는 당원들의 자발적 행동 등은 낡은 진보에서는 맛보지 못한 새로운 기운과 생동감, 진한 감동을 만들어내고 있다.

    진보신당, 지금까지 나쁘지 않다

    14,000명 당원의 60%에 달하는 신규 당원들, 그들과의 만남에서 오는 신선한 문화적 충격, 생기발랄함에 대한 부러움과 나는 왜 저렇게 살지 못했을까 하는 자책감 또는 시샘도 새로운 당 활동의 가능성과 희망을 엿보게 해준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용광로 속에서 녹아 새로운 힘의 원천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앞으로 조만간 안착될 당의 시스템과 조직 편제가 그것에 맞춰 꾸려져야 하겠지만 말이다.

    한편 지금 한국 사회의 뜻있는 정당과 운동단체들은 이른바 ‘촛불의 딜레마’ 상황에 처해 있다. 그 누구도 쉽게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는 바로 그 지점으로, 촛불의 향후 진로와 재협상 관철이라는 촛불의 목표에 대한 것이다. 어떻게 돌파해야 하는가? 진보신당은 과연 어떤 답을 준비하고 있는가?

    이와 관련, 며칠 전인 7월 5일 국민승리 선언을 위한 촛불대행진 참가자 일동으로 나온 국민승리 선언문의 첫 문구는, “국민은 이미 승리했으며, 재협상은 반드시 이루어진다”였다. 맞다. 국민은 이미 그 자체로 승리했다. 이명박 정부의 거짓과 실체를 폭로하고, 지난 60여일 동안 시청 앞 광장과 광화문 일대를 정치의 중심으로, 새로운 꿈과 희망의 산실로 만들어냈다.

    그럼에도 선뜻 동의하기 주저하는 것은 다음 문장에 담겨져 있는 현 사태의 해석, 그것이 던지는 실천적 함의이다. “재협상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그것은) 무조건 가능하다”.

    솔직하고 정확하게

    ‘재협상 관철을 위한 거리와 광장에서의 촛불의 지속’, 과연 진보신당이 이 주장을 책임 있게 할 수 있는가, 또 당연히 해야만 하는 것이 솔직하고도 바람직한 정당의 태도일까? 앞서 말한 것처럼 정당이란 응답과 책임을 통해 정치적 신뢰를 획득하는 것, 그것을 위해 당면한 사태에 대한 권위와 책임있는 해석이 필요하다.

    그랬을 때 광장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과 모든 목소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답이란 없다는 것, 지도 없이 진행된 촛불의 자발성과 이른바 ‘집단지성’, 그리고 의석 없음을 핑계로 마냥 그 뒤를 따르는 것이 지금의 딜레마를 푸는 해법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운동단체와는 다른 정당으로서, 또 기성의 정당들과는 다른 새로운 색깔의 정당을 자임하고 있는 진보신당이 지금이야말로 사태에 대한 정확하고도 솔직한 해석을 통해 책임 있는 견해를 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받아들이기 쉽지 않지만 국면이 전환되고 있는 지금, 욕 먹을 각오와 긴 호흡과 함께 하는 담대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것은 즐거운 저항의 기억을 승리와 희망의 코드 속에서 만들어냄으로써, 어쩌면 잊혀진 91년 5월의 패배와 아픔을 반복하지 않는 작은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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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글은 주간 <진보신당>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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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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