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파업 안하면 노조 아니다”
    2008년 07월 08일 10:3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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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신청을 하여 조정절차가 마쳐지거나 조정이 종료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조정기간이 끝나면 노동조합은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것으로 노동위원회가 반드시 조정결정을 한 뒤에 쟁의행위를 하여야지 그 절차가 정당한 것은 아니다.”

대법원 판례다. 정부가 중앙노동위원회의 ‘행정지도’를 이유로 금속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매도하고, 30여명에 대해 출두요구서를 발부한 것에 대법원은 ‘불법이 아니’라고 분명히 못박고 있다.

대법원 “노동위 행정지도 나와도 파업 불법 아니다”

   
  ▲권두섭 변호사
 

정부의 다른 이유는 ‘쇠고기 재협상’에 관한 것이므로 목적이 불법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따지기에 앞서 노동부의 신묘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판례에 의하더라도 파업의 정당성을 따질 때에는 “추구되는 목적이 여러 가지이고 그 중 일부가 정당하지 못한 경우에도 주된 목적 내지 진정한 목적의 당부에 의하여 그 쟁의행위의 목적이 당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부당한 요구사항을 뺐더라면 쟁의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쟁의행위 전체가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는 무엇인가. 이번 총파업은 임단협 투쟁과 연동하여 진행되고 있고 원래 단체교섭과 쟁의행위는 시시각각 변하는 매우 유동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법률전문가도 사후적으로 면밀히 살펴야만 그 주된 목적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도 노동부는 어찌 그리 신묘하게도 단정적으로 불법이라고 한단 말인가.

2001년 6월 노동시간단축 총파업

시계를 잠시 2001년 6월 12일 ‘노동시간단축 총파업’으로 돌려보자. 그 당시에도 노동부는 매우 신속하게 총파업이 불법이라고 단정하고 공안기관과 함께 대책회의를 열고 조중동이 이를 받아 “붉은 머리띠를 두른 빨갱이들이 온 나라를 뒤흔들며 불법파업을 하고 있는데 정부는 공권력을 투입하여 이를 제압하지 않고 뭐하냐”고 몰아치면 다시 이를 되받아 수배자 체포와 압수수색을 위하여 민주노총 건물로 진입을 시도했었다.

노동부는 광우병 쇠고기 재협상 촉구가 목적이므로 불법이라고 하는 듯한데, 미국과 통상협상에 관한 문제는 파업의 대상이 되지 않는가? 노조법에 노동조합은 “노동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노동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라고 되어 있다. 이는 거꾸로, 만일 노동조합이 노동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지 않게 되면 노동조합으로서 자기 정체성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조법 “노조는 경제적 사회적 지위 향상 도모”

이미 노동부가 목 높여 주장하고 그가 참여하는 국제노동기구(ILO)의 글로벌 스탠다드는 “노동조합은 중요한 사회적 경제적 정책 경향에 의해서 야기된 해결책을 찾는 데 있어서 자신들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서 파업행위에 호소할 수 있어야 한다”(ILO, Freedom of association and collective bargaining, 81st Session, Report Ⅲ, 1994, para. 165)’고 되어 있다.

최근 방한하여 현재의 한국 상황을 확인한 로이 트로트만 국제노동기구(ILO) 노동자그룹 의장 역시 “세계 노동자들은 불공정한 무역조건이나 세계은행·유럽연합·WTO 등에 반대하는 광범위한 파업을 전개한다”면서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정당하다고 이야기한다.

이번 미국 광우병 쇠고기를 수입하고 검역주권을 포기한 쇠고기 협상은 1500만 노동자와 그 가족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내용일 뿐만 아니라, 정부도 공공연하게 시인하고 있듯이 그것은 한미FTA 비준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것이다. 한미FTA는 노동자에게 심각한 고용불안과 교육, 의료, 공공영역에서 그 자신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이다.

세계노동자 불공정무역 반대 파업

이에 대하여 사용자에게는 노동자의 단체급식에 미국산 쇠고기를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정부에게는 재협상을 통해 광우병 쇠고기 수업을 중단하고 검역주권을 되찾아 올 것은 물론 한미FTA를 위하여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야 되는 협상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으므로 재협상에 나서라는 것이다. 이것이 어떻게 노동자의 사회적 지위, 경제적 지위 즉 노동자의 생존과 삶에 무관한 것이란 말인가.

오늘날 노동자의 사회적 지위, 경제적 지위, 노동자의 삶의 조건을 결정하는 것들은 대부분 국가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국가의 정책, 국가의 법과 제도, 국가가 행하는 무역협정과 쇠고기 협상과 같은 특정국과의 통상협상 등을 통해 노동자의 삶과 생존권은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하여 노동자가 가진 권리이자 투쟁으로 획득한 권리인 파업권을 행사하여 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지극히 정당하고 당연한 것이다. 만일 이를 부정하고자 한다면 차라리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부정하라.

1500만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명과 건강권을 심각히 침해하고 나아가 한미FTA를 통해 노동자의 고용, 교육, 의료, 공공의 모든 영역에서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지위가 침해받는 것에 대하여 파업의 권리가 없다면 그것은 이미 노동조합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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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주간 <변혁산별> 13호에도 게재된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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