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자재가 상승 때문에 경제가 어렵다고?
        2008년 07월 08일 09:0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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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은 7월 3일 “이제는 경제입니다. 경제 살리기를 위한 횃불을 높이 들 때가 되었습니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힘을 모읍시다”라고 말했다. 촛불 끄고 일이나 열심히 하라는 말이다.

    6월 19일 특별기자회견에서는 “물가가 오르고 경제가 어려운 것은 우리만이 아닙니다. 전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두 발언을 통해 이 대통령은 경제난의 원인을 석유, 곡물 등 국제 물가에 떠넘기고, 자신은 면피한다. 그리고, 나중에 다 뒤집어 씌우겠다고 촛불집회를 협박한다.

    한국소비자원이 7월 1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밀가루, 설탕, 세제, 석유제품 등 생필품의 국내 가격이 구매력지수 기준으로는 G7 나라들보다 두 배나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 물가가 높아졌으면 여러 나라 물가가 같이 올라야 하는데, 유독 국내 물가만 더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은행이 6월 13일 발표한 「5월중 수출입물가동향」에 의하면 수입물가 총지수는 작년 같은 달에 비해 44.6%나 뛰었다. 그런데 그 44.6% 중 실제 국제 가격이 오른 건 27.6%이고, 나머지 17%는 환율상승에 따른 것이라 한다. 국민들은 앉은 자리에서 17%만큼 바가지를 쓴 셈이다.

    이명박 취임 후 환율 급등

    아래 그래프는 지난 6개월 동안의 달러, 유로, 엔 환율 변화인데, 두 가지 뚜렷한 시사점을 보여준다.

       
     
     

       
     
     

       
     
     

    첫째, 별 변화 없이 안정세를 유지하던 환율이 2월 말경부터 갑작스레 요동치며 급등한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이 시점은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취임 직후이고, 이후 강 장관은 “원화 환율이 떨어져야 우리 물건이 해외에서 싸고 잘 팔릴 것”이라는 류의 발언을 시도때도 없이 내뱉는다.

    둘째, 달러는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등으로 인한 전세계적 약세 속에서도 유독 원화에 대해서만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7월 7일, 달러 매도 개입에 나서기 전까지 정부가 대 달러 원화 절하 정책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덕분에, 지난 1년 동안 수출물가지수는 국제 가격 인상 27.6%보다 3.6% 싼 24.0%를 기록했다. 결국 국민의 +17% 고통과 수출가 -3.6%를 바꾼 셈이다.

    “수출 경쟁력이 떨어져 버리면 우리 경제는 참 어려워지는 거죠. 그러기 때문에 우리가 FTA도 해야 된다 하는 것도 바로 그런 데서 옵니다. 물건을 많이 팔려고 하니까 우리가 FTA를 남보다 더 빨리 해야 된다, 이제 이런 큰 정책을 펴야 되죠.” – 이명박, 「시장 군수 구청장 초청 오찬 모두말씀」, 5. 23

    지금 우리 국민이 겪고 있는 고물가는 이명박 정부가, 한미FTA가 발효되리라는 나름의 계산과 기대 아래 박정희 시절 같은 대미 덤핑 공세 채비를 갖추려 했던 탓이다. 이것이 바로 이명박이 말하는 ‘수출 경쟁력’이다.

    ‘시장경제주의자’가 지휘하는 공정위

    인플레 고통의 또 한 가지 원인은 재벌들의 고가격-폭리 때문이다. G7보다 두 배나 비싼 생필품들은 모두 재벌 회사들이 독과점하고 있는 것이다. 밀가루는 CJ 등 3개 기업이 전체 시장의 75%를, 설탕은 CJ 등 3개 기업이 100%를, 세제는 LG 등 4개 기업이 90%를, 휘발유는 SK,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이 98%를 장악하고 있다.

    이 재벌 회사들이 가격담합 등을 통해 소비자를 갈취해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백용호 교수를 “대표적인 시장경제주의자”라 소개하며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임명했고, 신임 공정거래위원회는 3월 28일 열린 업무계획 보고에서 “기업의 법위반 조사를 줄이고 조사가 어렵도록 공정위 내부를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멍석 깔아준 상황에서 횡재를 노리지 않고, 양심적으로 장사할 재벌은 없다.

    서민 물가가 폭등하자 이명박 정부는 50개 서민생필품 가격을 잡겠다는 둥 호들갑을 떨었다. 그런데 그 발상과 대체법이 너무 엉터리다.

    “우리가 공산품 값은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그거는 원자재 값이 오르는 데 비례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 옛날같이 가격을 무슨 통제한다고 되는 그런 시대는 아니고, 결국 물량의 수급을 통해 가지고 결국 생활필수품에 해당하는 품목을 약 50개 품목을 관리하자고 지금 정부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이명박, 「지식경제부 업무보고 모두말씀」, 3. 17

    역시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고환율 지원-재벌방임 정책은 숨기고, 원자재가에 모든 책임을 지운 다음 ‘수급’ 즉, 수요와 공급 조절을 대책이라고 내놓았다. 그런데 현재 인플레이션을 주도하는 재벌사들의 생필품은 혼식 권장 같은 수요 통제나 정부미를 푸는 공급 확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전혀 아니다.

    공급과 수요라는 시장 논리가 통하지 않는 독점가격의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재벌의 지배구조를 더 확대, 강화해주는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진짜로 수급 조정을 하고 싶다면 SK를 재국유화하면 된다.

    연봉 133억 삼성전자 임원과 빚더미 서민살림

       
    ▲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장관. 이들은 누구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있는 것일까?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이명박 정권의 고환율 지원-재벌방임 정책 덕분에 금년 5월 수출은 작년 5월보다 27.2%나 늘었고, 대부분이 수출대기업인 상장사의 1/4분기 매출액은 작년보다 18.2%나 늘었다. 삼성전자의 이익은 82.1%, 현대자동차의 이익은 81.6%나 불었다.

    반면 내수증가율은 1년 전보다 2.7% 증가하는 데 그쳤고, 한국은행의 「5월 기업경기 조사결과」에 의하면 대기업의 경기실사지수는 +2P인 데 비해, 중소기업은 -4P였다. 비경제활동인구와 가계부채는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고, 국민소득(GNI)은 IMF 직후인 1998년 이후 최초로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다.

    국제 물가 때문에 국내 경제가 어렵다는 말은 거짓이다. 더 냉정하게 짚자면, 한국 경제가 어렵다는 말 자체가 거짓이다.

    삼성전자 임원은 평균 연봉 133억 원을 벌고, 하위 20%를 비롯한 저소득층은 빚더미에 올라앉는 게 현재의 경제 상황이다. 결국 현재의 ‘경제난’이란 건 이건희, 이재용, 정몽구 돈 벌어주자고 날품팔이 운수노동자, 라면 먹는 노인네들 때려잡은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기름값 비싸면 차량 운행 줄어들고 좋은 점이 더 많다”고 했다. 꼭 십 년 전에도 같은 말이 유행했었다. “없는 놈들 차 끌고 나오지 않고 시원해서 IMF가 좋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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