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광장 통금 시간은 오후 7시
        2008년 07월 08일 02:0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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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시청 광장 앞 촛불집회에 참가하려면 통행이 금지되는  7시 20분 전에 도착해야 집회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집으로 귀가할 시에는 무리지어 가지 말고, 혼자서, 촛불을 끄고, 구호를 외치지 말고 돌아가야한다.

       
      ▲사진=김은성 기자
     

    지난 5일 평화집회를 보장하겠다던 기조와 달리 정부는 6일 갑자기 돌변해 다시 강경 일변도를 선보이고 있다. 5일과 ‘차이’가 있다면 촛불 집회에 참여한 규모가 30만에서 200여명으로 줄어든 것 뿐이었다.

    7일 저녁 7시가 되자 150여명의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하나 둘 시청 앞 광장으로 찾아들었다. 이미 시청 앞 광장은 경찰 버스 30여대에 둘러쌓여 있었다. 광장에는 무대도, 마이크도 없었다. 푸른 잔디는 공사로 인해 들어갈 수 없었다.

    그래도 꺼지지 않는다

    시민들은 촛불교회를 철거한 것에 맞서 항의 연좌 농성을 벌이고 있는 광우병 대책위 목회자를 중심으로 모여들며 시멘트 바닥 위에 신문지를 깔고 앉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광우병 대책위 목회자가 앉아있던 자리가 임시 무대가 되고, 발전기 1대가 방송차를 대신하며 61회 촛불 문화제가 시작됐다.

    시민들은 시청 앞 광장을 에워싼 차벽을 두고 쓰이는 ‘원천봉쇄’라는 표현은 경찰의 관점을 나타낸 것이라며, 이를 ‘불법감금’이라고 정정했다.

    기도회를 이끌던 기독대책위 김경호 목사는 "광장에 사람이 없다면 원천봉쇄겠지만 사람들이 있는데도 행진을 막으면 불법감금"이라며, "남대문까지 ‘인도’로 평화 행진을 하겠다고 했는데도 경찰은 들어주지 않았다. 이는 공권력에 의한 불법행위이자 폭거"라고 말했다.

    또 그는 정부의 종교인 사법 처리 검토와 관련 "촛불을 그만 둘까 했는데, 자꾸 부추기는 정부가 불쌍하다. 역사에 기여할 수 있다면 기꺼이 찬송가를 부르면서 웃으며 들어가겠다"며 "천막이 없으면 깃발로, 깃발이 없으면 맨몸으로, 맨몸이 없으면 영혼으로 이 자리를 지키겠다"고 말해 시민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그만 둘까 하다가도, 정부가 자꾸 부추겨서

    성서한국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구교형 목사는 설교를 통해 "대단한 것이 아니라, 먹을 수 있는 것을 먹게 해달라고 했을 뿐이다. 지극히 당연한 주장으로 너무 쉬어 초등학생도 다 알아듣는데 정부만 알아듣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촛불은 그저 지켜지지도 않고 누가 대신 밝혀주지 않는다"면서, "바른 생각을 갖고 있다면 그것을 평화롭고 온전하게 지켜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도하는 시민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이같은 설교와 함께 기도가 이어졌고, 찬송가 대신 ‘아침 이슬’과 ‘광야에서’ 등이 평화롭게 시청 앞 광장에서 잔잔히 울려 퍼졌다.

    행사를 시작한 지 30여분이 지나 시민들의 자유 발언이 시작될 즈음. 시청 앞 광장으로 들어오는 인권위 앞 횡단보도와 시청 역 4, 5번 출구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전경들이 시청 앞 광장 촛불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찾아온 시민들의 출입을 차단하고 안에서 나가는 것만 허락한 것이다.

    특히, 시청역 5번 출구의 경우 전경들이 지하도 계단까지 내려가 출입을 막아 시민들에게 격한 항의를 받았다. 이어 인권위 쪽 입구에서는 100여명의 시민들이 그 자리에 앉아 광장 안에서 들리는 구호 소리에 호흡을 맞추며 또 다른 촛불 문화제를 시작했다.

    경찰 "잠재적 범죄자 막는 것"

    출입을 막은 것에 대해 광장 안 시민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2줄이었던 전경 행렬은 어느 새 10줄로 불어났다. "저들이 무기를 들었냐?", "우리가 낸 세금으로 만든 광장인데 무슨 권리로 막느냐?"면서 시민들아 항의했으나, 경찰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다만, 간부로 보이는 한 경찰이 취재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며 자신의 신분은 밝히지 않은 채 여러 기자들의 신분증과 소속을 먼저 확인하며 기자들의 질문에만 짧게 답했다. 그는 "기도회에서 정치적 구호 등을 외치는 것은 불법 집회이다. 광장 안에 모이려는 사람들은 순수한 기독교 단체나 종교 행사가 아니다"면서 "(집회를 할 수 있는)기본권도 상황에 따라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시민들의 광장 앞 출입을 막는 것과 관련 "경찰에 부여된 직무에 따라 잠재적 범죄를 막아 사전에 차단해야한다"고 답했다. 이를 듣고 있던 한 시민이 기가 막힌 듯 우리가 "잠재적 범죄자냐?"고 항의하자 "그런 식으로 물으면 얘기를 못한다"면서 또 입을 닫아버렸다.

       
      ▲광장 밖 촛불 시민들.
     

    하지만 그렇다고 물러갈 시민들이 아니었다. 광장 안과 밖은 전경들을 사이에 둔 채 서로 구호를 이어받으며 촛불을 밝혔다. 광장 안에서 ‘어청수 물러가라’를 외치면, 밖에서 ‘이명박은 물러가라’로 받아쳤고, 안에서 ‘불법감금 회개하라’고 외치면, 밖에서 ‘시민감금 회개하라’며 화답했다.

    행진이 막혀버린 광장 안 사람들은 어제부터 시작된 ‘여리고 행진’을 진행했다. ‘여리고 행진’은 구약 성서 중 모세가 이끄는 유대민족이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가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여리고성 함락을 위해 무력 사용 대신 7일 동안 하루에 한 바퀴씩 여리고성 주변을 도는 것을 반복하다 마지막날 일곱 바퀴를 돌고난 뒤 다같이 큰 함성을 질러 성벽이 무너져내린데서 나온 말이다. 

    촛불을 횃불로 만드는 정부

    시민들은 이날도 시청 안 광장에서 경찰의 차벽을 향해 차분한 목소리로 ‘재협상을 실시하라’, ‘ 구속자를 실시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3바퀴를 돌았다.그 후 시민들이 "내일은 6시까지 오자"면서 기약하고 해산하자 경찰도 이들을 집으로 보내기 위해 잠시 봉쇄를 풀었다.

    그 순간 광장 밖 시민들이 안으로 쏟아들어오며 안에 남았던 시민들과 서로 얼싸안고 평화적으로 잘 싸웠다며 격려하고 위로했다. 이에 시민들은 자리를 뜨지 않은 채 촛불의 여운을 나누며 오는 12일 예정된 토요 집회에 대한 다양한 상과 멀게는 촛불의 방향에 대해 토론을 나누며 촛불문화제 2부를 이어갔다.

    전경들은 시민들을 향해 인권위 쪽의 지하철 입구를 막고 "혼자, 촛불을 끄고, 조용히 귀가할 것"을 종용하면서 시민들의 통행을 봉쇄했다.

    결국 실랑이 끝에 시민들이 하나 둘 귀가하자, 전경들도 10시 30분께 차벽을 철수했다. 이같은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시민들은 "정부가 촛불을 횃불로 만든다"고 입을 모았다.

    평화침례교회 최헌국 목사(46)는 "우리가 평화시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전 국민에게 보여주고 있는데, 지금과 같은 경찰의 태도는 또 다시 큰 국민적 저항을 불러올 것 같다"면서, "이명박 정권이 과연 끝까지 갈 수 있을지 정말 걱정된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정권 끝까지 갈 수 있을까 걱정

    그는 "토요일까지는 평화 시위를 보장할 것처럼 그러더니 또 다시 불법감금을 감행했다. 정부의 이같은 태도를 어떻게 국민이 믿고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촛불이 뜨거워지면 국민을 겸손하게 모시겠다고 말은 하지만 여전이 CEO적인 태도로 국민을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퇴근 길에 들른 최춘희(30) 씨는 "정부가 자꾸 우리를 전문 시위꾼으로 단련시키고 있다. 정부의 본심이 무언지 모르겠으나 오히려 자꾸 촛불을 횃불로 키우고 있다"면서, "정말 화가 나는데, 앞으로 살아갈 방식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느낀다. 이 대통령 덕분에 과거와는 분명히 다른 세상을 살아가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1호선 시청역 5번 출구 지하도.
     

    희영(가명, 25)씨는 "도로점거가 불법이라고 해서 인도로 행진했는데 그것도 불법이라고하더니 이제는 통행하는 것조차도 불법이라고 한다"면서, "정부의 이같은 물리적 힘과 강제진압으로는 꺼질 촛불이 아니라는 것이 이미 지난 2개월 동안 증명됐는데, 대통령만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석영구(가명.35)씨는 "시위 참여자의 숫자를 줄여 기운을 빼겠다는  구태의연하고 뻔한 발상이다"면서 "지난 5일 행진시 전대협, 한총련 깃발과 아고라 깃발이 함께 행진해 새로운 운동 문화의 탄생을 알렸다. 시민은 이렇게 탈근대에서 살고 있는데, 정부는 근대에도 못 미치고 있다"며 혀를 찼다.

    한편, 국민대책회의는 재협상이 될 때까지 촛불문화제를 계속 진행한다는 기조 아래 평일에는 각 개별 시민사회단체가 촛불문화제를 주관하고 다양한 방법의 실천을 전개할 예정이다. 8일에는 민주노총이 MBC 앞에서 집회를 주최하고 9일에는 농민 주도의 촛불집회가, 12일에는 다시 대책회의가 주최하는 대규모 집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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