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북구 퇴직금 '사태' 전모를 밝힌다
        2008년 07월 07일 06:5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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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3일 이후 지역위원회

    2월 3일 당대회가 끝난 후 한 주 정도가 흘렀을 때였습니다. 어떤 지역위에는 소위 당 사수파(거칠지만 편의상 사수파, 신당파로 표현하겠습니다)가 짐싸서 나갔네, 신당파가 나갔네 이런 이갸기들이 오고가던 때였고, 어떤 지역위는 폭력사태와 점거까지 겪은 와중에 해산했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제가 소속된 강북구위원회 게시판에도 ‘지역위를 해산하자, 해산은 안된다.’ 등등의 공방이 오가기 시작했고, ‘분열주의자들, 패권주의자들’ 하는 말들이 오가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위원장은 총선후보 활동에 전념하고 있을 때였고, 사무국장이었던 저는 구본승 당시 부위원장과 백은진 운영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좋은 방법을 찾아보자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청산을 하고, 욕하고 헤어지는 파국적인 상황이 아닌 좋은 합의점을 찾아 운영위원들을 설득시키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이성적 합리적 해결방안과 만장일치

    "분당이든 탈당이든 어쨌든 쪼개지는 상황인데, 잘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부 제기되는 ‘해산’, ‘청산’과 그것이 몰고올 파국적인 상황은 막아내자. 그동안 함께 해왔던 동지적 관계나, 이후 지역에서 연대해 나갈일도 고려해서 얼굴 붉히지 않고, 서로가 합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보자." 이것이 우리가 합의점을 찾아가는 큰 기준이 되었습니다.

    특히 ‘운영위원회의 만장일치’에 의한 합의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어느 지역위든 소위 다수파와 소수파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어떤 지역위는 소위 NL파가 다수이고, 어떤 지역위는 다00가 다수이고, 어떤 지역위는 소위 범좌파가 다수이고 그런 상황이 있는 건 ‘사실’이었기 때문에 다수결 혹은 주도권을 가진 몇몇 사람들만의 합의는 또다른 폭력이 될 수 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이런 민감한 문제에서는 그런 오해를 피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소위 다수파도, 소수파도, 000파(?)도 모두 들어와 있는 상태에서 ‘운영위원회 만장일치’가 진정한 ‘합의’를 의미한다고 판단했고 그것을 목표로 서로의 의견들을 조율해 운영위원회에 제출할 안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첫날 만남 후 저는 저대로, 구본승 부위원장은 부위원장대로, 백은진 운영위원은 그 분대로 돌아가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 다시 협의를 하였고, 다음 날 그 협의를 바탕으로 다시 논의하고… 그렇게 몇일을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정리해야 할 것들 중 가장 큰 문제는 자산과 부채

    지역위 자산 중 비품과 사무실 보증금 정도가 가장 큽니다. 그런데 사무실 보증금은 같이 쓰던 모 단체에서 전액 낸 것이었고 우리는 매달 월세만 내는 실정이었죠. 한편 강북구위원회는 지역위 운영에 쓰인 부채가 1000만원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한 가지 평소와 다른 것은 당시가 선거기간이었기 때문에 세액공제 후원금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무실을 누가 쓸 것인가는 일단 뒤로 미루고(나중에 월세 낼 사람이 쓰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자산과 세액공제 후원금 처리 방안, 지역위 운영을 위해 최선 구의원 개인에게 강북구위원회가 빌린 부채 1000만원의 해결이 과제로 남게 되었습니다. 최선 의원은 지역위 운영을 위해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고 1000만원을 빌려주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세액공제 후원금에 대한 분할

    당시 지역위 통장에 남아있던 세액공제 후원금은 대략 1300여만원, 중앙당에 대선 특별당비로 올리고 돌려받기로 되어있는 돈 대략 1000여만원, 그리고 부채가 1000만원 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산부채는 이렇게 처리하기로 하였습니다.

    "부채를 가장 먼저 갚고 나머지 자산은 기준을 정해 나누는 것이 옳다. 그러나 소위 당 사수파, 신당파 서로들 선거를 앞두고 돈이 없는 상태다. 최선 의원에게 부탁을 해서 부채를 나중에 갚을 수 있도록 하자. 그리고 당시 자산 중 나중에 민노당 중앙당으로 부터 총선시기에 돌려받게 되어있는 1000만원이 들어오면 바로 최선 의원에게 갚는 것으로 하자."

    이렇게 합의했고 다행히 최선 구의원이 이를 받아들여줘서 최선 구의원에 대한 부채는 중앙당에서 돈이 들어오면 즉시, 혹여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6월까지는 갚기로 하였습니다.(지금 민노당 측에서 자산 분할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연동하고 있는 부채 1000만원은 바로 이 돈입니다. 우리가 정리하면서 제일 먼저 갚기로 한 그 돈이지요.)

    그리고 남는 돈은 1300여만원입니다. 당시 지역위원회는 대선과 총선 기간을 거쳐 약 6080만원의 세액공제를 했고 이중 선거운동자금, 운영자금으로 쓰고 남은 세액공제액이 1300여만원입니다.

    법적으로 이 돈은 총선 후보 후원회에 귀속되어 있으나 함께 모아온 것이므로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것은 세액공제를 하거나 조직해온 사람의 의사를 물어 민노당에 귀속할지 신당에 귀속할지를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당시 지역위가 모금한 6080만원을 분류했습니다. 박용진(3400만원 모금), 김희서(510만원 모금), 구본승(320만원모금), 김일웅(220만원모금), 이경종(200만원모금)…

    이렇게 모금액을 살펴보니 소위 민노당 사수파가 모아온 금액은 약 500만원, 신당파가 모아온 금액은 약 5300만원 정도 였습니다.(세액공제 해주신 전원께 전화를 드려 모금액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을 여쭈어 보았습니다) 제 기억으로 비율은 약 8:92였던걸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그 비율에 맞게 남은 금액도 분할 하기로 했습니다. 1300만원을 8:92로 나눈 것입니다.

    민노당에서 어떤 분은 이 분할을 두고 ‘통장에 있던 1300만원을 가져간 도둑놈’이라고 이야기 한다고 합니다. 과연 그런 건가요? 서로 힘들지만 좋은 목표를 가지고 최대한 합리적으로 합의한 내용이 왜 이렇게 호도되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무실 비품의 문제

    자산들을 정리하면서 마지막 남은 게 사무실 비품입니다. 책상, 컴퓨터, 프린터기, 엠프, ARS 기기 등등이지요. 합의 과정에서 기준은 이렇게 정했습니다.

    함께 운영하면서 만들어온 비품 자산이므로 절반씩 나누는 것으로 했습니다. 탈당하신 한 당원께서 제공해주셨다가 다시 가져가신 팩스, 캠코더, 종이세단기, 전자랜지, 선풍기 1개를 제외하고 나머지 물품들에 대한 현금가를 책정하고 그것을 1/2로 나누기로 했습니다.

    다만 사무실을 계속 쓰는 쪽이 있을 것이므로 사무실을 유지하는 쪽이 나가는 쪽에게 그만큼의 현금을 지급하기로 했고, 앞으로 월세를 내며 사무실을 쓰기로 한 소위 신당파가 민노당 사수파에게 비품 계산비 430여만원의 1/2인 215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하였고 바로 지급을 완료하였습니다. 물론 그 책정금액이 적정한가는 모두가 몇 번씩이나 확인했고, 운영위원회에서도 만장일치로 확인한 내용입니다.

    들어는 보셨나요? 18개월 분할로 지급하기로한 퇴직금

    마지막 운영위원회를 앞두고 자산, 부채, 사무실 비품 문제가 어느 정도 정리되고 마지막으로 퇴직금 문제가 남았습니다. 이건 사무국장으로서가 아니라 한명의 상근자로서 저 개인에게도 해당되는 문제라 개인적으로는 좀더 신중하게 접근했습니다. 

    저는 당시를 기준으로 6년 전부터 상근을 시작했습니다. 활동비 월 20만원부터 받았습니다. 그 뒤 40만원, 당이 원내에 진입하고 나서는 60만원, 그리고 한 1년 반 정도 전부터 100만원 정도를 받게 되었습니다.

    현행 법대로 퇴직금을 계산해 보니 4년 반 상근했으니 약 400여만원을 받게 되는 것이더군요. 거기다가 사무차장과 의정지원부장 이렇게 해서 세명이 대략 700만원을 받는 걸로 계산이 되더군요.

    관악 등 몇몇 지역위와 중앙당은 퇴직금을 주는 것으로 정리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도 이 문제에 대해 안을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민노당 측에서 ‘5인 이상 사업장이 아니므로 줄 필요 없다’라는 이야기가 나와서 참 황당했습니다.

    그러나 계속 설득하고 협의하는 과정을 통해 서로 자금사정이 좋지 않으므로 ‘일했던 상근자에서 퇴직금은 지급한다’라는 원칙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즉시 퇴직금의 10% 지급, 4개월내 10%로 지금, 나머지 80%는 2008년 7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18개월 분할지급’으로 합의했습니다.

    "한 달에 4~5만원씩 18개월을 받는 게 퇴직금의 의미가 있냐?"라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그 분은 오히려 제가 설득했습니다. 민주노동당답게 "‘퇴직금을 준다는 원칙’을 확인하는 수준이면 된 것 아니냐. 서로 상황을 좀 고려해 주자"라고 말입니다.

    결국 민노당은 첫 10%만을 입금하고 이후에 퇴직금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한 달에 몇 만원, 많으면 십 몇만원의 금액이 ‘너무너무 탐이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좋을 수 있도록 원칙만 확인하고, 다른 것은 다 열고 서로 충분히 고려해 주자고 했던 제 생각이(18개월 분할지급을 보면 아시겠지요?) 누군가에게 ‘멍청한 어눌함’으로 보이고, 배신 당한 것만 같아 씁쓸합니다.

    합의를 지켜야 한다

    이러한 과정으로 자산분할과 퇴직금에 대한 합의를 마쳤습니다. 중간에 서로들 이렇게는 어렵다고 해서 무산될 뻔한 위기도 넘기고, 서로들 차라리 청산절차를 밟자라는 생각도 몇 번씩 들었겠지만, 제일 처음 확인한 원칙,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잘 정리하자’는 대의 속에 합의안을 만들었고 민노당 강북구위원회 운영위원 11명이 전원 참석하고, 당원들에게도 공개된(비디오 카메라로 녹화도 되고 있었죠) 마지막 운영위원회에서 만장일치 박수 속에 서로간의 약속을 통과 시켰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절차로 당시 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인 구본승 비대위원장이 ‘민노당 강북구위원회 대표’ 명의와 연대보증인 개인 ‘구본승’의 명의로 위의 것들을 이행하기 위한 모든 문서에 해당 채권채무자들과 서명도 완료했습니다.

    일부 민노당 당원은 그렇게 말한다지요. ‘민노당 자산을 빼앗아 간 도둑놈들’이라구요. 위 상황을 찬찬히 읽어봐 주십시오. 과연 그렇습니까? 지금 상황에서 약속을 어긴 쪽, 배신감을 느끼는 쪽은 어느 쪽이겠습니까?

    갈라지더라도 추한 모습 보이지 말자고, 최대한 이성적으로 합의안을 만들었습니다. 그것을 뒤엎고 ‘당연히 줘야 할 최선 의원의 개인 돈을 주지 않는’ 것은 공당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상근자의 퇴직금 지급을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는 것도 문제지만 ‘사상초유 18개월 분할 지급’이라는 약속에 담긴 ‘서로에 대한 배려’와 ‘동지로서의 최소한의 도리’를 져버려서는 더더욱 안됩니다.

    어느 쪽의 마음이 변했을 지언정… 적어도 그때 우리는, 강북구위원회 당사자들은… 남는 사람이든 떠나는 사람이든 서로를 믿고 최선의 약속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 마음, 그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그것이 함께 진보운동을 하는 사람들로서의 최소한의 도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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