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대통합 vs 당 정체성 강화
        2008년 07월 07일 08:10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후보들이 출마와 함께 내걸은 공약 가운데 혁신-재창당과 관련된 당의 진로와 방향에 대해서 입장 차이가 비교적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달 22일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통과된 혁신-재창당안은 당의 혁신과 외연확대를 통한 진보대연합을 강조하고 있지만, 비판적 시각을 가진 쪽에서는 외연 확대보다는 당의 정체성 강화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윗줄/왼쪽부터 강기갑, 박승흡, 오병윤, 유덕상, 이상현, 이수호, 우위영, 이영순, 최순영.
     

    혁신의 내용이 다르다

    이번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당의 혁신과 외연 확대 그리고 진보대연합으로 이어지는 재창당 과정을 중시하는 입장과 당내 혁신과 민노당 중심성을 강조하는 입장이 서로 맞부딪치면서 이 문제가 주요한 쟁점으로 부상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두 입장이 모두 당내 혁신을 강조하지만, 전자의 경우 패권주의 청산 등 민노당 내부의 부정적 유산에 대한 정리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반면, 후자의 경우는 민노당 정체성 강화 등 내적 통일과 결속을 위한 혁신을 더 강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후보군으로 보면 이수호, 이상현, 최순영 후보 측이 전자의 입장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으며, 박승흡, 오병윤, 우위영 후보 측은 당의 정체성 강화를 더 강조했다. 강기갑, 이영순, 유덕상 후보는 혁신-재창당에 대한 입장을 따로 공약에 포함시키지 않았으나 혁신-재창당안이 일부 수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혁신-재창당위원장을 지낸 이수호 후보는 △지도부의 효율적 역할분담 △진보진영 외연확대와 진보대연합 △패권주의 청산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당 대표다운 지도력으로 혁신을 이끌겠다며 혁신-재창당 작업에 자신이 적임자임을 내세웠다.

    혁신-재창당 위원을 지낸 이상현 후보도 △패권주의 척결 △민생활동․대국민 정치활동 강화 △진보세력 대단결 추진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혁신-재창당만이 민주노동당을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그 외에도 ‘온라인 진보생활공동체’ 등 웹 2.0정당을 표방한 것이 눈에 띄었다.

    최순영 후보는 “통과된 혁신-재창당 방안을 보완하고 구체적인 실현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실천기구를 구성, 운영하고 장기적인 평가회의와 자문회의를 구성”하겠다며 혁신-재창당안 계승을 첫 번째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최 후보는 그밖에 △시민사회 및 전문가 네트워크 구축 △여성정치인 육성계획수립과 조직문화 혁신 등을 약속했다.

    혁신-재창당안은 우항우의 길

    반면 박승흡 후보는 현재의 혁신-재창당안에 대해 반대 입장과 함께 당 정체성 강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 출마 기자회견에서 “혁신-재창당이라는 이름 아래 당을 덜 급진적이고 더 타협적인 쪽으로 이끄는 길은 우향우의 길”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당의 혁신을 이끌 수 있는 주요공약으로 배타적 지지단체 공직선거권 부여, 대의원 추첨제 도입, 사회연대전략 폐기, 북한 당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내세웠다. 이와 함께 당 정체성 확립과 광역시도당 강화, 대중투쟁 제일선 의원단 배치 등을 강조하며 ‘항미(抗美)연북(聯北)호민(護民)전투(戰鬪)정당’을 내세웠다.

    오병윤 후보도 ‘혁신-재창당안’에 대해서 의구심을 드러냈다. 오 후보는 “몇몇 부분을 빼고 혁신-재창당안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우선 당의 지도이념과 정체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노동자-농신-서민 중심의 당을 만들어가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오 후보 역시 주요공약으로 △현장에서 투쟁하는 지도부 △광역시도당 강화 △진보세력 중심성 확보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진보세력 대통합 등을 주장했다.

    우위영 후보 측도 ‘원칙 있는 혁신’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당원 중심의 당 활동 △노동자-농민-서민-중소상공인과의 정책적 연대 강화를 공약했다.

    강기갑 "원내외 아우르는 강력한 야당"

    이들과 달리 강기갑 후보와 이영순 후보는 혁신-재창당안에 대한 입장이 뚜렷하지 않다. 강 후보는 주요 공약으로 △원내외를 유기적으로 통일한 강력한 야당 △당원, 국민과 소통하는 직접정치 △한미FTA 비준 저지, 2010지방선거 승리 △지역중심, 현장중심, 당원중심의 기풍과 문화 정립 등을 제시했다.

    이영순 후보는 △대중과 호흡하는 당 정치활동 △지역정치활동 체계 수립, 후보응원군 준비사업 등 2010 지방선거 승리 △국회의원 활동에 대한 당원 및 이해 당사자 선전사업 강화, 국회의원 대국민 접촉사업 강화 등을 제시했다.

    강기갑 후보 측 박웅두 보좌관은 “기본적으로 당이 바꿔야 한다는 인식은 공감하지만 어디를 중심으로 바꿔야 할지 고민 중”이라며 “우선 당이 노동자-농민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지만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것도 아닌 만큼 노동자-농민 중심을 강화하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순 후보는 “혁신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무엇보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민생을 확고히 틀어쥐는 당의 노선과 정책”을 강조한 바 있다.

    유덕상 후보 측 김창희 선대본부장도 “(혁신-재창당안이)미흡하다고 본다. 지난 시기 혁신안에 나왔던 내용들과 큰 차이가 없이 되풀이 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유 후보는 △진보신당을 포함한 진보대통합 △당 교육기관 강화와 수도권 연수원 설치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