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치지 않는 사람들의 대동세상
    장마도, 태풍도 촛불 꺾을 수 없다
        2008년 07월 06일 05:3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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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밤 태평로 일대는 뜨거운 열기로 출렁댔다. 좀처럼 자리를 뜨지 않는 시민들의 ‘질긴’ 함성과 노래에 찜통 더위마저도 녹아내렸다. 시민들은 이날도 예의 그 익숙한 발걸음으로 가두 행진을 마치고, 투쟁과 축제가 뒤섞인 난장을 벌였다.

       
      ▲사진=손기영
     

    무대에서는 가수 안치환씨를 비롯한 다양한 퍼포먼스와 몸짓이 새벽 2시 30분께까지 다채롭게 채워졌으며, 시민들은 지치지도 않는지 일일이 박수와 어깨 춤으로 화답해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그간 열심히 싸운 시민들을 하모니카 선율부터 힙합까지 이어지는 가락에 몸과 마음을 맞긴 채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며 밤을 지샜다.

    지치지 않는 사람들의 대동세상

    시청 앞 태평로는 시민뿐 아니라 상인들의 천국이기도 했다. 빼곡히 들어선 노점상으로 인해 거리는 오징어를 굽고, 통닭이 노릇하게 익어가는 향긋한 음식 냄새가 출출한 배를 자극하며 진동을 했다. 이런 가운데, 전국농민회총연합회 회원 80여명이  1t 트럭 3대 분량의 수박과 토마토, 오이를 가져와 시민들에게 나눠져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이에 새벽 1시께 민주노총 산하 철도 노조도 시민들의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도시락을 배포해,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받는 등 훈훈한 풍경이 이어졌다. 도시락을 받은 임영준 씨(33)는 “평소 ‘노조’하면 거부감이 있었는데, 조합원들이 도시락까지 손수 준비하는 것을 보니 갑자기 따뜻해지고 친숙해지는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최근 또 다시 ‘지못미’ 열풍이 불고 있는 진보신당 천막 주변에는 노회찬, 심상정 대표와 진중권 교수 등을 보기 위한 시민들이 인산인해를 이뤄 높아진 지지율을 실감케 했다. 이날은 박노자 교수가 촛불 현장을 처음으로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손기영 기자.
     

    박 교수는 "완전히 시민들의 해방구같다. 이건 좋은 의미의 문화혁명"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의 억지로 전화위복이 돼 진보신당과 민노당의 지지율이 꾸준히 오르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대통령이 억지를 계속 이어주기를 바란다"며 웃었다.

    박노자 "좋은 의미의 해방구, 비정규 투쟁 빠져 아쉬워"

    그는 "촛불 문화제에 기륭 등의 비정규직 투쟁이 빠진 건 아쉽다"면서, "촛불문화제가 계속 힘있게 지속되려면 비정규직 투쟁과 만날 수 밖에 없으며 시민단체들도 이를 곧 깨닫게 될 것이다.  중산층은 하다가 지치면 그만 할 수도 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삶의 문제이기 때문에 투쟁을 멈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향후 촛불은 어떻게 될까. 시민들은 촛불의 불씨가 일상으로 파고들어 계속 타오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광화문 밖 외부 시민과 소통하고 싶어 ‘촛불시민특보’라는 신문까지 직접 만든 김 아무개(34)씨는 "외형상 일시적으로 촛불이 사그라드는 것 처럼 보여도 시민들의 마음 속에는 영원히 촛불이 켜져 있을 것"이라면서 "쇠고기뿐 아니라 이명박 정권이 또 무리수를 두면 촛불 든 사람들은 언제든 들고 일어날 것이며, 이번 경험이 우리 시민들을 너무 많이 변하게 했다"고 말했다.

       
      ▲사진=손기영 기자
     

    김씨는 "기륭 등 비정규직 투쟁의 문제가 빠진 구조적 한계에 대해서는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이번 쇠고기 협상을 통해 자연스럽게 한미 FTA와 민영화 문제에 시민들이 관심을 갖게 된 것처럼 사회적 관심이 확대되면 언제가는 비정규직 문제도 이슈화될 것 같다"고 관측했다.

    김태섭씨(25)는 "촛불도 좋지만, 가장 뚜렷한 답이 나올 수 있는 ‘국민투표’가 추진되어야 하고 그렇게 하자는 국민적인 의견도 나올 것 같다”고 했으며, 김재환 씨(31)는 “앞으로도 이명박 정부를 향한 국민들의 저항은 장기화될 것 같고, 아무리 기간이 길어져도 지치지 않을 걸로 본다. 촛불뿐 아니라 불매운동 등 저항의 방법이 다양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노회찬 "장마도 태풍도 소용없을 것이다"

    진보신당 노회찬 공동대표는 "장마도 소용없고 태풍도 꺾지 못할 것 같다. 이명박 정부가 시간이 지나길 기다리고 공권력으로 탄압한다고 사그라들 촛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진=손기영 기자
     

    한편, 이에 앞선 거리 행진에서 일부 시민들이 광화문과 종로, 안국동 일대에 분산돼 종로서 앞에서 구속자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안국동 일대에서 전경과 대치해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으나 별다른 충돌없이 시청 광장으로 합류해 마무리 됐다.

    태평로 일대는 새벽 4시께가 되서야 고요함이 찾아들기 시작했으며, 그때까지 남은 2만여명의 시민들은 준비해온 담요 등을 둘러싸고 지난 2달간 ‘단련된’ 자세로 잠을 청했다.

    서로 땀을 닦아주는 연인, 한가득 소풍 음식을 준비해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가족, 오랜만에 만나 쌓인 회포를 푸는 동기 등 각양각색의 시민들이 축제를 만들어가는 사이 또 하루가 촛불 역사에 보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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