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중권, 밤의 대통령…칼라TV, 밤의 경찰서"
        2008년 07월 06일 12:5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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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흐르던 5일 저녁, 수많은 인파로 열대야의 효과가 가중되는 서울 도심 거리 한복판에서 ‘칼라TV’ 스탭들은 뛰고, 뛰고, 또 뛰었다. 너무 앞에 왔으면 반대로 뛰고, 사람들이 앉아 있으면 사람들 사이를 누비면서 뛰었다. 어느새 모든 스탭들 얼굴 전체에 구슬 땀이 흘러내렸지만 땀 닦을 시간도 없이 그들은 다시 뛰었다.

    엄청난 시청률로 인한 엄청난 트래픽을 자랑(?)하는 ‘칼라TV’는 위험한 곳을 마다않고 어느 현장마다 생생하게 보여주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위험을 무릅쓰고 대치현장에 갔다가 카메라가 파손되기도 하고, 일부 보수단체들의 시위현장에 갔다가 몰매를 맞을 뻔 한 적도 있다. 그럼에도 오늘 ‘칼라TV’는 여전히 돌아간다. 엄청난 트래픽을 기록하면서. 

       
    ▲칼라TV를 보고 환호하는 시민들(사진=정상근 기자)
     

    뛰어다니느랴 얼굴에 온통 땀이 맺힌 ‘김씨’는 주말마다 ‘칼라TV’ 현장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이들 중 한 명이다. 여태까지 3번 정도 참여했는데 이날은 특히 힘든 모양이었다. 그는 “오늘은 사람이 많고 더워서 앞에서 뒤로 왔다 갔다 하는데도 다른 때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힘들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중심이 된 촛불문화제 초기인 5월 9일부터 촛불시위를 거의 매일 생중계해온 ‘칼라TV’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많은 애환을 겪었다. 첫 방송부터 자원봉사를 해 온 ‘골리앗’은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다”고 말했다. 

    물대포와 경찰에 파손되고 빼았긴 장비들

    특수임무 수행자회의 ‘현충일 난동’ 때 다리를 다친 바 있다는 그에게 ‘칼라TV’의 애환을 물었다. 그는 “처음 장비들은 이미 물대포에 맞고, 경찰에 빼았기고 파손되었고 두 번째 성금으로 산 장비도 그렇게 되었다”며 “우리는 ARS를 할 수 없는 처지라 성금 모금이 쉽지 않은데 모금이 안 되면 서버조차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역시 문제는 돈이었던 것이다.

    또 다른 애환은 시간이다. 시위 시작과 끝을 함께 하다 보니 스텝들은 만성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골리앗’은 “‘칼라TV’스텝들 사이에서 ‘돈 받고 하는 거였으면 진작 노사분규가 일어날 일’이란 농담이 흘러나오고 있다”며 “나도 언제였던가, 3일 동안 2시간 잔 적도 있었다. 만성피로다”라고 말했다.

       
    ▲칼라TV 투톱, 이명선과 진중권(사진=정상근 기자)
     

    그나마 얼마 전까진 천막이 있어 방송이 편했다. 물품들도 천막안에 보관할 수 있었고 안에서 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시에서 천막을 철거하고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얇은 지갑을 털어 여관방을 하나 잡았다. 거기에 보급물품을 쌓아두고 필요한 물건을 천막에 가져다 쓰고 있다. 

    여관방을 보급소로

    이렇게 고생길이 훤함에도 ‘칼라TV’에는 여전히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 일에 전념하기 위해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 둔 자원봉사자도 있다고 ‘칼라TV’ 스텝들은 귀뜸했다. ‘칼라TV’는 그만큼 사랑받고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이 많을 때는 카메라를 3팀으로 나누어 한 팀당 6~10명의 스텝이 활동할 정도였다. 그리고 진중권 교수가 진보신당에 난입한 특수임무 수행자회 사람들을 취재하다 봉변을 당한 이후 ‘칼라TV’ 경호원이 생기기도 했다.

    현재 경호원은 모두 3명으로 이들은 모두 관련직종에서 일해 본 경력이 있다.

    처음 진중권 교수의 개인 경호를 자처하고 나선 남성은 “난 정치적인 목적이 없는 사람으로 진중권 교수가 맞는 것을 보고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같이 다녀보면 너무 좋다. 오히려 저들이 나를 지켜주는 것 같다”며 “특히 진중권 교수는 이것저것 많이 챙겨주신다”고 말했다.

    칼라TV 경호원 생기다

    또 다른 경호원은 “또다시 강조하는 건 우린 이명박을 반대하긴 하지만 정치색을 띄지 않는다”며 “지금이 70년대도 아니고 이런 테러는 있을 수 없다. 이명박 정부가 잃어버린 10년을 돌려놓겠다고 하더니 30년을 돌려놨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사랑을 보여주는 장면은 또 하나 있다. ‘칼라TV’ 천막 안에는 작은 모금함에는 딱히 홍보하는 사람도 없는데 많은 사람들이 돈을 기부하고 있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20대 여성은 “‘칼라TV’를 잘 보고 있어 시청료 차원에서 냈다”며 “1천원 밖에 안냈는데 인터뷰를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다음에 여유가 생기면 좀 많이 내겠다”며 웃었다.

    사랑은 신뢰를 바탕으로 온다. ‘골리앗’은 “천막 안에 앉아 있다 보면 짐을 맡기러 오는 분들이 꽤 계신다”며 “그럴 때면 좀 당혹스러운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중권이 밤의 대통령이라면 ‘칼라TV’ 천막은 밤의 경찰서란 말이 있다. 사람들이 문제가 생기면 우리 쪽에 계속 문의를 해온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조선일보>에 ‘인민재판’이라고 대서특필된 사건도 ‘칼라TV’ 천막 앞에서 일어났다. ‘골리앗’은 “사람들에게 다른 곳으로 가시라고 해도 결국 여기에서 해결을 보시고자 했다”며 “당황스러웠지만 그만큼 ‘칼라TV’에 대한 신뢰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생생한 시민인터뷰는 칼라TV의 가장 큰 특징이다.(사진=정상근 기자)
     

    시민들의 이러한 신뢰는 위의 경우처럼 가끔 당황스러운 형태로 나타나긴 하지만 이들에겐 그야말로 큰 보람이다. ‘골리앗’은 “시민들에게 신뢰를 받는다는 것이 보람”이라며 “거의 종군기자식으로 따라 붙기 때문에 시민들이 신뢰를 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칼라TV로 인해)진보신당이 새로 태어난 것도 보람”이라고 말했다.

    오늘도 여전히 시위 현장 곳곳을 발빠르게 누비는 진중권 교수와 이명선 아나운서 등 ‘칼라TV’ 스탭들이 지나가면 박수와 환호성, 플래쉬 세례가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받는 각종 물과 간식은 서비스다. 이런 시민들의 사랑과 신뢰를 받고 ‘칼라TV’는 열에 달궈진 노트북과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발에 땀나도록 뛰고 또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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