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제자로서 국가 폭력 용납 못해"
By mywank
    2008년 07월 05일 01:2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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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저녁 6시 ‘국민주권 수호와 권력의 참회’를 위한 시국법회가 열리는 시청 앞 광장에는 하얀 양초 대신 연꽃장식을 한 촛불들이 광장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주최측 추산 3만여 명의 인파가 광장을 가득 메웠다. ‘중생이 아프면 보살이 아프다’, ‘누운 풀처럼 낮추시오’ 등 그동안 촛불문화제에서는 볼 수 없었던 피켓 문구들이 눈에 띄었다.

   
  ▲ 4일 저녁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는 불교 시국법회가 열렸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날 저녁 시국법회에 앞서 스님 500여명은 오후 5시 조계사에서 거리행진을 시작해 6시 반 경 서울시청 앞 광장에 대열이 도착했다. 스님들의 입은 굳게 다물어져 있었으며, 거리행진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구호조차 들을 수 없는 ‘침묵 행진’이었다. 스님들의 거리행진 대열이 광장에 들어서자 무대차량 옆에 있던 법고가 ‘쿵쿵’ 울리기 시작했다.

욕심 버리고, 누운 풀처럼 낮은 자세로

불교에서 법고는 보통 축생(네발 짐승)을 구제하기 위해 두드리나, 이날은 북의 한자 뜻처럼 ‘법을 울린다’는 의미로 법고를 두드렸다고 현장에 있던 스님들은 그 의미를 설명했다. 이날 불교 법회는 스님과 불교신자 뿐만 아니라 일반시민들도 행사에 많이 참여했다.

불교신자인 고영민 씨(26)는 “그동안 ‘미국산 쇠고기 문제’에 관심을 갖고 촛불문화제에 참여했지만, 특히 오늘은 불교 시국법회가 있다고 해서 일찍부터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달려왔다”고 말했다.

이어 고 씨는 “이명박 정부의 모든 문제는 ‘욕심’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본다”며 “이명박 대통령부터 욕심을 버리고 누운 풀처럼 낮은 자세로 국민들은 섬겨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정장희 씨(42)는 “기본적으로 이명박 정부는 쇠고기 문제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목소리를 끝까지 무시하면서 국민들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까지 짓밟아 버렸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국민들이 자존심이 회복될 때지 나는 촛불을 계속 들겠다”고 강조했다.

   
  시국법회에 참여한 스님들의 모습. (사진=손기영 기자)
 

정 씨는 “이명박 정부가 그동안 촛불문화제 참여한 시민들에게 무자비하게 폭력을 휘두르며 공포심을 심어주었는데, 종교계가 촛불문화제에 참여해 꺼져가는 촛불을 살리면서 다시 ‘비폭력’ 기조로 집회를 만들어가는 것 같다”며 “이와 함께 종교인들이 나서 이명박 정부 때문에 고통 받는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점이 고맙다”고 말했다.

거리행진을 마치고 돌아온 스님들이 모두 자리에 앉아 이날 불교법회는 ‘삼귀의례’를 처음으로 순서가 시작되었다. 이어 불교 환경연대 대표인 수경스님이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민주주의와 국민주권 수호 위해 모였다"

수경 스님은 “여기에 있는 불자들과 시민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린 민주주의와 국민주권 수호를 위해 모였다”며 “중생들을 떠나서 깨달음을 추구하려는 것은 무의미 하다”며 국민들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어 수경 스님은 “국민들 향해 물리적인 폭력을 가하는 정권은 기본적으로 존립의 근거가 없고, 어떠한 이유로도 국가의 폭력은 용납될 수가 없다”며 “부처님의 제자로써 이런 상황을 지켜만 보고 있는 것은 죄를 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경 수님은 또 “촛불은 ‘비폭력’을 전제하였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고, 촛불은 인간 존엄에 대한 경외를 나타내는 ‘마음의 언어’라고 말할 수 있다”며 “한나라의 대통령은 권력의 정점에 있는데 무슨 욕심이 있어 그러는지 모르겠고, 자신을 낮춰 겸손해지는 것이 천심을 얻는 길”이라고 말했다.

   
  한 불교신자가 연꽃장식이 달린 촛불을 들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어서 조계종 교육원장이자 시인인 청화 스님은 시국법어를 통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80년대와 같은 ‘높은 산’이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이란 콩깍지가 씌워져서 그런지 한 쪽 눈을 실명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외눈박이 대통령

청화 스님은 또 “이명박 대통령은 한 가지는 보지만, 나머지는 제대로 보지 못한다”며 “예를 들면 추가협상은 보면서 재협상은 보지 못하고, 국민들의 고통은 보지만, 자기는 무엇을 고쳐야 할지는 보지 못하는 외눈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한쪽 눈으로 보면 촛불만 보이지만, 두 눈으로 보면 촛불 속의 영혼까지 보인다는 말을 이 대통령에게 꼭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스님들은 또 이날부터 정부가 시민들이 요구를 들어줄 때까지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키로 했다. 스님들은 "사제단의 단식 농성을 이어받아 끝까지 촛불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이날 불교 시국법회는 ‘국민주권 수호’, ‘권력의 참회’란 주제로 열렸지만, 특히 이명박 정부의 친기독교 성향이 초래한 ‘종교편향’ 문제를 지적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또 행사장 주변에는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 도를 넘었다’라는 제목의 유인물들이 나눠지고 있었고, ‘점잖은 불교신자들 뿔났다’라고 적힌 현수막도 내걸려 있었다.

산속의 스님들까지 나오게 만든 정권

불교신자인 이동준 씨(45)는 “얼마 전 국토해양부의 ‘알고가’ 지도에서 정말 어이가 없게 조계사만 쏙 빼놓고 만들어 졌고, 기독교인 중심의 코드인사나 ‘모든 정부 부처의 복음화가 나의 꿈’이라고 말한 청와대 경호처 차장의 망발 등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에 할 말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씨는 “한반도 대운하나 광우병 쇠고기 문제 역시 불교적 가치인 생명과 환경을 무시하면서 초래된 결과”라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지 ‘기독교 공화국’은 아니”라고 비판했다.

무대에 오른 법진 스님 역시 “이명박 정부가 오죽 잘못했으면 중고등학생들이 교실에서 뛰쳐나와 거리에서 촛불을 들겠나”며 “또 계속 이런 일들이 반복되니깐 이제는 산속에서 정진하고 있어 할 스님들까지 거리로 나오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진 스님은 “광우병 쇠고기 등도 문제지만, 특히 요즘 이명박 정부가 국민들의 갈등을 조장하는 ‘편 가르기’를 하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는 계층 간, 집단 간, 종교 간의 분열을 더 이상 초래하지 말고 참회하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불교 시국법회에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종훈 신부가 무대에 올라 많은 박수를 받았다. 전 신부는 마이크를 잡자 “성불하십시오”라고 손을 모아 인사했고, 이어 “옆에 있던 스님이 그렇게 인사하라고 가르쳐 주셨습니다”라고 말하며 행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 거리행진에 선두에 자리한 사천왕상 및 촛불소녀 모양의 장엄등. (사진=손기영 기자)
 

전 신부는 이어 “고기를 안 먹는 스님들이 왜 화가 났는지 이명박 대통령은 한 번 생각해 보라”며 “두 달 동안 국민들이 오만한 이명박 대통령이 참회하기를 바랬지만, 돌아온 건 ‘배후론’과 공권력의 협박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전 신부는 “이런 이명박 정부의 폭정 때문에 상처받은 국민들에게 조금이나마 따뜻한 위로가 될까 해서, 이렇게 종교계가 여러분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게 되었다”고 말했다.

고기 안 먹는 스님들 화난 이유 알아야

전 신부의 말이 끝나자 시국 법회에 모인 스님들과 신자들은 ‘촛불을 위한 생명과 평화의 108 참회문’에 맞춰 108배를 시작했다.

덥고 습한 날씨에 108배를 하는 스님과 불교신자들의 이마에는 어느덧 땀이 맺혔지만, 이들은 눈을 지긋하게 감고 108번의 참회의 절을 끝까지 수행했다. 주변에서 이를 지켜본 시민들은 108배를 마친 스님과 불자들을 향해 큰 박수를 보냈다.

이어 밤 9시 3개의 장엄등을 앞세운 거리행진이 진행되었다. 특히 이날 거리행진에 동원된 3개의 장엄들은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었다. 하나는 촛불소녀 모양을 한 장엄등이었고, 양 쪽에 있는 두 개의 장엄들은 가운데 있던 촛불소녀를 지키기 위한 사천왕상 장엄등이었다.

이날 거리행진은 아무런 구호를 외치지 않는 ‘침묵행진’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또 시민들은 남대문과 명동을 거쳐 밤 10시 15분 다시 서울광장에 도착해 마무리 집회를 가진 뒤 자진해산했다. 거리행진을 마친 스님들은 곧바로 시청 앞에 마련된 ‘천막 농성장’으로 발걸음 돌려, ‘단식 정진’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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