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통령 장로라고 무조건 옹호 말아야"
        2008년 07월 04일 12:2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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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되살려논 촛불을 기독교 목회자들이 받아들였다. 목회자들은 평화행진에 앞장섰고 한 손에 촛불, 한 손에 장미를 든 1만여 명(주최측 추산 1만5천명, 경찰추산 3,500명)의 시민들이 그 뒤를 따랐다. 4일째 충돌 없는 거리행진이었다.

       
     ▲행진 중인 목회자들과 시민들(사진=뉴시스) 
     

    ‘국민존엄 선언과 평화집회 보장을 위한 기독교 시국기도회’가 열리기 전 들꽃 향린교회 김경호 목사는 “일부 보수적인 개신교 사람들이 국민의 뜻을 반하는 집회와 맞불집회로 이 광장을 혼탁하게 만들어 여러분들에게 걱정을 끼친 점 깊이 사죄를 고한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는 “많은 개신교 신자들이 함께 해왔음을 알아달라”고 말했다.

    일부 개신교도 행위 사죄합니다

    이날 기도회 설교에 나선 임명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은 촛불을 든 민심을 천심으로 받아들이고 국민 앞에 사과하고 폭력진압에 책임 있는 사람들은 엄하게 벌해야 한다”며 “일부 기독교인들도 대통령이 교회의 장로라는 이유로 무조건 그의 정책을 옹호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반도 대운하로 산천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고 뉴타운 열풍으로 가난한 서민들의 가슴은 무너졌다”며 “이 정권은 헛된 욕망을 부추기는 거짓으로 시작해서 거짓과 기만으로 점철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정권 아래 하루라도 산다는 것이 슬프고 괴롭지만 거짓이 진실을 이길 수 없다는 말에 의지해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기독교협의회와 광우병 기독교 대책회의는 ‘현 시국에 대한 기독교의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촛불 민심은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지키겠다는 소박한 요구로 이는 정당한 요구”라며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을 전면 재협상하고 검역주권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중동에 대해서는 “폭력시위로 왜곡하며 진실을 기만하는 보수언론은 각성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검·경은 폭력진압을 멈추고 연행자와 구속자를 석방해야 한다”면서도 “폭력은 폭력을 낳고 갈등을 증폭시켜 여론의 따가운 지탄을 받게 되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도 폭력을 사용하지 말자”고 비폭력을 강조했다.

    평화시위도 할 만하지만, 그 전에도 괜찮았다

    이어 8시 경부터 행진이 시작되었다. 목회자들이 앞장선 행진은 그 전과 같이 남대문과 명동을 거쳐 을지로를 통해 시청으로 돌아오는 코스였다. 목회자들은 “천주교 신부님들의 거리행진 원칙은 침묵이지만, 오늘은 인왕산까지 들릴 정도로 기도를 해달라”고 말했다.

    평화롭게 ‘1시간 코스’의 행진을 마친 시민들은 다시 모여 촛불문화제를 진행했다. 이날 자유발언대에 오른 이천 아름다운 교회 신광수(47)목사는 “목사인 우리가 잘못했다. 한국 교회, 목사가 때로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는 것을 알고 있다. 다 우리들 잘못”이라며 큰 절을 올렸다.

    그는 “지난번 새문안 교회에서 앞장서봤고 몸싸움도 해봤다. 우리가 길을 가는데 길을 막았다. 그래서 너무 화나 길 좀 텄다. 타이어에 바람좀 뺐다. 그럼 길을 막은 사람이 잘못이냐 바람 뺀 사람이 잘못이냐”며 “바람뺐다고 물대포 쏘는 정권, 어청수부터 파면시키고 이명박 대통령도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7월 5일까지 재협상 한다고 선언해야 한다. 우리는 평화시위도 할 만하지만, 그 이전의 시위방식도 할 만했다”고 말하자 시민들은 큰 박수로 동의를 표시했다.

       
      ▲촛불문화제 자유발언을 듣고 있는 시민들(사진=정상근 기자)
     

    이어 일본에서 온 평화순례단이 연단에 올랐다. 그들은 “5월 한 달 동안 한국에서 촛불집회가 있었던 것을 알지 못했지만 6월 10일이 되어서야 일본에서도 크게 보도가 되었다”며 “보도를 보고 폭력시위인 줄 알았는데 놀랍다. 오늘 비폭력 평화행진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제일 놀랍고 감탄하는 것은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촛불이 꺼지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한국의 역동적인 모습을 배워 일본에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4일에는 불교가 주관하는 ‘시국법회’가 7시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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