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원들이 달라졌어요"
        2008년 07월 04일 02:5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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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신당 당원들이 바뀌고 있다. ‘팔뚝질’ 한 번 안 해보고, 전투경찰 앞에서 스크럼 짜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진보신당의 당원으로 입당하고, 주축이 되어가고 있다. 이들은 소위 ‘운동권’은 아니지만 이랜드 비정규직을 위해 성금을 보태고 쇠고기 파동에 주저 없이 촛불을 들고 나온 사람들이다.

    이들 중에는 노무현, 문국현의 진보에 ‘속았던’ 사람들도 있고 운동권으로 ‘동원’되기 싫어 진보에 대한 애정을 가슴 속에서만 가지고 있던 사람들도 있다. 보수, 진보를 떠나 ‘먹고사는데 도움이 될 정당’ 같아서 입당한 이들도 있다. 그동안 진보정치에 소극적이었던 이들이 진보신당에 대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진보신당의 위상을 높인 ‘칼라TV’. 스탭 중 다수가 ‘새로운 당원들’로 구성되어 있다.(사진= 블로그 ‘처절한 기타맨’)
     

    "민노당 출신 대 신입은 4:6 정도"

    현재 진보신당 당원들 중에는 민주노동당에서 분당되어 나올 때 함께 탈당한 후 입당한 당원보다 ‘새로운 당원들’의 수가 더 많다. 총선 이후 ‘지못미’ 열풍을 타고 새로운 당원들이 급증했던 진보신당은 다시 촛불정국을 거치며 4,000여 명이 더 입당했다.

    박성이 조직팀장은 “현재 14,000여 명의 당원 중에서 민노당에 계셨던 분들과 새로 들어오신 분들의 비율이 약 4:6 정도 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 및 수도권 같은 경우는 처음 당적을 갖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등 각 지역마다 편차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당의 한 관계자도 “지난 6월 14일 워크샵에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낸 통계에서 기존 민노당에서 오신 분들이 40%정도이고 60%가 정당 활동 경험이 없는, 새로 가입하신 당원분들”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당 관계자도 “처음 정당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 부산에서도 당원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당원들’의 등장에 기존 ‘운동권’ 당직자들은 고무되면서도 내심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고무적인 것은 이들의 적극성과 생기발랄함이다. 온라인에 익숙한 이들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당직자들을 감동시킨다.

    생활 속의 진보정치에 갈증

    진보신당 칼라TV, 촛불 사진을 찍기 위해 시작된 ‘칼라뉴스(colornews.org)’도 당원들의 자발적인 모임이었고 이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사람 대다수가 ‘새로운 당원들’이다. 칼라TV 조대희PD는 "참여 스탭 중 상당수가 처음 당적을 갖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념을 떠나 생활에 밀접한 이야기들을 즐겨하고 생활 속에서 진보정치를 목말라 한다. 민주노동당에서 대의원 경험이 있는 안기석 당원은 “의정부에서도 모임에 나가보면 민노당에서 보지 못했던 당원들이 많이 나와 있는 것을 보고 ‘새로운 당원들이 많구나’라는 느낌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은 생활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고 그 속에서 정치적 활동방안을 찾는다. 무거운 주제보다는 생활과 밀접한 주제를 이야기한다”며 “예를 들어 ‘주변 아파트 동대표로 나가서 아파트 주민들을 위해 움직이고 행동하자’는 의견이 그렇다. 큰 선거가 아니더라도 주민과의 관계 속에서 진보신당의 미래를 모색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원들의 아이디어는 중앙 당직자들을 앞서간다. 부산시 당원들이 주축이 되어 큰 반향을 일으킨 ‘까발리아호’.(사진=레디앙)
     

    당혹스러운 점도 있다. ‘새로운 당원들’은 조직에 익숙하지 않다. 촛불집회를 예로 들어보면 이들은 진보신당 깃발 아래보다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참여하고 있다. 정경섭 마포구 당원협의회 임시대표는 “새로 가입하신 분들은 운동권에서 활동을 안해 보신 분들이 있어서 가끔 그들과 눈높이가 다른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깃발보다 연인, 가족이 더 좋아

    그는 이어 “마포 같은 경우는 330여 명 중 130여 명 정도가 민노당에서 오신 분이고 나머지 200여명 이 처음 정당에 가입하신 분”이라며 “이분들은 독특하게도 촛불집회에는 대부분 결합하지만 당 깃발 아래 모이기보다는 친구, 연인, 가족끼리 오시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운동권’ 출신 당원들에겐 이들이 다소 답답해 보일 수도, ‘새로운 당원들’에겐 ‘운동권’ 당원들이 꽉 막혀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결합은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것이 당원들의 생각이다. 부산시당 ‘핑크TV’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태림씨는 유일하게 민노당 당원 출신 스탭으로, ‘새로운 당원’ 7명과 함께 활동하고 있다.

    그는 “답답하거나, 의견충돌이 일어나는 일이 없냐”는 질문에 김씨는 “그런 일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 당원이 되신 분들도 진보적 과제에 대해 고민해 오셨던 분”이라며 “방법상의 이견이 있을지 몰라도 토론과 회의를 통해 의견 차이를 좁혀왔고 이렇다 할 이견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주노동당 때는 페이퍼 당원이었다. 예전에 지역위원회에서 한 번 참여해보고자 마음을 먹었었는데 몇몇 부정적인 모습을 보고 마음을 돌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민노당 때는 여러 정파들이 얽혀 있어 말 한 마디 하는데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지만 진보신당에선 눈치 보지 않고 이야기할 것은 이야기한다. 오히려 연대감이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눈치보지 않고 얘기할 수 있어서 좋다

    ‘새로운 당원’들은 왜 진보신당을 택했을까? 정당에 처음 입당한 진보신당 당원 노정태씨는 자신을 “운동권 친구는 많아도 운동권으로 활동했다고 볼 수 없다”며 “민노당에 입당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있었는데 민노당에는 어떤 ‘중심세력’이란 것이 있어 보여 망설여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때 마침 당내 문제(일심회)가 터져 나와 (민노당에) 가입하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며 “이때 탈당한 세력이 진보신당을 만드는 것을 보고 참여했는데 지금 입당 안 하면 기존의 정치체제를 바꾸는 데 일조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당비는 계속 납부하고 있지만 지역위원회 등에 적극적 참여하지는 않고 있다. 노 씨는 “촛불시위는 나가지만 (진보신당) 깃발 아래 있지는 않는다”며 “마침 촛불시위가 터져서 그렇지 당에서 당원들의 활동범위는 좁은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당원들에게 많은 활동기회를 주는 당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보신당 당게시판 아이디 ‘라흐쉬나’의 글도 의미심장하다. 그는 "나는 공부만 하던 사람으로 학생회에 참여한 적도 없고, 노동운동을 해 본 적도 없지만 기본적으로 ‘진보’라는 가치에 중심을 두고 있다"며 "다른 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용 그리고 포용, 여기서 진보의 참가치가 우러나온다고 생각한다. 나처럼 진보적 가치에 의의를 두고 있는 사람들이 찾아온 곳이 이 곳, 진보신당"이라고 말했다.

    타인에 대한 애정과 관용에서 진보 가치 나와

    이어 그는 "어쩌면 현재 진보신당이 가지고 있는 것도 이미지뿐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이미지는 허상이 아니라 본바탕에서 자연스레 스며 나오는 이미지가 되어야 할 것"이라며 "흔히 쓰는 ‘투쟁’이라는 말에서 풍겨나오는 이미지에 더럭 겁을 먹고 쉽사리 진보정당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는 경우도 꽤 많다. 바로 나 같은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런 사람들이 자연스레 생활 속에서 진보를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을 설득해서 지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상과 이념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실제 서민들의 고통을 줄여줄 정책으로 서민들의 지지를 받는 것이 진보신당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생기발랄함은 진보신당 신입 당원들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다. 지난 4월 평당원이 주축이 돼 기획, 진행된 한강 소풍 장면(사진=레디앙)
     

    한편 당직자들은 ‘새로운 당원들’의 참여방식과 활동범위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24일 확대운영위원회에서 심상정 상임공동대표는 “진보신당에는, 민노당에서 활동해온 것이 아닌 새로 들어온 당원들이 60% 정도로 이들은 현재 자발적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이들의 자발성이 어디로 갈지 당에서 길을 열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치웅 서울시당 위원장은 “이 분들이 기존의 운동권 방식을 싫어하는 것은 아닌데 ‘민주노동당 시절의 방법은 좀 아니지 않나’라고 의구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다”며 “점점 이 분들이 많아지는데 이 분들과 함께 그리고 이 분들과 맞춰 당 사업기조를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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