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폭소, 신명난 시민들
    2008년 07월 03일 01:0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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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속에 깃발도 펄럭였고, 시민들의 마음도 신명에 펄럭였다. 민주노총이 총파업에 돌입해 긴장이 고조되던 2일 장대비를 반주 삼은 3만여 명의(주최측 추산) 시민들은  춤과 기차놀이로 촛불문화제의 승리를 확인했다. 행복에  겨운 시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다함께 어깨 걸고 노래하고 춤추는 이맛을 아느냐고?"고 물었다.

평화 행진을 한 선물로 사제단에게 단결과 사랑을 상징하는 백합과 장미를 받은 시민들은 촛불과 꽃을 번갈아 높이 치켜들며 흥겨운  빗속의 춤을 즐겼다. 이날 행진은 사제단 없이 민주당과 민노당 의원들이 선두에 선 가운데, 시민들 스스로 남대문에서 을지로를 거쳐 서울광장까지 평화로운 행진을 진행했다.

폭우 속의 우렁찬 침묵

   
 
 

이에 앞서 가두 행진에 나서는 시위대에게 사제단 김인국 신부는 "오늘 경찰은 여러 분을 시험하려 할 것이다"면서, 깃발에 적힌 이름을 일일히 부르며, "안녕히 다녀오시라"고 당부했다.

가두 행진은 지도부가 없다보니 산발적으로 ‘이명박 퇴진하라’ 등의 구호가 각 단체마다 제 각각 나오기도 했으나, 전날에 이어 이날도 시위대는 침묵 기조를 유지했다.

사제단의 바람대로 무사히 행진을 마치고 ‘안녕히 다녀온’ 시위대를 향해 김인국 신부는 "존경합니다"라며 따뜻하게 맞이했다. 

장미를 들고 무대 위에 올라 마이크를 잡은 김인국 신부는 "흥겨울수록 승리가 가깝다. 신명의 크기가 승리의 크기를 결정한다"면서,"어제 진보신당 당원들이 폭행을 당했는데, 폭력의 본질은 두려움이다. 우리는 그렇게 하지말자"고 거듭 호소했다.

진보신당 테러 본질은 두려움

그러면서 김 신부는 시민들에게 재미있는 숙제를 제시했다. 김 신부는 "혹시 부부 싸움을 한 사람이 있다면, 모두 집에 들어가 이유를 불문하고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자"면서, "오늘은 민주주의 나무를 더 크게 키울수 있는 촛불 아이를 만들자"고 제안해 시위 마지막 순간까지도 폭소를 자아냈다.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질긴’ 시위의 신명은 뭘까. 시민들은 ‘자발성’에서 비롯된 열정을 큰 동력으로 꼽았다. 희귀난치성 질환인 근육병을 앓고 있어 그간 촛불 시위에 참여해도 행진에 참여할 수 없었던 노정숙(49)씨는 이날 처음으로 행진에 참여했다.

노 씨는 "평소라면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온 몸이 부숴지는 것처럼 아파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오늘은 너무 행복해 몸이 거짓말처럼 하나도 안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촛불의 진실한 염원과 시민들의 자발적인 순수한 열정이 온 몸으로 전달돼 주부, 엄마, 환자, 중년 등 저를 누루는 모든 억압에서부터 해방된 것 같다"며 연신 장미 꽃을 흔들며 춤을 췄다.

   
  ▲폭우 속의 시민들. 이들의 신명이 승리를 기약한 듯하다.(사진=김은성)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 "오늘 거짓말처럼 안 아프다"

여고생이 전경에게 맞는 모습을 보고 시위에 나오기 시작했다는 김종호(54)씨는 "직장 마치고 열 번 정도 나왔는데, 나를 지키기 위한 투쟁인만큼 하나도 힘들지 않다"면서, "지난 27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공사장에서 맨손으로 흙을 퍼날라 국민토성을 쌓는 순간 사실 이명박 정부는 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20년 전 방식으로 국민을 탄압하려하는데, 더 이상 우리는 20년 전 국민들이 아니다"면서, "시민들의 자발성으로 시위가 행복해지는 만큼 우리가 이길 수 밖에 없다"고 자신했다.

밤 11시께 시민들은 세차게 내리는 장맛비 속에서도 촛불을 처음 들었던 그 순간처럼  평화롭고 신명나게 촛불을 지켜내며 56번째 문화제를 마무리했다.

한편, 사제단은 서울광장에서 잇달아 열리는  3일 개신교의 시국기도회와 4일 불교계 시국법회 일정에 따라 시국미사를 진행하지 않으며 ‘100만 촛불대행진’이 열리는 오후 5시 4번째 시국미사를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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