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정당 싸움에 끼어들고 싶지 않다"
        2008년 07월 02일 11:5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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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밤 진보신당사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양복을 차려 입은 특수임무 수행자회 회원들은 남성, 여성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 폭력을 가했으며 이 과정에서 김다운씨가 뇌진탕과 얼굴손상, 이광호 영등포 진보신당 당원이 얼굴 부상과 목뼈 염좌, 타박상 진단을 받는 등 심하게 구타당했다.

    "경찰 조사 신뢰하기 어려워"

    하지만 이를 대하는 경찰의 태도는 소극을 넘어 방관 상태에 가까웠다는 게 현장 증언이다. 현장에 있었던 최현숙 당원은 당 게시판을 통해 “영등포 경찰서 강병성 강력5팀장은 ‘정당들의 싸움에 끼어들고 싶지 않다. 시민들이 경찰을 이렇게 무력하게 만든 것 아니냐?’라는 등 오히려 폭압적으로 소리를 지르며 발언을 제지시키고 피해자들에게 화풀이를 하였다”고 증언했다.

    최현숙 당원은 “경찰이 이번 사건을 제대로 조사 처리할 지에 대해 도저히 신뢰할 수 없다”며 “출동도 너무 느렸고 진행 과정에서도 오히려 저들에게 쩔쩔매는 모습이었으며 영등포지구대에서도 난동을 부리는 저들을 전혀 제지하지 않거나 못하였다”고 말했다.

    이어 “테러 현장과 영등포지구대 등에서도 피의자들과의 격리를 요구하는 피해자들의 지속적인 요구를 무시하며, 극심한 폭언을 해대고 폭행을 자행하려고 하는 피의자들과 가까운 거리 및 같은 사무실(여의도 지구대)에 방치하였다”고 말했다.

    또 “한 경찰관은 ‘다치면 경찰이 책임지겠다’고 말해 우리는 ‘다치고 싶지 않고, 저들과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너무 위협적이고 공포스럽다’라고 강력히 요구하였지만 계속 무시되었다”며 “오히려 경찰은 그들의 욕설과 폭행에 당원들을 방치하여 우발적인 충돌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기대하는 듯 했다”고 말했다.

    가해자들에게 폭행을 당했던 이광호 영등포 당원도 “경찰들이 한참 뒤에야 도착했지만 도착하고서도 너무 소극적이었다”며 “사진 찍어야 하지 않냐고 묻자 ‘정당 싸움에 끼어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들이 정당인가?”라고 비판했다.

    폭행 가담자들 구속영장 신청

    이에 관해 영등포 경찰서 곽정기 형사과장은 “여의도 지구대의 초동조치 과정은 내가 그 현장에 없어서 잘 모르겠다”며 “내가 직접 여의도 지구대에서 이들의 신병을 인도했고 우리가 신병을 인도한 후에 진보신당 당원들도 별 불만을 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피의자들은 현재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에 체포상태로 대기 중이며 경찰은 이들에 대해 공동상해 및 공동재물손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영등포경찰서 소속 한 형사는 “이들은 앞으로 검찰의 지휘를 받아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진보신당은 2일 11시, 전날 발생한 ‘테러’가 이명박 정부의 ‘촛불 강경대응의 연장선’이라는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가졌으며, 오후 2시에는 경찰의 소극적 태도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서대문경찰청에 방문할 계획이다.

    한편 심상정 대표는 2일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경찰이 늑장출동도 했지만 경찰에 연행돼 가는 과정에서도 폭행을 행사할 수 있었다는 게 이 경찰이 제대로 사태를 수습하러 온 것인지 모르겠다”며 “예전 광화문에서 특수임무자회가 행사 중 나에게 ‘심상정 의원 앞으로 조심해’란 소리를 들었다. ‘그것이 이렇게 표현되는 구나’해서 소름이 쫙 돋았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밤 10시 반 되는 시간에 봉고차를 끌고 와서 난입을 할 정도니까 분명한 목적을 갖고 온 것 아니냐”라며 “오복섭 사무총장의 주머니에 사직서가 발견된 걸로 봐서 큰 일을 내려고 생각했던 것 아닌가 하는 끔찍한 생각이 든다. 경위가 정확하게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수임무자회 사무실에 보면 ‘대통령님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가 있습니다’란 플랜카드가 크게 걸려 있고 남겨두고 간 수첩에도 촛불시위와 관련된 방침들이 쭉 열거가 돼 있다”며 “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강경진압 이후 연속선상에서 벌어진 테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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