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님, 비정규법은 22개월 해고법이에요"
        2008년 06월 30일 05:5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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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은 30일 비정규직법 시행 1년을 맞아 비정규직법 장례식을 갖고 정부와 한나라당을 향해 전면재개정을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청와대 인근 청운동 사무소 옆에서 이같은 장례식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 확산, 비정규직 차별 확대, 저임금 빈곤 확산 등을 근거로 제시하며 비정규직법 사망을 선포했다.

       
     
     

    민주노총은 "작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비정규직법은 지난 1년간 현장에서 법 시행을 직접 겪은 노동자들에게 법으로서 의미를 상실한 악법"이라며, "비정규법에 따라 사용자는 기간제(임시계약직) 노동자가 2년 이상 계약직으로 일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지만, 현실은 이를 피하기 위해 3개월, 6개월, 11개월, 18개월, 23개월 계약이 넘쳐났으며 심지어는 0개월짜리 계약서마저 등장했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무한정 바꿔쓸 수 있게 한 법"

    민주노총은 "언제나 일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 일자리를 2년만 넘지 않으면 무한정 비정규직으로 사람을 바꿔가며 쓸 수 있도록 법적으로 인정해 준 것이 현재의 비정규법"이라며, "파견노동도 2년을 초과해 사용할 경우 직접고용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파견노동자는 파견회사만 바뀐 채 일을 하거나 또 2년이 되기 전에 해고가 됐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또 법적용을 전혀 받지 않기 위해 용역,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통한 불법파견 시비를 없애기 위해 그간 인정하던 하청노동자들의 근속년수를 인정하지 않는 사례까지 있다"면서, "청소, 설비, 경비업무의 경우도 상시적 업무지만 이를 위탁해 용역의 이름으로, 노동자는 바뀌지 않은 채 업체만을 바꾸며 1년에서 20년 이상 비정규직으로 만드는 것을 법적으로 용인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민주노총은 또 "비정규법은 차별없는 일터를 만들 것이라는 취지와 달리 잘리지 않기 위해 차별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일터로 만들었다"면서, "최초의 차별시정 신청자였던 고령축산 비정규직 노동자는 ‘차별 시정을 해야 한다’는 노동위의 판정을 받았지만 오히려 해고를 당하고, 결국 다른 노동자들도 차별을 감수한 채 현장으로 다시 돌아갔다"고 강조했다.

    전국사무연대노조 김호정 위원장은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기업에 무기계약 등의 지침을 내렸지만, 상시적 고용 업무를 하는 신용보증기금은 비정규법을 피해가기 위해 2년이 되기 전 2개월을 앞두고 22개월짜리 노동자들을 해고했다"면서, "한국주택금융공사도 마치 정규직 전환을 할 것처럼 하다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갑자기 2년이 넘은 사람에게도 해고 통지를 내렸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 비정규직법 사망통지서를 검은 풍선에 달아 하늘위로 날리고 있다.
     

    그는 "공기업과 대기업에서마저도 비정규직법을 지키지 못한다면 도대체 어떤 중소기업이 법을 지키겠냐?"면서, "심지어 사측에서는 노동조합을 탈퇴하면, 해고된 신용보증기금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한국주택공사의 비정규직이 빠진 자리에 보내주겠다는 회유와 협박을 하기도 했는데, 우리는 그렇게 못살겠다"고 말했다.

    "거짓 법률 폐기 공식 천명"

    이날 이랜드 상암점 점거 1주년을 맞은 김경욱 이랜드 위원장은 "상시적 업무에 비정규직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차별 시정을 통해 정규직화하기 위해 비정규직법을 만들었지만, 이랜드에서도 비정규 노동자들 천 명 이상이 해고당할 때 사측은 차별시정을 회피히기 위해 외주화했다고 말했다"면서, "이법이 존속하면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더 많은 타격을 입는다. 법 취지대로 상시적업무 정규직화와 비정규직을 차별하지 못하게 만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허영구 부위원장은 "정부에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투쟁을 선포하기 위해 여기 왔으며, 투쟁으로 우리 권리를 반드시 되찾겠다"면서 "천만에 가까운 비정규 노동자들이 자본에 착취당하고 사측의 부당노동행위가 적발되도 처벌받지 않는 불평등한 현실을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구호를 외치는 것으로 달성되지 않는 것임을 잘 안다. 이명박 정권하 한나라당이 다수를 점한 현실에서는 오직 투쟁만이 이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비정규 노동자를 양산하는 거짓 법률을 폐기할 것을 공식 천명한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이해삼 최고위원은 "비정규법이 시행될 초기 각 지방 노동위에서는 수 천 건의 차별 시정이 들어올지 몰라 걱정했지만, 현실은 십여 건밖에 들어오지 않았으며, 그나마 신청을 한 사람도 계약해지 협박을 당했다"면서, "차별시정신청시 계약직이라고 협박당하지 않는 조항을 법적으로 보완하고 상시적으로 근무하는 노동자들도 정규으로 채용하는 것을 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비정규직법 사망통지서와 재개정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청와대에 전달했으며, 향후 각 정당 등을 방문해 이같은 내용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날, 비정규직법 장례식에는 200여 명의 조합원이 참석했으며, 국회의원은 단 한 명도 참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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