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투표 넘는 정치적 해법 고민중
        2008년 06월 29일 11:3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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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29일, 전경과 닭장차로 촘촘히 둘러싸인 서울시청 광장에서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를 만났다. 집회를 함께 구경하며 진행하려던 인터뷰는 교통이 통제되는 바람에 한 시간이나 늦게, 스산하게 텅 빈 광장을 서성이며 시작됐다.

       
      ▲광교사거리 차도를 시민들과 함께 ‘점거’하고 다른 곳의 시위대에게 상황을 전하는 노회찬 대표.(사진=이재영)
     

    집회 물결 가라앉아도 촛불은 계속 남을 것

    노 대표는 “촛불집회가 단순히 미국 쇠고기 문제가 아니라, IMF 이후 10년 이상 쌓인 것이 폭발한 것”이라 정의하며, “따라서 집회 물결이 가라앉더라도 촛불은 계속 남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노회찬 대표는 촛불집회의 전개에 관련해 “현 상황을 이끌고 갈 정치적 응집력이 없다는 점이 문제”라며, “국민투표를 넘는 정치적 해법을 고민 중”이라 밝혔다.

    또한 노 대표는 최근 일각에서 제안되고 있는 진보정당 재편론에 관련해 “당연히 노력해야 하는 것일 뿐, 촛불집회가 제기한 문제제기에 대한 응답이나 현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핵심은 아니다”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노회찬 대표는 이리저리 전화를 돌려 거리행진 행렬에 곧 합류했지만, 행렬은 광교 사거리에서 경찰 병력에 막혀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이날 밤 서울 한복판에서는 경찰 병력이 저리로 몰려가면 여기서, 여기로 몰려오면 저기서 시민들이 차도로 뛰어드는 숨바꼭질 시위가 계속됐고, 노회찬 대표 역시 그 ‘시민’ 속에 있었다. 전경들에게 밀려 노회찬 대표와 헤어질 때까지 나눈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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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시대, 새로운 문화, 새로운 쟁점

    – 87년의 6월 29일 뿐 아니라, 2008년의 오늘도 역사에 남을 것 같다. 오늘의 원천봉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강경 대응이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욱 강경책을 쓰는 수순에 들어간 듯하다. 어제 밤샘 시위를 한 사람들이 아무래도 오늘 집회에 참가하기 어려울 테고, 이를 분산 격파하겠다는 계산인 것 같다.

    오늘 살펴 보니 정복 전경 뿐 아니라, 사복 체포조들이 엄청 많이 깔려 있다. 조기 진압 계획을 분명히 세운 것이다.

    – 그동안 촛불집회에 참여하며 느낀 소감은 어떤가?

    = 새로운 시대, 새로운 문화, 새로운 쟁점이다. 과거의 눈으로 이런 오늘을 봐서는 이해할 수 없다. 적응하기도 어렵고, 주도는 더더욱 어렵다.

    촛불집회를 미국 쇠고기 때문 만이라고 보지 않는다. IMF 이후 10년 이상 쌓인 것이 폭발한 것이다. 지난 대선 때에는 이명박에 대한 기대로 모아졌다가, 그것도 아니라는 낙패감의 상황 속에서 미국 쇠고기가 불을 당긴 것이다. 이후에 집회 물결이 가라앉더라도 촛불은 계속 남을 것이다.

    IMF 이후 10년의 폭발

    – 이번 촛불집회를 두고 민주주의에 관련된 여러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민주주의라는 측면에서 촛불집회를 보면 어떻겠는가?

    = 대의민주주의-직접민주주의 논쟁을 보면 원론적 수준의 얘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근로기준법은 1953년에 제정됐지만, 전태일은 그것을 지키라고 말하며 1970년에 죽었다. 근로기준법이 안 지켜진 것처럼 절차적 민주주의가 지켜지지 않는 것을 보고 시민들이 직접 치고 나온 것이다.

    직접민주주의적 요소를 강화해야 하고, 강화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대의제를 대체하기보다는 보완하게 될 것이다. 국민들도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문제 제기해봐야 한다. 정치권력을 어떻게 선출해야 하는가, 정치권력을 어떻게 재편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까지 도달해야 한다.

    촛불집회가 새로운 고민을 던져주는 기회인 것은 분명하지만, 기회 자체가 대안을 전면화해주고 있지는 못하다. 진보정치는 무력하고, 신뢰받지도 못하고 영향력도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다른 야당들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 광우병국민대책회의의 공식입장은 아니지만, 시위자들에 의해 ‘정권 퇴진’이라는 구호가 자연스레 나오고 있다.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구호나 목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촛불 자체가 자발성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니 만큼 그런 구호가 나오는 것도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국민들은 ‘우리 말 안 들으면 아웃’이라는 감성을 그렇게 표현하고 있다. ‘강부자 내각’, 대운하 사태, 영어몰입교육 등을 거치며 뭔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고, 이제 반품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정권 퇴진’이라는 표현을 구체적인 정치 프로그램으로 가져가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상황이 무르익지 않았다거나, 대안권력이 없기 때문이 아니다. 현 상황을 이끌고 갈 정치적 응집력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우리 말 안 들으면 아웃’

    – 여러 학자나 전문가, 사회운동가들이 촛불 정국에 대응하기 위한 정당 구조의 변화, 예를 들면 진보적이거나 개혁적인 정당들의 재편, 이합집산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제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현재의 정치세력 분포가 촛불에 모인 민의를 반영하지 못하고, 촛불집회가 사회적 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음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당체제를 재편하고 확대하는 문제는 오래 전부터 진보진영의 과제였지, 이번 국면에 대한 대응은 아니다.

    당연히 노력해야 하는 것일 뿐, 촛불집회가 제기한 문제제기에 대한 응답이나 현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핵심은 아니라는 말이다.

    – 촛불집회에 영합하든 추수하든 어떤 계획이 필요한 것 아닌가? 진보신당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 어느 정당도 지도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진보신당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여러 여론조사를 보거나 현장에서 느끼는 것에 의하면 ‘여기’에서는 진보신당이 1당이다. 물론 그것 역시 호의적 태도일 뿐이지, 상황을 맡기려는 것은 전혀 아니다.

    칼라TV가 진보신당의 새로운 역동성을 상징하고, 당 간부들이 ‘단순 참가’하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는 그런 것이 제일 맞다고 생각한다. 이런 기조를 유지하면서 정치적 해법을 고민하고 있다. 꽤 오래 전에 재신임 국민투표를 제안했는데, 지금은 국민투표를 넘는 또 다른 해법을 고민 중이다.

    오프라인 경험이 온라인 심화시킬 것

    – 앞으로 촛불집회가 어떻게 전개될 것 같은가?

    = 촛불은 일상화할 것이다. 지금까지가 온라인 부대들이 오프라인으로 나온 단계였다면, 이제부터는 오프라인에서의 경험들이 온라인을 심화시킬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곳곳에서 이랜드 비정규직 문제 같은 다양한 사회적 의제들에 대한 관심과 공부가 시작됐다.

    촛불시위자들이 스스로 ‘반신자유주의’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지만, 밤늦게 가장 격렬한 투쟁을 하는 사람들은 운동권이 아니라 진짜 어려운 서민들이다. 이들은 개별화돼 있고 어디 이야기할 데도 없다가 촛불집회를 맞아 거리로 나온 것이다.

    이런 에너지를 집단화시키고, 정치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지금 진보정당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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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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