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시민을 게릴라 전사로 만들다
    2008년 06월 29일 09:4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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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방송차량을 빼앗고 시청 앞을 원천봉쇄했지만 촛불은 다시 거리로 나왔다. 오히려 지금까지 광우병 대책회의의 방송차량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시위가 산발적으로 분산되는 게릴라 성으로 변하면서 경찰은 더욱 바쁘게 뛰어야만 했다. 자충수를 둔 것이다.

   
  끝장농성 중인 심상정, 노회찬 대표와 조승수 전 의원 그리고 통합민주당 의원들. 민주당 의원들은 새벽 2시 자진 해산했다.(사진=뉴시스)
 

시민들은 월요일 새벽까지 200~300명씩 소규모로 종로일대를 누비며 게릴라 시위를 펼쳤다. 경찰은 그런 시민들을 쫒아다니기 바빴고, 경찰이 나타나면 시민들은 인도로 숨었으며, 경찰이 다시 인도로 들어오면 차도로 나오며 유연하게 시위를 벌였다. 이런 시민들을 대상으로 경찰은 무차별적인 폭력과 연행을 자행했다. 인도, 골목을 가리지 않았다. 차도에서 ‘대한민국 헌법 1조’를 틀던 차량을 억류하기도 했다.

‘아고라’ 깃발 탈취

29일 경찰은 4시 30분부터 시위 원천봉쇄에 나섰다. 경찰은 광우병 국민대책본부의 차량을 견인해가고 기타 방송장비 차들까지 막아섰다. 방송장비 관련업체의 한 직원은 “방송차로 쓸 차량이 경찰에 탈취되었다”며 “나도 경찰에게 신분조회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전경들이 시청광장과 시청역 4,5,6번 출구를 모두 봉쇄하며 시민과 마찰을 빚었다. 특히 경찰의 행동에 대해 조금이라도 따지고 들거나 인도 위로 올라가길 거부하는 사람, 그냥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시민까지 무차별 연행을 하면서 시민들의 원성을 샀다. 경찰은 이후 시청광장까지 들어와 ‘아고라’ 깃발도 탈취해갔다.

이어 시청역 출구를 중심으로 시민과 경찰들의 몸싸움이 시작되었다. 통행권을 보장하라는 시민들과 경찰간의 몸싸움은 한때 격렬해졌지만 결국 경찰들이 4번 출구를 열어주면서 시민들의 통행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5,6번 출구는 끝까지 열지 않았다. 50대 김 모씨는 “전두환 때도 없었던 일”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시민들은 아고라 깃발과 함께 시청광장도 빼앗겼다(사진=정상근 기자)
 

시청역 부근에서 시위를 이어가던 시민들은 몇몇 시민들이 거리로 나서자 함께 동참했다. 시청광장 부근에 200여명 뿐이었던 시민들은 거리행진을 시작하자 어느새 1,000여명으로 늘어났고 이들은 을지로 1가 방향에서 청계천, 종로쪽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2백명에서 5천명으로

경찰은 부랴부랴 시위대를 막아섰지만 시민들은 경찰을 만나면 우회하며 유연하게 대처했다. 하지만 경찰은 바로 강제해산에 돌입했고 이 과정에서 한 노인이 경찰에 맞아 머리에 부상을 입기도 했다.

시민들은 경찰이 막아서면 인도로, 인도를 막으면 다시 차도로 피해가며 시위를 계속했다. 하지만 경찰이 인도, 골목까지 진입해 무차별 연행을 계속하면서 시위대는 분산되기 시작했다.

경찰은 골목길에서 억류된 한 시민을 연행하고도 위법사실과 미란다원칙을 고지하지 않았다. 경찰 지위관에게 “왜 미란다 원칙도 고지하지 않나?”고 묻자 그제서야 연행되던 시민을 세워두고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기 시작했지만 위법사실은 끝내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의 강제해산에 잠시 움추렸던 시민들은 횡단보도 시위를 하다가 다시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종로2가에서 거리행진을 재개한 시민들은 어느새 5,000여명으로 불어나 있었고 이들은 종로1가까지 행진해 보신각 부근에서 경찰과 대치했다.

시민들의 연좌농성 앞에는 진보신당 노회찬, 심상정 상임공동대표를 비롯해 김재윤, 송영길 등 통합민주당 의원 11명이 함께 연좌농성을 했다. 노회찬 대표는 전날 강경진압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이제 국민을 포기하는 것 같다”며 “(정부는)대화와 설득으로 국민을 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 국민을 포기하는 것 같다"

전날 강경진압으로 여론이 악화된 것에 부담을 느낀 것인지 경찰도 시민들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이었다. 이에 1열을 제외하고 나머지 전경들은 앉아서 휴식을 취했으며 시민들은 전경들에게 농담을 걸며 분위기를 누그러 뜨리려는 모습이었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은 특히 가족단위 참가자가 많았다. 29일, 김경한 법무부장관이 대국민담화에서 ‘조직적 깃발시위’라고 촛불집회를 평가했지만 이날은 깃발은 없었음에도 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부부끼리 함께 나온 조영배(37)씨는 “이 집회가 시작되고 꽤 많이 나왔는데 오늘은 일요일이고 해서 부인과 함께 나왔다”고 말했다. 그에게 ‘조직적 깃발시위’라는 단어를 전하자 “작명하는 능력이 대단하다”며 “우리집엔 깃발이 없다”고 웃었다.

4시간여 동안 이어진 잠깐의 평화는 다시 경찰의 경고방송에 의해 깨졌다. 경찰은 해산방송을 연이어 내보냈고 10시 30분경부터 나타난 국민대책회의 방송차량은 <아고라>의 한 네티즌이 만든 ‘시민방송녀’라는 풍자방송으로 맞대응 했다.

   
  한 노인이 전경의 진압과정에서 폭력을 당해 쓰러져 있다. 그 주위를 둘러싼 시민들이 경찰에게 항의하고 있다.(사진=정상근 기자)
 

11시가 넘자 종로경찰서장이 의원단이 농성하고 있는 곳을 찾아 “2개 차선만 열어달라”고 했지만 김재윤 의원은 “시민들이 평화집회를 하고 있다”며 거절의사를 보였다. 경찰은 이어 경고방송을 통해 “2개 차선을 열어달라, 12시부터 2개차선 확보를 위한 공권력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막상 자신들이 전경차량으로 도로를 막으며 진정성을 의심받았다.

결국 12시 30분경 “전 차선을 확보하겠다”는 방송 끝에 경찰이 투입되었다. 시민들은 당황하지 않고 인도로 향했고 일부 충돌이 있었지만 전경들도 차로 확보에만 신경쓰는 모습을 보였다. 곧 시민들이 모두 인도로 올라섰지만 의원단은 농성을 계속했다.

"전원 연행된다, 가지 말라"

시민들은 이들에게 박수와 응원을 보내면서 끝까지 자리를 지켜달라 당부했지만 정확히 2시가 되자 거짓말처럼 통합민주당의원들이 모두 자리를 비켰고 노회찬, 심상정 공동대표와 조승수 전 의원만 자리를 지켰다. 그 뒤로 40여명의 시민들이 함께 농성에 참여했다.

통합민주당 의원들이 해산한 이후 부터 동대문쪽에서 종각 쪽으로 향하던 또 다른 대오에 대해 경찰의 강경진압이 시작되었다. 최초 200~300여명에 달하던 대오는 인도를 따라 걸었음에도 경찰에 사지가 들려 나가는 등 폭력적인 연행을 겪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노, 심 공동대표와 함께 연좌농성하던 시민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결국 조승수 전 의원이 경찰 관계자와 협의 끝에 시청 자진해산을 조건으로 더 이상 연행자를 만들지 않기로 협의하고 시민들의 동의를 구했다. 이에 경찰을 길을 텄고 노, 심 공동대표를 선두로 보신각에서 합류한 시민까지 100여명이 을지로 3가쪽으로 향했다.

을지로 3가 쪽으로 가는 길에서 종종 간신히 그 곳에서 빠져나온 시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대열을 붙잡고 "다 연행된다. 가지 말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공포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들이 빠져나온 을지로 3가에서는 약 30여명의 시민들이 3~4명씩 억류되어 있었다.

4명과 함께 억류 중이던 한 20대 여성은 "인도를 향해 걸었다. 그런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나도 진압과정에서 뭔가에 볼을 맞아 멍이들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내 친구들은 다 연행되었다. 밖에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나? 갇혀 있어 하나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어지럼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노회찬-심상정, 망연자실

한편 노회찬, 심상정 두 공동대표가 도착하자 약속과 달리 경찰이 보란듯이 연행을 하기 시작했다. 실강이 중 약 10여명의 시민이 자진해서 전경버스에 올랐고 두 공동대표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시민들도 극도의 분노감을 느끼며 전경들을 향해 소리 질렀다.

차 한 대도 전경에 의해 억류되어 있었다. 이 차에서는 ‘대한민국 헌법 1조’와 ‘광야에서’ 등 익숙한 노래가 나오고 있었다. 주변에 있던 시민은 "3시 30분 경부터 이 차가 억류되어 있었다. 불법주차된 전경버스 뒤에 주차하고 비상등을 켜놨는데 갑자기 전경이 둘러쌓았다. 차도에 있는 차도 억류하냐"며 가슴을 쳤다.

이 차량은 50분 만인 4시 20분 경 억류에서 풀렸다. 두 공동대표와 시민들, 억류과정을 끝까지 지켰던 시민들은 대부분 시청으로 다시 향했다. 공포에 가까운 연행과정을 거쳤지만 이들의 입에선 다시 ‘이명박은 물러가라’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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