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난 20만 촛불, “이제는 전쟁이다"
    By mywank
        2008년 06월 28일 08:1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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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8일 저녁 ‘범국민대행진’에 모인 시민들. (사진=손기영 기자)
     

    [2신 : 저녁 8시 45분]

    28일 저녁 7시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는 ‘10만 촛불’이 서울시청 주변 태평로에 타올랐다. 이날 범국민대행진은 집회시작 전부터 많은 시민들이 현장을 찾아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또 ‘미국에게 굴복 말고, 국민에게 항복하라’, ‘시민의 힘으로 심판’ 등 시민들이 들고 있는 피켓의 문구는 어느 때보다 공격적이었고, 시민들의 표정도 비장했다.

    이날 범국민 촛불대행진의 사회를 맡은 민노당 이상규 서울시당 사무처장은 “오늘 평화적으로 청와대 앞마당으로 가서 이명박 대통령과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해보자”고 말하며, 이명박 정부를 향한 ‘비폭력 직접저항’을 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시민들은 “청와대로 가자~ 청와대로 가자”를 외치며 화답했다.

    사회자의 제안으로 가까운 친지들에게 전화를 걸어, 범국민대행진이 열리는 서울시청 주변 태평로로 오자는 ‘전화연락’ 이벤트도 벌어졌다. 그리고 행사장을 찾은 천주고 신부·수녀들은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이다’라는 마태복음 구절이 담기 현수막 앞에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또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직접 준비해온 감귤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는 이날 ‘범국민대회’를 막기 위해 27일 밤 대책회의 소속 간부 8명에 대해 검거작업에 나섰고, 당일 오후부터 광화문·안국동 주변을 완전 봉쇄하면서 시청 앞 광장에 물대포차까지 등장시키며 시민들을 위협했다. 또 행사장으로 향하는 무대차를 남산1호 터널에서 막으며 ‘사전 봉쇄작업’을 벌였다.

       
      ▲ 사진=손기영 기자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이런 강경책을 비웃듯이 태평로를 가득 메운 10만 시민들은 “이명박은 물러가라”를 외치며, ‘재협상’을 포기하고 국민들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명박 정부와의 결사항전을 선언했다. 또 이날 촛불을 끄기 위한 정부의 ‘사전 봉쇄작업’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백두원 씨(39)는 “정말 소용없는 짓이고, 그래봤자 국민들은 그런 태도를 보이는 이명박 정부에 더욱 화가 나서 광장으로 더욱 몰려올 것”이라며 “이런 이명박 정부의 ‘강경책’은 오판이고, 이제 이명박 정부를 향한 국민들의 전쟁이 시작되었다”고 강조했다.

    원혜진 씨(37)는 “정말 이명박 정부를 이해할 수 없고, 그동안을 반성하며 국민들을 더욱 섬기는 것이 아니라, 폭력으로 짓눌러 국민들을 자기 발밑에 꿇게 하는 것 같다”며 “이명박 정부가 폭력으로 국민들의 촛불을 끄려고 할수록 오히려 촛불은 더욱 타오를 것이고, 또 대한민국의 경찰 역시 이명박을 위한 ‘비호부대’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광우병 대책회의 역시 소속 간부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등 촛불을 막기 위한 경찰의 ‘사전 봉쇄작업’에 대해, 이날 오후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두 달 동안 국민과 100% 소통하고 섬긴 이들을 0점짜리 정부가 구속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전혀 없고 시간이 나는 대로 출두해 조사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경찰에 밝혔는데도 구속하겠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 저녁 8시가 넘어가자 20만명의 시민들이 ‘범국민대행진’이 열리는 태평로 주변을 찾았다. (사진=손기영 기자)
     

    대책회의는 이어 "대책회의를 부당하고 가혹하게 집중 탄압하는 것은 대책회의만 없으면 촛불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인 듯한 데 대책회의는 수백만 촛불의 바다에 떠 있는 작은 배에 불과하며 배를 뒤집어도 바다는 마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책회의는 또 "이런 탄압에는 광우병 위험에 집중된 국민의 시선을 경찰의 폭력적인 탄압과 이에 저항하는 시민의 반발로 돌리려는 불순한 저의가 숨어 있다"며 "더욱 평화적인 촛불, 단호한 저항과 문화가 숨 쉬는 축제가 어우러지는 촛불을 만들어 정부의 의도를 국민의 힘으로 막아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의 검거대상으로 지목된 국민대책회의 김광일 행진팀장도 범국민대회전 사전대회 발언을 통해 “국민대책회의 소속 8명은 이명박 정부와 폭력경찰에 맞서 올바른 일을 해왔다”며 “정작 체포영장이 발부되어야 할 사람은 국민들과 전쟁을 선포한 이명박 대통령과 어청수 경찰청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책회의 관계자에 대한 구속과 체포로는 국민들의 촛불을 절대 끌 수 없을 것”이라며 “체포영장 발부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촛불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운영위원장 역시 “절대 흔들리지 않고 의연하게 그동안 기조를 지켜가며 이명박 정부와 맞서겠다”고 말했다.

    저녁 8시 10분 현재 20만 명의  시민들이 덕수궁 대한문 주변부터 서울시의회까지 가득 자리를 메우고 있으며, 서울시청 광장까지 촛불들로 가득하다. 무대에 오른 민노당 강기갑 의원은 “비폭력 평화적으로 오늘 촛불 대행진을 진행하고, 이제 ‘재협상’을 하자는 함성을 청와대로 향해 보내자”고 말했다. 

    이어 체포영장이 발부돤 박원석 공동상황실장도 무대에 올라, “오늘 우리는 두 명의 대책회의 사람을 잃었다”며 ”무엇이 이들의 구속 사유이며 이들이 무슨 죄를 저질렀다는 것인가? 여기 단 한 명의 촛불이 있을 때까지 저에게 검거전담반이 편성되고 체포영장이 떨어진들 굴하지 않고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공동상황실장은 “경찰은 80년대 공안경찰로 회귀했지만, 촛불은 승리할 것”이라며 “이미 이명박 정권은 국민을 설득할 수단과 방법을 잃었고, 통치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우리는 헌법에 규정된 저항권에 기반해 이 정권을 끌어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은 해산방송을 하며 시민들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다.

    저녁 8시 25분 박원석 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의 발언이 끝나자, 시민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종로방향으로 거리행진에 나서고 있다. 하늘에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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