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 위에 누워 마냥 눈물만 흘린 노동자들
        2008년 06월 28일 07:0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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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위에 누워 오열하고 있는 노동자들.(사진=김은성 기자)
     

    온 힘을 다해 ‘왜 막냐?’고 소리를 치고, 맨 손바닥으로 전경들의 방패를 두드려도 보고, 야윈 몸으로 몸부림도 쳐보다가, 결국에는 아스팔트 바닥 위에 누워버렸다.

    말할 기운조차 없이 길 위에서

    전경들은 "밀어내", "5보 앞으로", "연행해" 구호를 목청컷 외치고 방패로 바닥을 치며, ‘이명박 대통령에게 해결을 촉구하는 서한’을 가슴에 품고 길 위에 누워 있는 기륭 노동자들을 향해 다가왔다.

    이에 말할 기운조차도 없는 기륭 노동자들은 누워서 조용히 아무 말 없이 소리없는 눈물만 흘렸다. 이를 보다못한 시민들이 전경의 다리를 붙잡고 매달리고, 몸싸움으로 버티고, 방패를 뺏고, 땅 위에 누워있는 기륭 노동자들에게 일어나라고 호소했다.

    그제서야 기륭 노동자들은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을 꼭 손에 쥔 채 몸을 일으켜세웠다. 편지에는 "면담과 소통을 통해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눈물을 닦아 주는 대통령이 되시길 바란다"는 호소가 담겨있었다.

    이들은 또 이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할 때 불법파견 비정규직 탄압의 상징이된 기륭전자 최동렬 사장을 동행한 것을 사과하고 최동렬 회장과 함께 기륭 비정규 여성 노동자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설것을 촉구했다. 

    투쟁을 시작한 지 1040일, 집단 단식에 돌입한지 18일째가 되던 28일. 이들의 호소문은 경북궁 앞 안국동 사거리에 가로 막인 채 전달되지 못했다. 중소기업을 대표해 기륭전자 최동열 회장을 방중 경제인 수행단으로 동참시킨 이명박 대통령은 8보 1배로 시청광장에서 경북궁 앞 안국 사거리까지 행진한 기륭노동자들에게 전경들을 내보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투쟁 1040일, 단식 1040명

    결국 기륭 노동자들은 안국동 사거리 대치선을 넘지 못한 채 이날 동조 하루 단식에 참여한 시민들과 결의대회를 갖고 촛불문화제로 합류했다.

    이에 앞서 이들은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기륭투쟁을 지지하는 사회 각계 각층의 인사들 200여명과 함께 ‘1040인 하루 동조 단식 투쟁’ 기자회견을 갖고 문제 해결을 위한 사측과 대통령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이들은 "기륭전자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은 제조업 공단의 비정규직 현실과 현대판 노예제도 파견직의 고통과 불법을 고발한 투쟁"이라며 "촛불의 바다 한 가운데에서 광우병도 막고 1040일 동안 계속된 기륭문제도 해결하기 위해 1040명이 하루 동조단식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측과 20일, 21일 두 차례 걸쳐 면담을 했음에도 회사는 여전히 불법 파견에 대한 책임, 비정규직 고통에 대한 책임을 외면하고 교섭조차 단절하고 있다"고 그간의 상황을 전했다.

    이들은 또 "광우병을 막는 것과 일터의 비정규직 고통을 해결하는 것이 이 시대 민주주의 사수의 핵심 의제"라며 "기륭과 목을 매단 건설 노동자, 화물에 이은 건설 노동자의 투쟁은 광화문 촛불을 87년 6월 항쟁이 멈춘 자리에서 다시 시작된 7~9월 노동자 투쟁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륭노동자 이미영씨는 "처음에는 과연 누가 단식에 동참할까 걱정이 많았는데, 오늘 오전까지 1070여명이 동참해 기뻐해야하는지 슬퍼해야하는지 모르겠다"면서 " 단식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당장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단식에 동참한 이 마음들을 모아 촛불집회와 함께 미친소도 막아내고 일터의 광우병인 비정규직의 철폐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8보 1배 하는 기륭투쟁 동조 단식참가자들.(사진=김은성 기자)
     

    민주노총 적극 나서 달라

    김경욱 이랜드 노조위원장은 "비정규직법의 취지대로 현실에서도 비정규직을 보호할 수 있도록 비정규법이 전면 개정돼아 한다"면서, "민주노총도 장기 투쟁 비정규 노동자들을 위해 비정규법을 전면 재개정하고 구조조정을 막기 위한 명확한 목표를 세워 쇠고기 총파업과 함께 진행해달라"고 호소했다.

    또 그는 "광우병 쇠고기 집회 때 이정희 의원도 연행되고, 통합민주당 의원도 다치고 있는데 비정규 투쟁현장에는 의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홍희덕 의원이 함께 투쟁해달라. 의원의 이름으로 기륭 사장을 국회로 소환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은 "비정규직 출신 노동자로서 동지들에게 부끄럽지않고 비정규 노동자들의 마음을 아프지 않게 하는 의정 할동을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진보신당 박창완 서울시당 위원장은 "비정규직 투쟁은 이제 우리가 죽는지 이명박 정부가 죽는지 끝까지 붙어봐야 하는 싸움이 됐다"면서, "그 싸움에 진보신당도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허영구 부위원장은 "이명박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를 호소하면, 정규직 하면 되지 누가 비정규직 하라고 그랬냐고 반문할 정부이다"면서 "자본이 끊없이 노동자들의 피와 땀과 눈물을 갈취하니 노동자들이 하나로 뭉쳐 연대해서 투쟁하자"고 말했다.

    이어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은 비정규 투쟁 기금을 별도로 거둬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에 민주노총 서울지역 본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한편, 민족미술인협회는 오는 4일부터 9일까지 창덕궁 앞 눈 갤러리에서 기륭비정규 여성과 비정규 장기투쟁사업장 투쟁기금 마련을 위한 연대 미술전을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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