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대첩 앞두고 쉬자, 전투→축제모드
    2008년 06월 28일 04:18 오전

Print Friendly

시민들이 51번이나 촛불을 들었음에도 온갖 핑계를 대며 결국 머리를 숙이지 않았던 정부가 <조선일보> 보도 한 번에 무릎까지 꿇었다. 경찰은 27일부터 28일로 이어진 밤샘 촛불시위에서 연이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대한 공격을 의식한 듯 양 신문사를 전경차로 둘러쌓고 대치선을 조선일보 사옥에서 프레스센터로 이어지는 선까지 끌어올렸다.

   
 ▲시민들이 ‘처음처럼’음악에 맞춰 율동을 하고 있다.(사진=정상근 기자)
 

<조선일보>는 27일 보도를 통해 “이명박 정부는 촛불시위대의 청와대 진출을 막는 데만 신경을 쓰느라, 시위 현장에서 민간인이 억류돼 폭행을 당하고, 언론사 사옥이 시위대에 테러 공격을 당하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방치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조선, 동아를 청와대처럼 보호하라

8시 30분 경 요란한 경고방송과 함께 전경들이 갑자기 달려들어 기겁했던 시민들은 경찰이 조선일보 앞에 대치선을 형성하고 뒷 부분의 전경들이 휴식을 취하기 시작하자 기가막히다는 표정이었다. 경찰들과 마주선 한 시민은 “득달같이 달려들더니, 하려던 게 이거였냐”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9시 30분까지 계속 경고방송을 하던 경찰들도 곧 잠잠해졌고 태평로는 곧 시민들의 축제의 장으로 변했다. 이후 10시 30분경 경찰이 잠깐 인도쪽을 밀고 들어와 강제진압이 시작된 것 같은 인상을 주었지만 곧 인도에서 물러나 돌아간 이후 1시 15분까지 양 측은 충돌없이 없었으며 시민들은 평화집회를 이어갔다.

이들 가운데는 진보신당 심상정 대표를 비롯해 통합민주당 김근태, 천정배, 정세균, 추미애 의원 등이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특히 통합민주당 의원들은 전날 몸으로 경찰과 대치하고 네티즌들에게 호응을 얻자 고무된 듯 이날도 앞자리에 앉아 시민들의 방패막이를 자임했다.

   
 ▲한 시민이 전경의 얼굴에 부채질을 해주고 있다.(사진=정상근 기자)
 

평화롭던 시위가 잠시 시끌해진 것은 경찰의 경고방송이 시작되면서 부터이다. 갑자기 전경버스를 움직여 대로 일부를 막은 경찰은 방송차를 동원해 “안에 계시는 국회의원들은 나가달라”고 말하자, 시민들이 “국회의원 내보내고 뭐하려고 그러나”면서 잠시 경찰과 시위대간의 몸싸움이 일기도 했다.

여기에 일부 시민들이 ‘까나리 액젓’이 든 물총을 전경쪽을 향해 쏘다가 다른 시민들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까나리 액젓 물총을 준비한 김 모(22)씨는 “경찰들의 폭력행위가 도를 넘어가는데 우리도 공격할 무기가 있어야 하지 않나, 언제까지 비폭력만 할 텐가, 까나리 물총은 최소한의 도구”라고 말했다.

저급한 심리전, 유머로 누르다

경찰은 더욱 자극적인 방송으로 시민들의 ‘부아’를 건드렸다. 마이크를 잡은 한 여경은 “의원들은 안의 시민들이 법을 지키도록 설득해달라”, “전경에게 욕설을 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여러분들이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할 자격이 있느냐”며 저급한 심리전을 시작했다. 

하지만 시위대는 방송차에 야유를 보내다가도 이내 “김순경, 퇴근해”를 외치며 재치있게 응수했다. “국민 자격이 있느냐?”, “이게 평화집회냐?”는 질문에는 손을 입에 대고 “네~”라고 답했다.

한동안 방송으로 인해 시끄러웠던 태평로는 2시 30분경 경찰이 전투헬멧을 벗으면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전경들이 헬멧을 벗자 시민들은 환호를 지르며 “수고했다”를 외쳤고 물을 나누어 먹고, 전경들의 얼굴에 부채질을 해 주었다.

   
 ▲촛불다방에 모여 커피를 타는 시민들(사진=정상근 기자)
 

토요 대첩을 앞둔 쉬어가기

몇몇 시민들이 자체 결성한 ‘촛불다방’에서는 시민들을 위해 커피를 타서 무료로 나누어 주었고 물통을 들고 다니면서 시위대와 전경에게 물을 한 잔씩 따라주는 시민들도 있었다. 또 종이컵에 오뎅을 담아 시민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다. 시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잠을 청하고 야식을 즐겼다. 또 대책위에서 연달아 트는 노래를 따라부르고 기타를 치며 춤을 추기도 했다.

지난 이틀간의 치열했던 시위에 비하면 이날 밤 시위는 거짓말처럼 고요하게 흘러갔다. 28일 저녁 주말 대규모 시위를 눈앞에 두어서 인지 경찰도 최소 인원만 두고 뒤에서 잠을 청하고 있고 시위대도 굳이 경찰의 저지선을 뚫으려 하지 않았다. 시민들은 28일 오전 6시 자진 해산했다. 오랜만에 축제같은 시위를 다시 한 번 보여준 하루였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