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 이미 '광우병' 걸렸나?
    2008년 06월 27일 06: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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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송기호 변호사가 관보에 고시된 내용에 심각한 오류가 있음을 지적한 후, 27일 농림수산식품부가 반박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런데 농림부는 보도자료에서 ‘기계적 분리육(MSM)과 기계적 회수육(MRM)’이 동일하다며 그 근거로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어(한국명 위키백과)’의 해당 항목 설명을 제시했다.

그러나 위키피디어는 학술적인 권위는 물론이고 내용의 정합성을 보장할 수 없는 ‘참고자료’일 뿐이다. 정부가 개인 블로그에 개제된 내용을 근거로 정책을 수립하는 격이다.

   
▲ ‘기계적 분리육(MSM)’을 설명하는 위키피디어 해당 페이지. 제목 아래 "이 문서는 정확한 정보나 자료에 근거하지 않는다"는 주의문구가 선명하다.
 

이용자참여형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는 ‘개방,공유,참여’로 대변되는 웹2.0의 대표적인 사례다. 주성영 의원이 유행시킨 ‘집단지성, 다중지성’이라는 용어의 의미를 잘 보여주는 매체다. 개별 주제에 대해 누구나가 내용을 보태고 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민주적인 성격으로 인해 학문적 권위는 인정받을 수 없는 자료다.

실제로 미국의 대학들은 위키피디아 이용이 활성화되자 학생들에게 위키피디아를 리포트나 논문 등에 인용할 수 없음을 교육시키고 있다.

지난 해 4월 15일자 중앙선데이에 실린 위키피디어 창립자 지미 웨일스의 인터뷰에서도 "리포트나 논문에 위키피디아 정보를 그대로 싣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한 위키피디어의 정책해설에서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Not professional advice
If you need specific advice (for example, medical, legal, financial, or risk management) please seek a professional who is licensed or knowledgeable in that area.

출처: http://en.wikipedia.org/w/index.php?title=Wikipedia:General_disclaimer&oldid=205595999

같은 내용에 대한 한국판 위키백과의 설명이다.

전문가의 견해가 아닙니다
만일 여러분께서 특별한 분야(이를테면 의료, 법, 경제)에 조언이 필요할 경우, 이 분야의 전문가를 찾기를 권장합니다.

출처: http://ko.wikipedia.org/w/index.php?title=%EC%9C%84%ED%82%A4%EB%B0%B1%EA%B3%BC:%EB%A9%B4%EC%B1%85_%EC%A1%B0%ED%95%AD&oldid=1609779

일반적으로 학위논문에는 브리태니커와 같은 백과사전의 내용을 인용할 수 없다. 백과사전에 게재되는 내용은 편집자의 면밀한 검토를 거치지만 학계의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기 때문이다. 하물며 대중이 직접 편집하는 위키피디어의 내용을 한나라의 정부기관이 자신들의 정책을 강변하는데 인용했다면 이건 해외 토픽감이다.

그럼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26일 오후부터 27일 새벽까지 농림부에서 무슨 일들이 벌어졌는지 추적해야 진상을 알 수 있겠지만 그런 수고는 필요없어 보인다.

세계적인 검색사이트 ‘구글’과 국내 이용률이 높은 ‘네이버’에서 문제가 된 ‘mechanically separated meat(기계적 분리육)’을 검색하면 위키피디어의 해당 페이지가 가장 먼저 뜬다. 즉, 농림부는 수의학이나 축산업 전문지, 학술지를 뒤져보지도 않고 구글, 네이버 검색으로 반박보도자료를 만든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정확한 내용인지 전문가의 검토를 거치지도 않고 그저 정부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찾아내 농림부는 환호했을 것이다.

대학생이 이런 식으로 리포트를 써도 그 나태함과 불성실함을 지적받을 수 밖에 없는데 행정부처가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다. 그것도 국민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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