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쑥대밭 된 '촛불 광장'
    By mywank
        2008년 06월 27일 04:5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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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제철거를 위해 경찰병력이 배치되고 있다. 이에 맞서 시민들과 노조원들이 천막을 지키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서울시가 용역업체 직원과 시 공무원을 동원해 ‘촛불 광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오후 4시 현재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이동상황실을 포함해 서울시청 앞 광장에 있던 대부분의 농성천막들은 철거되었으며, 천막과는 상관없는 시민들의 텐트, 인터넷 생중계방송 부스, 조형물까지 모두 갈갈이 찢겨지고 부서졌다.

    철거를 앞둔 오후 2시 현장은 잔뜩 긴장감이 감돌았다. 방패로 무장한 전경 수백 명은 서울시청 광장 잔디밭 주변을 촘촘히 둘러싸고 있었으며, 광장 밖 차도 쪽에는 전경버스 수 십여 대가 차벽을 쌓고 천막 주변을 가로막았다.

    또 용역업체 직원과 시 공무원들은 덕수궁 대한문 주변에서 목장갑을 낀 채 철거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에 맞서 민주노총 민주연합노조원 및 네티즌 300여 명은 시민사회단체 농성천막 주변에 둘러 앉아 서울시의 강제철거를 막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후 2시 15분 경 경찰과 대치중인 시민 1명이 경찰에 의해 강제 연행 되었다.

    오후 3시 경에는 민노당 홍의덕 의원이 현장에 도착했고, 3시 10분 현장에 도착한 경찰 방송차에서는 “서울광장에 설치된 천막으로 인해 시민들의 불편이 있다. 이곳에 있는 불법 천막을 강제로 철거하겠다”는 방송이 흘러나오며 강제철거가 얼마 안 남았음을 알렸다. 이에 현장에서 농성천막을 지키고 있던 시민들과 노조원들은 “경찰은 시민들을 공격하지 말고, 폭력용역깡패로부터 시민들을 지켜 달라”는 다급한 목소리를 외치고 있었다.

       
      ▲강제 철거되고 있는 농성천막. 국민대책회의 이동상황실도 이날 철거되었다. (사진=손기영 기자)
     

    현장에 있던 한 노조원이 농성 천막에 가서 종이 한 장을 보여 줬다. 그는 “서울시 한 공무원이 오전 11시 경 서울시청 광장 한편에 있던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이동상황실에 아무 설명 없이 ‘2차 철거공문’ 한 장을 놓고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증언했다.

    ‘서울광장 내 설치된 천막시설물 철거요청’ 이란 제목의 이 문서는 서울시의 2차 철거공문이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명의로 되어 있었으며, 수신은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로 되어 있었다.

    철거공문에는 “그동안의 구두요청과 2차례의 공문서를 통한 철거요청에도 불구하고 불법시설물을 철거하지 않았다”며 “27일 12시까지 자진철거하지 않을 경우 강제철거하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에 앞서 서울시는 지난 23일에도 ’1차 철거공문‘을 보낸 바 있다.

    <아고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네티즌인 박정규 씨는 “이명박 정권이 국민들을 받들겠다고 했지만, 이제 경찰과 용역깡패까지 동원해서 국민들의 ‘촛불 광장’을 완전히 쑥대밭으로 만들려고 한다”며 “철거에 들어가면 끝까지 맞서 싸우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연행되는 한 시민과 천막주변으로 가는 민노당 홍의덕 의원을 막는 경찰. (사진=손기영 기자) 
     

    오후 3시 20분 경 본격적인 철거작업이 시작되었다. 하얀 목장갑을 낀 건강한 체격의 용역업체 직원과 시 공무원 수십 명이 우르르 몰려와, 프라자호텔 쪽에 설치된 농성천막부터 발로 마구 부수기 시작했다. 용업업체 직원들의 입에서는 “야~ 밟아 무조건 부셔 버려”라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에 시민들과 노조원들은 천막의 기둥을 붙들며 강제철거를 막으려고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용역업체 직원들과 시 공무원들이 천막을 부수고 철거하는 동안, 경찰은 시민들을 보호하기는 커녕 시민들과 노조원들이 철거작업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그들을 포위하고 있었다. 또 저항하는 시민들에게 마구 욕설을 쏟아냈다.

    또 주변에서 이를 본 시민들이 여기저기서 달려와 이를 막자, 이제 경찰들까지 나서 농성천막을 강제로 발로 부수고 철거했다. 경찰이 용역업체 직원들의 철거작업을 같이 도와도 돼냐고 묻자 “너 같은 놈은 알 거 없어”라는 험담을 하며 기자의 취재를 막았다.

    이어 농성천막을 철거하는 경찰과 용역업체 직원들의 작업이 계속되자, 시민들과 노조원들은 철거 현장에서 “폭력경찰 물러가라”고 외치며 계속 저항했다. 경찰 방송차에서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사람은 즉시 연행하겠다”는 경고방송이 흘러나왔다.

       
      ▲이날 강체철거는 용역업체 직원뿐만 아니라, 경찰까지 나서 이를 도왔다.
     

    경고방송이 나오기가 무섭게 주변에서 철거작업을 몸으로 막던 노조원들과 시민 10여 명이 전경들에 의해 연행되었다. 사지가 들려 강제 연행된 한 여성은 연행 도중 실신하기도 했다. 경찰은 실신한 여자를 아랑곳 하지 않고 전경버스로의 연행을 멈추지 않았다.

    앞서 현장에 도착했지만, 경찰에 저지에 의해 철거되는 천막으로 발길을 돌리지 못하던 민노당 홍의덕 의원은 오후 3시 반경 시민들의 도움으로 경찰 저지선을 빠져나와 아직 철거되지 않은 천막 주변으로 향해, 강제철거 작업을 막는 데 함께 할 수 있었다. 이어 오후 3시 45분경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이동상황실마저 철거되었다.

    또 농성천막과 상관없는 <라디오 21>의 인터넷 생중계 부스와 광우병 쇠고기 조형물, 시민들의 소형 텐트 등도 무참히 철거되었고, 안에 사람들이 있던 농성천막까지도 마구 발로 부수며 철거하기도 했다.

    주변을 지나가다가 현장을 본 임명진 씨 (55)는 “이제 이명박이 권좌에서 물러날 때가 멀지 않은 것 같고, 나라가 망하는 징조가 보인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에 용역깡패를 동원해 노점상들을 마구 철거하던 때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오후 4시 5분 현재 서울시청 광장에 있던 모든 농성천막들이 철거되었고, 경찰병력들도 대부분 철수했다. 부서진 천막의 잔해는 광장 중앙에 모아져 시청 트럭에 의해 날라지고 있고, 시민들과 노조원들은 시청 한편에 모여 앉아 “이명박 정권을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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