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촛불 뒷북, 노조 운동성 부재 반영”
        2008년 06월 26일 08:3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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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1일 새벽 2시가 넘은 시간, 경찰들이 촛불시위대를 인도로 거칠게 밀어붙이고, 시위대는 일명 ‘횡단보도 투쟁’을 벌이고 있던 현장에 한 노인(?)이 이 광경을 주시하고 있었다.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의 저자인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이다.

    그는 6.10 촛불항쟁에 노동자의 무기인 파업으로 연대하지 못한 민주노총에 대해 “노동운동이 운동성을 잃어버린 것 아닌가”라고 말문을 열었다.

    – 촛불항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 이번 시위는 몸의 저항이며 몸의 주체성을 확보하겠다는 운동으로 촉발되었다. 몸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위협받게 된 국민들이 저항하면서 거리로 나온 것이고, 온-오프 광장에서 학습과 토론과정을 거치면서 시민엠티(MT)의 성격을 띠게 됐다.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규정되는 수동적 의미가 아니라 민주공화국의 시민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겪는 시민엠티다. 몸의 주체성에 대한 저항이라는 점에서 계급적 관점이 끼어들어있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엠티를 통하여 촛불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조중동이 국민의 몸의 주체성까지 저당잡힐 만큼 상위 5%를 위한 세력이라는 점을 밝히고 있다.

    오늘 노동운동이 이 변혁적 국면을 주체화하지 못할 만큼 운동성을 잃어버린 게 아닌지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고 본다.

    – 5.2 촛불시위가 발발한 이후 지금까지 50일이 넘도록 노동운동이 쇠고기협상 무효 파업을 벌이지 못하고 있다.

    = 특히 6월 10일 국민항쟁의 날에 민주노총이 파업투쟁에 나서지 못하고, 7월 2일로 넘어간 것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 6.10은 역사적인 날이었고 항쟁의 분수령이었는데 민주노총이 파업이라는 수단으로 동참할 수 없었던 게 민주노총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민주노총이 관료화되지 않고 운동성이 살아있다면 상상력을 동원하고 조직하여 촛불 국면에 결합시켜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하지 않는가. 이런 문제제기를 정파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기를 바라는데, ‘촛불 뒷북’은 민주노총이 ‘종이호랑이’일 뿐, 실력이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고 본다.

    그동안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철폐하자” 등 목소리만 크고 명분에 찬 얘기를 많이 했지만 이를 관철시킬 수 있는 실력이 없다는 뜻이다. 나는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하여 촛불이 정부와 자본을 비출 뿐만 아니라 민주노총의 정규직 노동자들도 비췄으면 한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자의식은 거의 의식적인 것으로서 일시적, 계기적인데 반해 일상에선 소시민으로 살면서 스스로 중산층으로 착각하는, 그런 상황이 아닌가 싶다. 자본이 들씌운 욕망체계에 자발적으로 복종하면서 어떻게 자본과 싸우겠는가?

    –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연대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많다.

    = 정규직 노동자들이 기륭이나 코스콤, 이랜드, KTX 등 비정규 투쟁에 얼마만큼 연대하고 있느냐를 묻고 싶다. 아주 구체적으로 비정규직과 연대하기 위해 돈을 얼마만큼 내고 있느냐, 얼마만큼 투쟁에 연대하고 있느냐이다.

    사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식들이 자기보다 더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기대 속에서 잔업 특근을 하며 사교육을 시키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사교육을 시켜도 나보다 잘 살 가능성은 희박하고 비정규직으로 취직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한국사회다.

    노동자의 계급의식이 있다면 자식을 잘 살게 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비정규직과 연대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자녀 사교육비 지출의 10% 정도라도 비정규직 투쟁에 내놓고 있는가?

    김경욱 이랜드노조 위원장은 조합원들이 전기가 끊겨 아이들이 촛불을 켜고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광화문에 나가 촛불을 들고 싶어도 못 들겠다고 했다. 민주노총 간부로서, 조합원으로서 뭘 해왔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난 달 29일 고시 철회를 촉구하며 쇠고기 투쟁을 선포하는 민주노총.(사진=노동과 세계 이기태 기자)
     

    – 노동운동이 시대의 부름에 나서지 못하고, 사회적 약자에 연대하지 못하고 있다.

    = 노동운동이 소시민화된 것이다. 욕망을 부추기는 한국 자본주의의 관철형태에 대해 꾸준한 긴장관계를 만들고 이에 대한 학습을 노동조합 내부에서 활성화되어야 하는데, 적잖은 조합원들이 주식투자하고, 재테크하고, 부동산투기하고, 사회문화적으로 자본의 욕망체계에 완전히 동화되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 우리와 조직률은 비슷하지만 계급의식과 사회연대가 뛰어난 프랑스는 어떤가?

    = 프랑스 SUD(연대, 단결, 민주의 머리글자. 기존 노조 조직의 문제점을 비판하면서 나와 지난 89년 만든 새로운 노조운동-편집자) 같은 경우 CFDT(프랑스 민주노총)가 관료화되거나 사회당 정부의 영합주의 경향에 맞서서 뛰쳐나와 의료, 교사, 철도, 우편 등 공공분야 노동자들이 떨어져 나오면서 혁신적인 노동운동을 만들어가고 있다.

    자세하게 얘기할 바는 아니지만 한국노총은 논외로 치고, 민주노총에서도 정말 노동자들의 계급의식에 기반하고, 계급연대가 가장 기본적으로 담보된 노동운동의 새로운 출발이 필요하다고 본다.

    – 촛불투쟁이 기로와 전환점인 것 같은데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 앞으로 어차피 이명박 정부가 있는 동안 계속 사그러 들었다가 피어나고, 이걸 반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의 성격이 극소수 가진 자들을 위한 정부이기 때문에 정책을 추진하면서 반민중적 반시민적 성격이 드러나게 될 것이고, 시민으로서 민중으로서 촛불을 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교육문제든 사기업화든 의료사유화든 대운하든 국가가 존재 이유인 공공성을 거부하고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으로 변질된 것이고, 촛불저항은 공공성의 이름으로 끊임없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흐름 속에서 노동운동이 어떻게 준비하고 학습하고 어떻게 토론하고 연대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 이번 촛불항쟁이 권위적이며 군사문화적인 노동문화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 같다.

    = 프랑스는 68혁명이 있기 전인 50년대만 하더라도 여성이 취업하려면 남편의 허가서를 제출했어야 했다. 남자가 부인이 일해도 좋다고 허락해야 일할 수 있을 정도로 가부장적, 반여성적인 사회였다. 68혁명이 정치혁명으로는 실패했다고 하지만 사회문화혁명에서는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일터, 배움터 등 인간관계가 이뤄지는 모든 곳에 엄청난 민주화를 가져왔다.

    촛불도 인터넷이라는 쌍방향 소통의 환경에서 피어난 것이다. 앞으로 관계 자체의 설정이 권위적이고 획일적이고 상명하복의 문화는 해체될 수밖에 없다. 노동운동도 상부에서 모든 게 결정되고 내려가는 권위주의적 방식에서 스스로 탈바꿈하지 않으면 새로운 사회에 조응할 수 없을 것이다.

    – 금속노조 활동가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얘기는?

    = 산별노조의 방향도 옳고 지역의 민중들, 특히 비정규직을 어떻게 결합시켜낼까도 대단히 중요하다. 역시 산별노조도 명분이 아니라 실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고 조합원들의 의식이 문제다. 자본주의 사회가 요구하는 욕망체계로부터 조합원이 긴장하고 저항할 수 있는 사회문화적인 토대가 있지 않고서는 계급의식이 만들어지기 어렵다.

    조합원들의 생활, 일상 자체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되어야 한다. 목소리만 높여서는 그 간극을 메울 방법이 없다. 어떻게 지역에 밀착하고, 구성원들의 일상 자체에 대한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것인가가 우리의 과제, 공동의 과제인 것이다.

    노조가 조합원 교육에 정말 신경을 써야 한다. 프랑스는 초등학교 때 노동의 가치에 관한 교육을 받고, 중학교 때 노사로 나눠 모의 교섭을 하며, 고등학교 2학년 때 ‘노동조합이 민주주의 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놓고 토론을 벌인다.

    국가주의 국가경쟁력 이데올로기밖에 갖고 있지 못한 우리는 노동자의식은커녕 반노동자의식을 갖고 사회에 나가 자본에 자발적으로 복종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노조에서 학습하고 교육하고 토론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 * *

    * 이 글은 금속노조 활동가들이 만들고 있는 주간 <변혁산별> 최근호에 실린 내용을 추후에 약간 보강해서 작성된 것으로, 원고는 <변혁산별> 편집진이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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