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국민 선전포고하면 맞서 주겠다"
    By mywank
        2008년 06월 25일 06:4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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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이 오후 3시부터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주변에서 평화적으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던 시민들을 공권력을 동원해 강제로 인도로 밀어내고, 인도로 몸을 피한 시민들까지 대거 연행하는 사태가 발생되었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과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안진걸 상황실 팀장을 포함한 32명의 시민들이 연행되었다.

    이정희 의원 등 32명 연행

    오후 3시 경복궁역 주변에서는 오후 2시 청와대 앞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마친 뒤 거리행진을 벌이며 이곳에 도착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소속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을 포함해 인터넷 토론광장 <다음 아고라>에 뜬 공지를 보고 달려온 시민 300여명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25일 오후 3시 경복궁역 주변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던 시민들을 강제진압하고 있는 전경들이 모습. (사진=손기영 기자)
     

    시민들은 ‘대국민선전포고’, ‘국민심판 촛불항쟁’ 등의 피켓을 들며, 경복궁 역 주변 횡단보도에 앉아 연좌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그들은 “고시 강행 반대 한다”는 구호를 계속 외쳤다. 시민들이 속속 경복궁 역 주변으로 몰려들자, 경찰은 전경버스를 동원해 청와대로 가는 방향을 막았고, 전경들은 거리에 앉아 있는 시민들을 둘러싸고 있었다.

    <다음 아고라>에서 경복궁역 집회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는 김문경 씨는 “정부에서 오늘 고시를 강행한다고 했는데, 도무지 참을 수 없어 수원에서 여기까지 달려왔다”며 “이번에 정부에서 미국과 추가 협의를 했는데, 제대로 된 협의문 조차 없고 미국에서는 이번 추가협의를 ‘토의’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수원에서 달려왔다

    이어 김 씨는 “모든 시민들을 보호해줘야 하는 경찰이 보수단체의 집회는 보장해주고 보호해주면서, 우리들이 여기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장한 전경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가로막고 있는 것을 이해할 수 가 없다”며 “이명박 정부의 경찰은 도대체 누구를 지키기 위한 경찰인지 모르 겠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강석헌 씨 역시 “이번 주 월요일만 해도 국민의 여론을 충분히 듣고 장관고시 시행여부를 결정하겠다던 정부가 입장을 바꿔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지도 않은 채, 갑자기 장관고시를 강행한 것을 국민은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라며 “국민들의 목소리를 끝까지 묵살한 이명박 정부와 어떻게 5년을 보내야 하는지 앞이 깜깜하다”고 강조했다.

       
      ▲연행자들이 탄 전경버스를 막고 있는 시민들과 연행된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의 모습. (사진=손기영 기자)
     

    3시 자전거를 타고 현장을 지나다가 경찰들에게 길목이 가로막혀 꼼작하지 못하고 있던 박철훈 씨는 “오늘 장관고시를 강행한 이명박 정부에게 항의하러 자전거를 타고 여기 까지 왔는데, 내가 태극기를 들고 있었다는 이유로 경찰이 길을 막아섰다”며 “왜 막냐고 이유를 물어봤는데, ‘자전거는 도로를 지날 수 없다’는 황당한 변명만 들었다”고 설명했다.

    오후 3시 35분이 되자 전경들은 시민들이 피켓시위를 하고 있던 곳을 더욱 압박했고, “여러분들은 불법집회를 하고 있다. 인도로 가거나 해산하라”는 종로경찰서장의 경고방송이 흘러나왔다. 이에 시민들은 방송소리가 들리지 않은 정도로 큰 함성을 지르며 경찰 측의 엄포를 무시했다.

    빨리 오려고 자전거 이용

    10분 정도가 지나자, 방패와 투구로 무장한 수십 명의 전경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왔고, 순식간에 경복궁역 주변 횡단보도에서 연좌시위를 하고 있던 시민들을 인도 밖으로 강제로 밀어냈다. 이에 맞서 시민들은 경찰의 강제진압을 몸으로 막으면서 완강히 저항했고, 시민들은 “폭력경찰 물러가라~ 폭력경찰 물러나라”를 연신 외쳤다.

    이어 오후 4시가 넘어가자 대부분의 시민들은 인도 쪽으로 밀려났고, 경찰은 인도에서 경찰의 강경진압에 강하게 항의하고 있던 시민들을 강제로 끌어내 연행하기 시작했다. 또 이 과정에서 시민들에게 폭언을 했고, 일부 시민들에게는 주먹질을 하기도 했다.

       
      ▲경찰에 의해 강제연행되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손기영 기자)
     

    시민들은 경찰들을 향해 “연행자를 석방하라”고 소리 높여 외쳤다. 또 시민들에게 폭언과 폭력을 행사한 경찰들의 모습을 핸드폰 카메라로 촬영했다. 오후 4시 15분 쯤 연행자를 태운 경찰버스가 현장을 떠나려고 하자, 순식간에 인도에 있던 시민들의 경찰저지선을 뚫고나와, 거리로 달려 나왔다. 그리고 연행자들이 탄 전경버스 앞을 가로막았다.

    전경버스는 시민들에게 가로막혀 꼼작하지 못하고 있었고, 전경들을 재빨리 연행자를 태운 전경버스를 가로막고 있던 시민들을 끌어냈고, 경찰의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이들에게도 강제연행을 시도했다. 시민들은 완강히 저항했고, “폭력경찰 물러가라~ 연행자를 석방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강제연행을 몸으로 막고 있던 안진걸 국민대책회의 상황실 팀장과 시민들과 함께 연행자가 탄 버스를 가로막고 있었던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경찰에 의해 강제연행 되었다. 연행된 이정희 의원은 전경버스 철창으로 얼굴을 내밀고, “경찰은 미란다 원칙도 말하지도 않고, 현장에서 나를 강제로 연행했다”며 “시민들과 함께 연행자들이 탄 버스를 막던 중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대책회의 긴급 기자회견

    오후 4시 반 경찰은 시민들을 광화문 주변까지 ‘몰았고’, 연행자를 태운 버스는 남은 시민들의 강력한 제지에도 불구하고 대학로 방향으로 황급히 빠져나갔다. 경찰의 무전기에는 “연행과 경찰버스를 막는 시민들까지 모조리 연행시키라”는 무전이 나오고 있었다.

    오후 4시 50분 다시 광화문 주변에 남아있던 일부 시민들을 경찰저지선 안으로 몰아넣었고, ‘도로를 무단 점거 했다’는 이유로 이들을 연행했다. 경복궁 주변 시위 중 연행된 사람들과 연행자 버스를 가로막다 연행된 사람 그리고 광화문 주변에서 연행된 사람 등 총 32명의 시민들이 이날 경찰의 연행되었다. 저녁 6시 35분 현재 경복궁역 2번, 6번 출구 주변에는 300여명의 시민들이 이날 경찰의 강제진압에 항의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25일 오후 2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긴급기자회견 모습과 청와대 항의방문이 저지된 대책위 소속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항의의 표시로 전경버스에 ‘피켓’을 끼워넣고 있는 모습. (사진=손기영 기자)
     

    이에 앞서 오후 2시 청와대 앞 청운동사무소 앞에서는 정부의 ‘장관고시’ 강행을 규탄하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어 기자회견을 마친 국민대책회의 소속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은 오후 2시 반 청와대 항의방문을 시도했으나, 경찰의 저지 때문에 청와대로 가진 못했다.

    국민대책회의는 이날 성명에서 “온 국민의 거대한 촛불행진이 50일 여일에 다다르는 지금, 정부는 끝내 기만적인 추가협상 결과를 반영한 고시를 강행하려고 한다”며 “우리는 먼저 이른바 ‘추가협상’에 대한 우리 정부의 설명과 미 미무역대표부의 발표가 완전히 다르다는 점에 경악한다”고 강조했다.

    국민대책회의는 이어 “미국 정부는 ‘추가협상’의 성격을 ‘협상’이 아니라 ‘토의’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강제력을 가지는 국가 간 합의과정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한국수출용 QSA가 미국정부의 보증과 강제력을 포함하는 것이라는 우리 정부의 설명과 달리 미국정부는 ‘민간 업자 사이의 자발적이고 과도적인 조처’라고 못박았다”고 지적했다.

    국민에게 저항하면 불행한 결과 올 것

    국민대책회의는 또 “합의 성격, 합의내용, 이행의 강제력 등 모든 면에서 우리 정부의 설명과 미국정부의 입장이 하늘과 땅만큼 다르다는 점에서 우리는 김종훈 본부장이 발표한 이른바 추가협상 결과 자체가 이명박 정부의 자작극이라고 규정한다”며 “ 정부의 고시강행은 일단 물을 엎지르고 보자는 식이지만, 정부가 국민의 드높은 민주의식과 광우병 문제에 대한 단호한 태도, 그리고 정부를 향한 깊고 뜨거운 분노를 오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대책회의는 “정부가 먼저 고시를 철회하라”며 “추가협상 과정을 솔직히 공개하고 국민적 토론에 성실히 임하라”며 “ 이러한 국민적인 힘에 근거하여 전면재협상을 당당히 선언 하는 것만이 정부가 살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과 싸워 이긴 권력이 없다는 것 국민에게 끝까지 저항하면 반드시 불행한 결과로 이어진다는 역사의 교훈을 명심힐 것을 충고한다”고 말했다.

    박원석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은 “정부는 추가협상을 하고 왔지만, 국민들에게 검증을 받는 것을 거절한 채, 고시를 강행하려고 한다”며 “50여 일 동안 국민들이 촛불을 밝혔지만, 국민들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오늘 고시를 강행하려는 것은 국민들에게 전행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박 실장은 “미국에서 부시 방한을 갑작스럽게 취소한 것은 고시 강행을 위해 미국 정부에게 우리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차원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그동안 촛불을 반미라고 매도하고 있는데, 현재로써는 이런 미국 정부의 태도를 보면 어떠한 반미감정이라도 들 정도”라고 강조했다.

    정광훈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오늘 정부에게 고시를 강행한다고 했는데, 국민을 위해 전혀 의미가 없는 일”이라며 “이제 민심을 꺾고 국민들과 전쟁을 선포하려는 것 같고, 오늘 이명박 정부가 저지른 과오는 국민들로부터 그리고 역사로부터 용서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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