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도, 고민도, 투쟁도 계속된다
By mywank
    2008년 06월 25일 05:17 오전

Print Friendly

24일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를 늦출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며 사실상 25일 고시게재를 요청하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이날 밤 9시부터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는 향후 촛불의 성격과 방향을 모색해보는 ‘2차 국민대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아고라>에서 ‘권태로운 창(아이디)’로 활동 중인 나명수 씨, ‘안티 2mb 카페’에서 ‘다른 생각(아이디)’로 활동 중인 민석준 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인 임재성 씨, 운수노조 정호희 정책실장, 생태지평 박진섭 부소장, 전농 이창한 정책위원장, icoop 생협 이정주 대표, ‘고대녀’ 김지윤 씨, <100분토론> 전화 토론자였던 양석우 씨가 참석했다.

지난 19일 진행된 1차 토론회에서는 촛불이 성격을 둘러싸고 ‘정권퇴진 운동’을 주장하는 쪽과 ‘쇠고기문제의 집중’을 강조하는 쪽의 논쟁이 팽팽했던 것과 달리, 이날 토론회에는 “정권퇴진 운동은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 24일 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2차 국민대토론회’ (사진=손기영 기자)
 

운수노조 정호희 정책실장은 “지금 우리들의 운동은 ‘쇠고기 문제’라는 낮은 수준에서 ‘정권퇴진’이라는 높은 수준까지 와 있는데, 이걸 굳이 낮은 수준으로 다시 떨어뜨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지금 저항하지 않으면 50일 동안 싸움이 물거품이 되기 때문에, 이번 주말 전면전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실장은 또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그동안 운동을 위한 방법들이 하나 둘씩 드러나고 있으며, 이제 ‘항쟁’ 방법도 두려워하면 안 된다”며 “더 큰 항쟁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동자와 시민항쟁이 양 날개로 나서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자-시민 양날개 투쟁을

‘안티 2mb 카페’ 회원인 민석준 씨는 “의제 하나에만 매달려서 소극적으로 대응하면 그것보다 못한 결과를 얻을 것”이라며 “이 정권의 본질은 바뀌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 민영화 문제, 미친 교육 문제 등으로 더 많은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의 사안뿐만 아니라 앞으로 ‘이명박 퇴진운동’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씨는 또 “앞으로 우리의 목표는 이명박을 끌어내리는 것이 되어야 하고, 더 이상 합법적인 탄핵이란 방법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민들은 항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려대 사회학과에 재학 중인 일명 ‘고려대녀’ 김지윤 씨 역시 “향후 촛불투쟁의 목표가 ‘정권퇴진운동’으로 나아가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촛불문화제는 쇠고기 문제뿐만 아니라, 그동안 누적되어 있던 불만과 다양한 의제들이 우리 안에서 자연스럽게 확대되었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또 “실효성이 없는 국민투표·탄핵·국민소환제·불매운동 보다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촛불집회가 가장 확실했고 정부를 후퇴하게 만들었으며, 볼리비아·아르헨티나 등에서는 거리에서 대통령이 시민들에 의해서 쫓아낸 사례도 있다”며 “우리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거리나 광장에서 더 많은 시민들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통해 정권을 퇴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늦은 밤까지 토론회를 경청하는 시민들.(사진=손기영 기자)
 

이제 맞서 ‘신중론’을 제기한 생태지평 박진섭 부소장은 “결과적으로 보면 전면재협상을 정부로부터 받아 내지 못한 것은 우리 운동의 미완성”이라며 “조급해지면 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인내심을 갖고 그 힘을 모아서, 천천히 많은사람들과 연대해서 가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부소장은 또 “이명박 대통령이 말을 듣지 않으니깐 ‘정권퇴진운동’을 하자고 하고 있으나, 그에 앞서 우선 쇠고기 문제는 매듭짓고 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 미국 추가협상 내용과 관보 게재 건을 묶어서 국민투표를 하거나, 미국산 쇠고기 불매운동 벌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너무 앞서가지 말고 쇠고기 투쟁에 집중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인 임재성 씨 역시 “근본적으로 정권퇴진이란 흐름들이 이어져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너무 앞서가지 말고 지금은 쇠고기 문제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쇠고기 장관고시를 막아서는 것 자체가 정권 퇴진투쟁의 일환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임 씨는 또 “이제는 촛불만 드는 것이 아니라, 당장 이번 주 금요일에 고시가 발표되면 미국산 쇠고기가 풀리기 전에 그것들을 막아서는 모습들이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위치와 양을 미리 조사를 해서 시민들이 쇠고기 유통되는 것을 막아서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전농 이창한 정책위원장은 “당연히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정부는 자리를 내놓아야 하지만, 갑자기 ‘정권퇴진’이란 구호를 내걸었을 때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며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이명박 정권퇴진의 필요성을 대다수 국민들이 알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또 “‘정권퇴진’이라는 주제를 갑작스럽게 내미는 것 보다. 다양한 의제에 대한 문제점들을 자연스럽게 요구하는 과정에서 나중에 ‘이명박 퇴진’이라는 정치적 목표가 한데 모아질 수 있을 것”이라며 “아니면 그것마저 단지 힘없는 구호로 그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고시 강행해도 계속 쇠고기 투쟁해야

이어서 양석우 씨는 “지금 국민들이 대통령을 탄핵시킬 방법이 없고, 아무리 국민들이 ‘이명박 정권 퇴진’을 외쳐 봤자 법적 효력을 갖고 집행될 수 있는 부분 역시 없다”며 “국민들이 민주적인 절차로 뽑아줬는데, 4개월 밖에 안 된 대통령을 내려오라고 하는 목소리에 대해 많은 분들이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태에서 퇴진 투쟁은 명분도 타이밍도 안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아고라>에서 ‘권태로운 창’으로 활동하고 있는 나명수 씨는 “정권퇴진에 대한 보수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며 “발언의 수위를 조금 낮춰야 하지만 그렇다고 불매운동과 국민투표는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icoop 생협 이정주 대표 역시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번질지는 모르겠으나 삶의 문제를 송두리 째 흔드는 미국산 쇠고기 문제에 대한 재협상에 집중해야 한다”며 “여기서 쇠고기 문제를 중단하면 안 되며, 고시를 강행한다고 해도 이 문제는 계속 소비자들이 문제 제기를 하며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장발언과 온라인 의견을 통해 참여한 대다수 시민들은 이명박 정권퇴진운동이 필요하다는 ‘강경파’ 쪽에 힘을 실어주며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인천에서 왔다는 한 여성은 “이미 여론은 이명박에 대해 규탄하는 분노로 가득 차 있고, 이번 주 고시를 강행한다고 하는데 ‘과연 이 대통령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목소리들이 많다”며 “이미 수백만의 시민들이 이명박의 퇴진되는 날만 기다리고 있으며, 지금 대책위가 고시를 강행하면 시민들에게 ‘정권퇴진 운동을 위해 거리로 나와야 한다’고 이야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촛불, 육체적으로 힘들다, 주말에만 하자

영등포에서 산다는 신현호 씨는 “보수진영에서조차 이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이명박 대통령 퇴진운동 늦어지면 이명박 꼼수에 속아 넘어가는 일이 더욱 많이 생길 것이기 때문에 대책회의의 합법적 저항과 일반시민들이 비공식적인 강도 높은 저항 결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영 씨 역시 “ 현재의 이명박에 대한 낮은 지지율은 퇴진운동을 벌이기에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생각 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어뜨린 것은 거리의 시민들이었고, 운동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촛불문화제의 방향·목표와 더불어, 개선사항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다. 박진석 부소장은 “촛불이 오래 되다 보면 의미가 퇴색되는 것이 아니라, 육체적으로 피곤감이 쌓인다”며 “과감하게 주말에만 집중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고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나명수 씨는 “촛불문화제를 주최하는 대책회의는 태생적으로 덩치가 크기 때문에 의제를 집행하는데 느린 속도를 가질 수밖에 없다”며 “많은 네티즌 모임들이 느슨하게 대책회의와 연계해서 전체 여론을 빠르게 확산시키고 대책회의는 많은 일반시민들과 네티즌들의 의견 받아서 시위의 방향을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나 씨는 “대책회의 차원에서 촛불대행진의 방식을 비폭력 저항의 방식으로 바꾸면 좋겠고, 시민들이 틀에 박힌 촛불문화제에 식상해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경복궁 투어’를 비롯한 기존에 해오지 않았던 다양한 시위방법 등의 고안을 통해, 우리의 의견을 이슈화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27일 마지막 3차 토론회

‘안티 2mb’ 회원인 민석준 씨는 “촛불문화제의 진행방식에 있어 ’다원화‘가 아직 안 되었고, 문화 활동이나 퍼포먼스 등이 효과적으로 전체 판에 녹아나지 못하고 있다”며 “주중에 영화상영이나 노래를 배우는 내용과 큰 집회에서 어린아이들까지 참여할 수 있는 퍼포먼스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터넷으로 의견을 보낸 ‘386(아이디)’은 “시청 등지에서 대다수 국민들이 한 것에 모여 있으면 정부나 보수단체 쪽에서 좌파나 과격시위 단체로 몰리기 쉽다”며 “한 곳에 모이는 시위 대신 출근이나 퇴근할 때 개별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A4 용지에 적어 지하철 승강장에 붙여놓거나 주변에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운동 등으로 정부의 문제점을 알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름 밝히지 않은 네티즌은 “거리시위는 밤에만 해야 하는지 그리고 밤9시부터 새벽까지 시민들이 자고 있는 한밤중에 경찰과 대치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며 “토요일 낮이나 일요일 낮에 거리시위를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국민대토론회는 3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다음 날인 25일 새벽 1시까지 진행되었으며,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2차 국민대토론의 내용을 토대로 27일 밤 다시 ‘3차 국민대토론’회를 벌일 예정이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