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 직선 서울시 교육감' 피켓 등장
    By mywank
        2008년 06월 24일 09: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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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저녁 7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48차 촛불문화제는 ‘미친 소, 미친 교육’이란 주제로 진행됐다. 2,000여명의 시민들이 모인 이날 촛불문화제는 중년 남성과 여성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교육문제에 대한 학부모들이 관심은 ‘촛불 광장’에서도 예외일 순 없었다.

    중고교생들의 항의

    이날 주최 측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무대 위에 ‘사교육 폭등 정책 반대, 아이들을 지켜내자’란 현수막을 내걸었다가 ‘아이들’에게 혼이 났다. 주변에 있던 몇몇 중고생들이 주최 측에 항의를 제기한 것. “우리들은 아이들이 아닙니다. 이제 저희들도 스스로 지킬 수 있는 나이예요.“ 그들의 항변이다. 

       
      ▲24일 저녁 촛불문화제 풍경. (사진=손기영 기자)
     

    이날 행사장에는 다른 촛불문화제 때에는 볼 수 없었던 피켓이 눈에 띄었다. 광장의 모인 시민들의 손에는 ‘7월 30일 시민 직선, 서울시 교육감 선거’라는 피켓이 들려 있었다.

    서울시민들의 직접 선거로 시 교육감이 선출된다는 사실 자체를 아는 시민이 거의 없는 상황이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인지 이날의 자유발언 내용에는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참여해 우리 손으로 교육감을 바꾸자"고 강조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우리 손으로 교육감을 바꾸자

    첫 번째 발언자로 나선 사람은 ‘강북구에 살며 초등학교 2학년과 5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성이었다. 그는 “지난 5월 2일 우리들이 거리로 나와 ‘광우병 쇠고기’에 반대하는 촛불을 들었지만, 이에 앞서 4월 19일 중고생들이 먼저 ‘4.15 학교자율화 정책’이 싫다며 광화문에 촛불을 밝혔다”고 되돌아봤다. 

    그는 이어 “그래서 지금 광장을 밝히고 있는 촛불의 시작은 이명박 정부의 ‘미친 교육’이었다”며 “나도 지금 초등학교 자녀 둘이 있지만, 그동안 보내지 않았던 보습학원에 보내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로 이명박 정부 들어 주변에 있는 엄마들의 교육에 대한 경쟁 심리가 어느 때 보다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 자식 그리고 대한민국의 학생들을 살리기 위해서 특히 7월 30일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며 “우리 남편에게도 7월 30일에는 여름휴가를 잡지 말라고 이야기해 놨고, 여러분들도 ‘교실의 희망’을 지킬 수 있는 훌륭한 교육감님을 뽑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청소년 다함께’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밝힌 17살 여고생은 “학교에서는 저희에게 아직 꿈이 있고 우정이 소중하다고 이야기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치열한 입시경쟁으로 우리를 내몰고 있다”며 “그러한 환경에서 낙오되지 않으려면 친구를 짓밟고 올라서야 되고, 나의 꿈 보다는 주변에서 인정하는 길을 가기 위해 자신을 버려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것도 모자라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0교시 수업, 우열반, 영어몰입교육 등의 ‘미친 교육’ 정책으로 우리를 완전 공부하는 기계로 만들려고 하는 것 같고,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자살률이 괜히 높은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잠 좀 자자, 밥 좀 먹자"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초등학교 여교사는 “우리 아이들의 학력수준이 OECD에서도 1~2위를 다투고 있는 실정인데, ‘미친 교육’ 정책을 펼치고 있는 이명박 정부는 우리 아이들의 학력 저하가 나타난다는 이상한 이유를 들며, ‘일제고사’를 강요하고 ‘자율형 사립고’를 만들어 경쟁구도로 몰아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 아이들의 교통사고 사망률보다 자살률이 높은 현실이 정말 안타깝고, 선생님으로써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우리 아이들의 꿈을 지켜줄 수 있고 참교육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교육감이 당선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 앉아 행사를 지켜보고 있던 시민들도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유정민 씨(47)는 “부모 입장에 자식 잘 되지 않길 바라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며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이런 학부모들의 약점을 잘 알고 이를 잘 이용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 씨는 “이명박 정부 들어 영어 몰입교육이다, 자율형 사립고다, 그리고 우열반이다, 그런 제도들을 만들어서 자꾸 부모들이 다른 집 아이보다 앞서가기 위해, 학원에 보내게 만들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는 더 이상 교육문제를 ‘장삿속’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유 씨는 또 "아이들이 늦은 시간 집에 들어왔을 때 말을 걸면, ‘잠 좀 자자. 밥 좀 먹자’라며  기운 없는 소리로 대답할 때 정말 마음이 많이 아프다"며 "아이들한테 가혹한 세상을 만든 우리 어른들 부터 먼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석 씨 역시 “이명박 정부는 교육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줄을 세우려고 하고 이 순서에 따라 나중에 경제적인 신분도 이어가게 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예전에는 공부를 열심히 하면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도 성공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사교육의 중요성이 커져서 아무리 열심히 해도 돈이 없으면 공부를 잘 못하고, 한번 정해진 자신의 ‘줄’은 바꾸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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