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수는 ‘악마’, 그럼 이명박은?
    2008년 06월 23일 02:29 오후

Print Friendly

몰랐었다. ‘무한도전’에 이렇게 깊은 뜻이 있는 줄. ‘무한도전’ 김태호 PD의 인터뷰를 보고 든 생각이다. 김태호 PD는 이렇게 말했다.

“박명수라는 악역이 다른 멤버들의 물을 훔쳐 독점하는 상황극을 통해 OPEC의 석유 독과점이나 글로벌 대기업의 자본독점, 제3세계에 대한 노동력 착취 등을 풀어내보는 것이 우리들의 방식이다.” – <뉴스엔>, 2008. 6. 5

지난 봄 ‘무한도전’은 사막 나무심기 특집을 방영했다. 중국 네이멍구 쿠부치 사막은 200년 전까지만 해도 초원지대였는데 최근 사막으로 변했다고 한다. 그곳의 모래가 한국 황사의 근원이라고 한다. 식목일을 맞아 ‘무한도전’은 그곳에 나무를 심는다는 설정으로 특집을 마련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식목일특사’, 무한도전 최저 시청률 기록(<데일리서프> 2008. 3. 30).” 시청률 하락만의 문제가 아니다. 환경을 생각한다면서 중국까지 가서 멤버들끼리 아옹다옹하는 장난으로 방송의 태반을 때운 것 때문에 많은 비난이 잇따랐다. 해외원정까지 가서 저질 몸개그냐는 지적이었다.

특히 많은 비난을 받은 것은 박명수의 물장난이었다. 박명수가 자신 몫으로 할당된 물은 낭비해버리고 멤버들의 물을 독점해 전체를 고난에 빠뜨렸다. 그에 따라 물 쟁탈전이 발생하고 멤버들끼리 엎치락뒷치락하며 싸움을 벌였다. 환경과 박명수 물장난이 무슨 상관이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무한도전’에 이렇게 깊은 뜻이 있을 줄이야

   
 
 

“악마 박명수를 더욱 부각시켰다. 제작진이 개인당 한 통씩 나눠준 생수를 박명수는 몰래 빼돌려 흙 속에 파묻는 자신만의 이익 챙기기에 나섰고 이에 나머지 멤버들도 ‘무한 이기주의’를 그 어떤 때보다 여실히 보여주었다. … 환경의 중요성 인식이라는 프로그램 취지와는 다소 동 떨어진 내용으로 이뤄져 아쉬움을 남겼다.” – <매일경제>, 2008. 3. 30

한 경제지는 ‘무한도전’ 추락의 5대 장면을 꼽으면서 이 사막 나무심기 특집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나무 심는 것이 주제인데 왜 엉뚱한 싸움 장난질을 부각시켰느냐는 시각이다. 김태호 PD의 말은 전혀 상상도 못했던 부분이다. 바로 그 ‘물싸움질’이 ‘무한도전’ 나무심기편에서 또 하나의 주제였다는 것이다.

“예능프로그램에 소위 공익성을 담으며 직접적인 호소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결국 시청자들에게 어떤 대가를 바라는 태도다. … 이 같은 설명 과정이 비록 설득력 있게 전달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성우 내레이션을 통한 뻔한 구성은 ‘무한도전’답지 않다.” – 김태호 PD, <뉴스엔>, 2008. 6. 5

노골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무한도전’의 방식이 아니므로, 마치 우화처럼 이야기 속에 뜻을 숨긴 설정이었다는 말이다. ‘무한도전’에 이렇게 깊은 뜻이 있었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으랴.

악마 박명수의 물 가로채기 행각이 공공재, 필수재의 독점 및 이익추구가 얼마나 추악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설정이었다니, ‘무한도전’이 다시 보인다. 무산된 청와대 특집도 사실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에 대한 차별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에서 기획됐던 것이라고 한다. 이건 ‘무한도전’의 재발견이다.

예능프로그램조차도 공공재의 공공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무한도전’ 제작진은 모든 멤버들에게 물을 공평히 배급했는데, 그렇다면 ‘무한도전’ 제작진이 박멸해야 할 김정일 빨갱이 집단인가? 이명박 정부에게선 그런 인식이 보인다.

예능프로그램만도 못한 대통령

공평한 꼴을 못 봐주는 정부다. 모든 부문을 민영화, 즉 자본의 소유로 만들어 이익추구의 장으로 바꾸려 한다. 촛불의 반격을 맞아 지금은 주춤한 상태지만 언제 또 다시 민영화가 추진될지 모른다. 정말로 민영화를 중단한다 해도 애초에 그런 생각을 했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물을 사적 이익추구의 도구로 이용했던 박명수는 ‘무한도전’에서 별명이 악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악마 육성자 같다. 공공재를 독점해 이익추구하는 ‘악마’들을 양산하려 하기 때문이다.

지금 중단한다는 민영화도 의료, 전기, 물 등 몇 개 분야에 불과하다. 이 부문들도 사실은 조금씩 조금씩 이익추구원리로 재편해나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강력하다. 그 외 공공부문들의 전면 민영화를 공약했었는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자본소유-이익추구 원리로 재편될 지 가늠조차 하기 힘들다.

박명수만 판치는 나라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이었길래 망정이지 만약 진짜 인간 세상에 사막에서 박명수같은 사람이 발호하면 힘없는 사람은 목이 말라 죽고 나머지는 폭동을 일으킬 것이다. 그땐 ‘엎치락뒷치락 몸개그’ 수준이 아니라 도심에 검은 연기가 치솟고 아이들이 울부짖는 아비규환이 닥칠 것이다.

왜 공공부문 민영화가 국정지표여야 하나. 왜 박명수 키우기가 목표여야 하나. ‘무한도전’은 박명수가 물을 독점할 때 ‘묵묵히 성실하게 나쁜 짓’이라고 자막표시했다. 왜 우리 대통령은 ‘나쁜 짓’을 고취하나. 왜 엉뚱한 지점에서 ‘성실’하나. 지금도 ‘묵묵히’ 민영화 계획을 짜고 있는 건 아닌가?

현 정권 지지파는 사람들이 거리에서 이런 말을 하면 김정일 세상이 온단다. ‘무한도전’까지 김정일이 배후조종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예능보다 못한 대통령. 사막처럼 변해가는 나라. 나라꼴이 리얼막장 버라이어티가 돼가고 있다. 뭐, 도심에 콘테이너 산성 버라이어티까지 벌어지는 판이니.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