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안전대책, 거짓과 허점 투성이"
    By mywank
        2008년 06월 24일 06:1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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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각한 위험 요인을 내포하고 있는 물질을 마구 들여오면서, 복잡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그 위험을 막거나 최소화할 수 있으니 걱정 말라는 정부와, 위험 물질 도입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구태여 그걸 사들여와놓고, 실효성 없는 대책을 남발하며 위험을 막을 수 있다고 우기는 정부를 용납할 수 없는 시민사회와의 갈등이라는 미국산 쇠고기 사태의 본질은 촛불 정국 2개월이 돼가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수입위생조건 문제 검역강화로 풀리지 않아

    농림수산식품부는 24일 미국산 쇠고기 검역 강화 및 원산지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정부 대책은 온갖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모양새를 띠고 있지만, 국민대책회의 전문가위원회는 이들 대책 모두가 실효성과 현실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며 조목조목 비판하고 나섰다. 광우병 특정위험물질 그 자체를 수입하는 이상 정부의 대책은 기본적으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이 대책에 따르면 검역당국은 앞으로 들어오는 미국산 쇠고기 가운데 ‘품질체계평가(QSA) 프로그램’에 따라 생산됐다는 내용이 수출검역증에 명시된 제품에 대해서만 검역을 실시키로 했다.

    또 30개월 미만 소의 뇌, 눈, 척수, 머리뼈는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이 아니더라도 발견될 경우, 해당 상자를 검역 불합격시키고 반송하기로 했지만, 머리뼈 조각 또는 척수의 잔여 조직이 발견된 상자는 반송조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특히, 광우병 특정위험물질과 인접한 혀와 내장이 들어오면 수입건별, 컨테이너별로 각 3개 상자의 포장을 뜯고 내용물을 모두 녹인 뒤 육안을 통한 ‘관능검사’와 함께 현미경을 통한 조직검사를 시행하기로 했다.

       
      ▲ 24일 오후 열린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기자회견 모습 (사진=손기영 기자)
     

    내장의 경우 30㎝ 간격으로 5개의 샘플 조직을 채취해 이 가운데 4개 이상에서 ‘파이어스 패치’라는 림프소절이 확인되면, 미국 가공 과정에서 SRM인 회장원위부가 완벽하게 제거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고 해당 물량을 반송키로 했다.

    또 SRM이 발견되면 해당 작업장에 대해 5차례 연속으로 개봉검사 비율을 3%에서 10%로 올리고, 절단 해동 검사대상 및 혀, 내장 조직검사 대상을 3개 상자에서 6개로 늘리는 등의 강화 검사를 실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원산지 단속도 강화하기로 하고 ‘식품위생법’에 따라 신고 된 △식당 뷔페 예식장 등 일반음식점 △패스트푸드점 분식점 등 휴게음식점 △학교 기업 기숙사 공공기관 병원 등 집단급식소 등은 모두 소, 돼지, 닭고기와 그 가공품을 조리, 판매할 때 원산지를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국내에선 30개월 넘었는지 판단 방법 없어

    이날 정부의 발표 내용에 대해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전문가자문위원회 소속 전문가들은 24일 오후 3시 환경운동연합 앞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역강화 조치로는 수입위생조건의 문제를 덮을 수 없다”며 정부 발표 내용을 비판했다.

    전문가자문위원회는 정부의 검역강화 방안과 관련해 “현재의 국내 검역으로는 30개월 이상인지 아닌지 판단할 과학적 방법이 없다”며 “살코기 갈비 곱창 혀 사골 꼬리뼈 등의 부위는 한국에서 몇 개월짜리인지 알수 있는 방법이 없고, 미국 수출업자들이 나이를 허위로 기재하더라도 적발할 방법도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자문위원회는 이어 “‘관능검사’를 위해 수량을 늘려 개봉검사를 한다고 하지만, 눈으로 보이는 조각이 없다고 해서 광우병 위험이 없는 것이 아니”라며 “미량의 SRM만으로도 감염이 가능하므로 수입위생조건에서 30개월 미만의 뇌 척수 머리뼈 눈 등뼈 등도 광우병 위험물질로 정의하고 이에 따른 검역을 하는 것만이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자문위원회는 또 “내장과 혀에 대해서는 ‘조직검사’를 강화한다고 하지만, 우선 조직검사를 할 인력이 없다”며 “정부는 이 상황에서 수의과학검역원 인력을 축소하려고 하고 있는데, 몇 천 톤이나 되는 혀와 내장을 무슨 수로 조직검사까지 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자문위원회는 이어 “정부가 ‘파이어스 패치’가 소장 5개 부위에서 4개 이상 나오면 반송 조치한다고 하였으나, 문제가 되는 것은 소장 끝부분에 있는 회장원위부가 아니라, 파이어스 패치”라며 “광우병 위험물질인 파이어스 패치가 소장 전체에 분포하고 있어서, 유럽연합은 소장 전체를 광우병 위험물질로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원산지 표시제 부담 영세상인들에 떠넘기는 것

    정부의 ‘원산지 표시제’ 계획에 대해, 전문가자문위원회는 “일본의 경우 소의 이력추적제와 원산지 표시제에 대한 정부의 인프라 지원을 갖추고도 이를 시행하는 데는 2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며 “하물며 아무런 조치도 없이 조사원 몇 백 명으로 이를 하겠다는 것은 원산지 표시제의 부담을 영세상인들에게 떠넘기는 것 일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자문위원회는 "품질시스템평가(QSA)로는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막을 수 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며 ”미국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QSA보다 훨씬 강력한 ‘수출증명(EV) 프로그램’이 작동되던 지난 06년~07년에도 전체 미국산 쇠고기 수입건수의 50% 이상에서 뼛조각이 적발되었으며, 갈비 통뼈가 9번, SRM인 등뼈도 2번이나 적발되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검역시스템 문제에 대해, 전문가자문위원회는 “캐나다는 2007년부터 모든 동물에게 SRM을 사료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이력추적제도’를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광우병 발생이 확인되고 있다”며 “이런 캐나다의 검역조치에도 크게 못 미치는 미국의 사료조치, 이력추적제, 광우병 검사, 도축장의 상태 등을 고려했을 때 미국산 쇠고기는 결코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박상표 정책국장은 “미국산 쇠고의 광우병 안정성의 핵심은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 문제인데, 우리정부는 미국과의 추가협상에서 SRM 규정은 한글자도 바꾸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정책국장은 “김종훈 본부장이 SRM 기준을 거론하며, 자꾸 국제수역사무국에 SRM 기준이 있다고 사실을 호도하고 있는데, 국제수역사무국 규정 어디에도 SRM 기준은 없다”며 “그래서 당연히 SRM에 대한 국제적인 기준은 없고 각 나라별로 SRM 기준을 세워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조차 모르고 협상했다면 명백한 국민기만”이라고 지적했다.

    25일, 집중 촛불문화제

    송기호 통상전문 변호사는 “‘수출증명(EV) 프로그램’은 조건에 따라 관리되고 있는 개별 작업장의 고유번호와 해당 도축장에 대한 정보가 미국 농림부의 홈페이지에서 공개되는 등 미국의 도축장에서 생산되는 쇠고기를 미국 농림부가 보장하는 법적 체계에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송 변호사는 “이에 반해 ‘QSA 프로그램’은 건건마다 미국 농림부가 이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QSA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민간기관 혹은 회사가 이를 스스로 기재하고 미국 당국은 단지 사인만 하는 것”이고 “또 미국 농림부 홈페이지에서 개별 작업장에 대한 내용은 확인할 수 없고 미주리 주 농업부, 텍사스 육우인 연합회, 칸사스 가축위원회, 타이슨 등 23곳의 QSA를 운영하는 민간기관 및 회사에 대한 내용만 확인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정부 기자회견에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미국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를 늦출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며 이르면 25일 고시게재를 요청하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오는 25일 저녁 7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고시 강행 저지, 이명박 정부 심판’ 집중 촛불문화제를 개최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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