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색깔 있는 진보야당으로 촛불 답해야
        2008년 06월 23일 09:2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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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08년 ‘촛불’이 던져주는 정치적 의미를 모색하는 내용이다. 필자는 현재의 상황을 일반적으로 지적된 ‘대의민주주의의 위기’라기보다 ‘야당의 위기’로 보고, 바람직한 야당의 재편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필자는 올바란 야당의 재편 방향과 관련해 ‘가치연합'(색깔)을 분명히 하고, 이에 입각해 ‘세력’을 과감히 포용하는, 일종의 2단계 야당재편론을 주장하고 있다. 필자는 이를 ‘색깔있는 야당재편론’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핵심 가치를 ‘초록+복지’로 보고 있다.

    이 글은 최근 촛불에 대한 정치사회적 분석이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그 일환으로 나오는 ‘촛불과 진보정치’의 범주에 들어갈 만한 글이다. 이 글의 필자는 자신의 생각이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의 의견(“민노-진보신당 넘어선 재구성 필요” 레디앙. 6월 20일)과 유사하며, 조희연 교수(범좌파연합정당 고민해야 할 때. 레디앙. 6월 20일)의 입장에는 확실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 글은 진보신당의 제2창당과 이른바 진보의 재구성에 관한 한 의견이기도 하며, 이런 종류의 글이 그렇듯이 논쟁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현 시기에 논쟁적인 글이야말로, 글 쓰는 사람의 미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투고 글을 두 차례 걸쳐서 싣는다. 이 글의 필자는 진보신당 당원이다. <편집자 주>

    글을 시작하며 07~08년 선거의 ‘보수 압승’과 ‘촛불시위’는 모순되나?

    촛불 정국에 내가 특히 놀란 것 중 하나는 소위 한국 진보(?) 지식인들의 ‘뻔뻔함’이다. 일군의 진보학자들은 불과 얼마 전 대중들이 ‘욕망의 정치’에 포박되었다고 떠들더니 이제와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대중의 자발성과 생활정치에 대해 격찬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100일 만에 위기에 봉착한 것처럼, 그들의 분석 또한 100일 만에 ‘정반대’ 방향으로 턴을 한 셈이다. 

    이 글은 2006년 지방선거-2007년 대선-2008년 총선이 보여준 ‘보수의 압승’에 대한 분석과 최근 촛불시위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을 ‘일관성’ 있게 해명하기 위해 쓰여졌다. 그리고 이 작업은 동시에 진보신당 내부에서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는 ‘진보의 재구성’에 대한 필자 나름의 결론이기도 하다.

    이 글의 앞 부분은, 최근 촛불시위 정국에서 나타난 정당지지율 분석을 근거로 현재 나타나고 있는 특징은 대의제 자체의 위기가 아니라 ‘야당의 위기’라는 점을 밝히고, 그에 대한 대안으로 색깔있는 야당재편론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둘째, 이명박 시대 한나라당이 명백하게 ‘New 보수’인 점을 재확인하며, New 보수정당에 맞서는 <New 진보야당>의 컨텐츠 전략(정책담론 전략)의 필요성과 방향성을 논하고자 한다. 

                                                      * * *

     ‘야당 부재 시대’, 색깔 있는 야당재편의 필요성 

    1. 촛불 그 이후, 가장 갈망하게 될 것은 ‘대안 야당’

    이명박 대통령이 두 번째 사과와 미국과의 협상 결과가 발표되었다. 촛불이 더 지속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국면의 전환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미리 예단할 필요는 전혀 없겠지만, 최악의 경우에 촛불은 ‘성공적’ 사회운동과 ‘제도적’ 패배라는 역설적 경험으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 마치 97년 노동법 총파업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97년 노동법 총파업이 투쟁의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성과물은 파업에 참여했던 노동자들이 ‘성공적’ 총파업과 ‘패배적’ 제도적 귀결 사이에서 진보정당의 필요성을 경험적으로(!)으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렇게 볼 때 제도와 세력의 양 측면에서, 87년 6월 항쟁은 직선제 개헌(제도)과 양김씨의 정치적 리더십 구축(세력)으로 이어졌고, 97년 노동법 총파업은 국민승리21-민주노동당을 거쳐 최종적으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의 도입(제도)과 2004년 총선에서 진보정당의 역사적 원내진입(세력)으로 귀결되었다.

    그렇다면 촛불 이후는? 아마도 그것은 촛불 과정에서 대중들이 ‘없었기 때문에’ 가장 분통터졌던 점을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하게 될 것이다. 그게 뭘까? 나는 그것이 바로 ‘대안 야당’이라고 생각한다. 촛불정국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야당의 부재”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2. 여론조사 분석 : 이명박은 반대하지만, ‘한나라당’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정당정치 지형와 관련하여 대중들의 생각을 읽기 위해 최근 여론조사를 살펴보자.

    한나라당+친박연대+자유선진당 지지율의 합계를 편의상 ‘범보수 정당’ 지지율로 합산하고, 민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창조한국당의 지지율의 합계를 편의상 ‘범진보개혁정당’ 지지율로 합산해보기로 한다. 

    최근 정당 지지율 동향 (괄호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지율)

     
    범보수 합계
    범진보개혁 합계
    조사 일시
    CBS – 리얼미터
    42.2% (34.1%)
    40.7% (24.7%)
    6/10~6/11
    한국일보 – 미디어리서치
    44.5% (34.1%)
    33.7% (19.2%)
    6/6~6/7
    CBS – 리얼미터
    40.3% (27.2%)
    42% (25.1%)
    6/3~6/4
    한겨레 – 리서치 플러스
    46.3% (38.1%)
    30.5% (14.2%)
    5/31
    조선일보 – 한국갤럽
    44.2% (31.8%)
    33.6% (16.9%)
    5/30~5/31
    CBS – 리얼미터
    54.7% (45.4%)
    32.3% (29.6%)
    5/20~5/21
    6개 여론조사 평균 값
    45.4% (35.1%)
    35.4% (21.6%)
     

    위 여론조사는 촛불시위가 절정을 이루었던 6월 10일 전까지 6개의 여론조사를 순서대로 정리해본 것이다. 위의 결과를 세 가지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국민들은 이명박의 국정운영 능력은 반대하지만 한나라당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 정당지지율은 평균치가 35.1%인데 이는 최근 촛불시위의 ‘폭발적 강도’를 감안하면 놀랄 만큼 높은 수치이다. )

    둘째, 범보수정당의 지지층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이다. 범보수 정당 지지율의 합계는 45.4%에 달하고 있는데 이는 대선시기에나 나타날 만큼 높은 수준의 결집도이다.

    셋째, 범진보개혁정당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범보수정당 지지율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뒤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운동의 강력함을 감안한다면 이것은 뭔가를 ‘암시’하는 지표라고 봐야 한다.

    3. 대의제의 위기가 아니라 ‘야당의 위기’

    최근 촛불 정국과 관련 적지않은 사람들이 대의제 민주주의 그 자체의 위기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위 여론조사는 그러한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위 조사를 보면 범보수정당은 여전히 건재한 반면, 범진보개혁 성향의 야당들만 지지부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대의제 일반의 위기가 아니라 ‘야당의 위기’일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현재 이명박식 소통불능 정권에 대해 항의하고 있는 소위 ‘민주파’ 유권자들이 현재의 ‘야당 지형 그 자체’를 못마땅해 하고 있으며, ‘뭔가 다른 대안’을 원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민주파’ 유권자란 과거 권위주의에 대항했던 유권자의 개념으로 최장집 교수가 즐겨썼던 표현인데, 쓰임새에 대체로 동의하기에 그대로 차용한다.) 

    4. 2008년 여름, ‘불만의 야당’ – 민주파 유권자는 왜 야당을 ‘보이콧’하는가?

    왜 민주파 유권자들은 현재의 야당 지형에 대해 불만을 느끼고 있는 것일까? 먼저 가장 큰 덩어리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의 경우부터 살펴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민주당이 2008년 오늘 현재, 대안 야당이 되지 못하는 근본이유는 민주당의 ‘시대적 임무’가 끝났기 때문이다. 돌이켜볼 때, 정치지도자 김대중씨로 상징되는 구(舊)민주당에게 주어졌던 시대적 과제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반독재 민주화 투쟁, 둘째, 호남 소외 극복, 셋째, 냉전적 한반도 질서의 평화적 전환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세 가지 구(舊)민주당의 역사적 임무는 차례 차례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쳐나갔다.

    첫째, 반독재민주화 투쟁의 경우 87년 직선제 개헌 이슈에 의한 신민당 돌풍을 시작으로 1997년과 2002년 두 차례의 집권과 최종적으로 2004년 열린우리당의 행정부-입법부의 과반 진출로 민주화 국면에 대해 최종적인 ‘마침표’를 찍게 된다.

    둘째, 호남 소외 문제의 경우도 과거 호남사람들이 겪었던 심각한 호남차별과 취업 불이익과 승진 불이익과 경제적 소외 등은 많은 부분 개선되었다.

    셋째, 냉전적 한반도 질서의 평화적 전환의 경우 한국전쟁을 근원으로 하는 냉전적 대립구도가 남북정상회담과 6.15 선언 등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위 3가지 시대적 과제는 보수파의 반격으로 되돌려지지 않을 정도로 ‘불가역적’ 상황이 되었다. 이는 역설적으로 현재의 민주당이 ‘시대적 임무’가 없는 정당이 되어 버렸음을 의미한다. 최소한 현재까지는 말이다.

    그렇다면 민주노동당은? 최근 민주노동당 비대위는 당에 대한 비호감도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호감도 44.7%, 비호감도 47.7%였다. 재미있는 것은 비호감의 이유들이다. ‘경직된 투쟁, 단순, 순진’(21.3%), 친북(15.3%), ‘비현실적’(14.7%), ‘무책임’(14.4%)등이 꼽혔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위 여론조사의 결과가 심상정 비대위가 민주노동당의 극복과제로 제시했던 것들과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점이다. 당시 심상정 비대위는 민주노동당의 문제점으로 △데모당 △친북당 △민주노총당 △반대당을 지적하고 이를 극복하자고 했다. (알다시피 민주노동당은 2월3일 당 대회를 통해 심상정 비대위의 ‘해법’에 동의하지 않음은 물론이요, 위와 같은 ‘진단’ 자체를 부결시켰다. )

    여기서 민주노동당의 한계에 대해 길게 재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위에서 지적된 민노당의 한계가 ‘창당과정’에서 생긴 것이기에 혁신이 만만치는 않을 것이란 점이다.

    그렇다면, 진보신당은? 물론 진보신당은 ‘아직’ 정당이 아니다. 비전과 강령, 정책이 아직 없음은 물론이요, 대의체계조차 없는 당이다. 백지상태의 당이다. 다만, 진보신당은 노회찬, 심상정, 진중권, 정태인, 칼라TV, 인터넷의 활발한 참여, 전혀 새로운 당원의 유입 등으로 보여지는 ‘가능성’의 정당이라는 측면에서 주목할 여지가 있을 뿐이다.

    5. ‘대안 야당’의 기본 방향 – ‘초록+복지’를 중심으로 ‘색깔있는 야당재편’을

    85년 총선에서 김대중, 김영삼이 이끄는 신한민주당은 직선제 개헌이라는 이슈를 통해 ‘신민당 돌풍’을 만들어냈다. 대중들은 환호했고, 이후 개헌국면이 열렸고, 87년 직선제 쟁취로 이어졌다. 그리고 바로 그 힘으로 민주당은 2004년 열우당의 과반진출까지 한국 정치 20년의 헤게모니를 쥘 수 있었다.

    본디 ‘대안야당’이란 그 시대를 살고 있는 대중들이 절박한 욕망에 대해, 선명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럼 2008년 현재, 대한민국의 ‘시대적 임무’가 뭘까? 나는 그것이 ‘초록+복지’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20년이라는 한국정치 민주화의 한 시기를 끝내고, 새로운 시기를 향해 가고 있다. 즉, 현 시기 가장 큰 특징은 ‘야당 재편기’라는 점이다.

    이러한 야당 재편기에서 ‘초록+복지’의 가치를 가장 선명하고 간결하게, 비전과 방향성을 정립하는 집단이 향후 최소 10년간 새로운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다. 다만 그 주체는 민주당이 될 수도, 민노당이 될 수도, 진보신당이 될 수도 있다. 모두에게 가능성은 열려있다.

    그렇게 볼 때, 진보신당의 실질적 창당과정은 ‘세력’ 중심의 재창당이 아니라 ‘노선’ 중심의 재창당이어야 한다. 즉, 우리는 최초의 ‘색깔’을 분명히 하고, 색깔은 분명하되, 제 세력에 대해서는 최대한 유연하고 개방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즉, 색깔의 ‘헤게모니’를 유지하는 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6. 진보정당운동 3기 시대 – 다시, ‘모택동’과 ‘영국노동당’을 생각하며

    촛불정국을 통한 새로운 진단과 성찰은 ‘진보의 재구성’ 과정에서 진보신당은 ‘진보정당운동 3기 시대’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비합법 전위정당의 시대를 진보정당 운동 1기로 보고, 조직된 노동조합과 운동권 세력 연합에 기반한 민주노동당 모델을 진보정당 운동 2기로 볼 수 있다. 특히나 민주노동당 모델은 그 한계만큼이나 많은 성과를 내면서 ‘역사적 임무’를 다했다.

    이제 우리는 진보정당운동 3기 시대를 열어야 한다. 그것은 무엇보다 ‘초록+복지’를 중심으로 한 ‘가치’ 중심의 진보정당이어야 한다. 새로운 시대적 임무에 걸맞는 가치에 동의한다면, 가급적 ‘최대한’ 많은 세력을 규합하여 그 내부에서 헤게모니 투쟁을 하는 모델이다.

    특히 우리는 한국 정당구조가 ‘소선거구제’ 하에서 작동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소선거구제는 우리에게 주어진 객관적 제약조건이다. 소선거구제는 제도 그 자체가 양강으로 수렴되는 비판적 지지제도이다. 그렇기에 소선거구제 하에서 제3세력은 소멸되거나 기껏해야 5석~10석 내외의 ‘데모당’ 이상이 되기 어렵다.

    그렇기에 우리는 큰 얼개에서 ‘색깔’은 분명히 하되, 세력은 최대한 규합하여 현재의 민주당을 세력으로도 완전히 ‘제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New 한나라당과 명실상부하게 맞짱 뜨는 대안야당으로 우뚝 서야 한다.

    과거 모택동이 이끄는 중국공산당이 국민당과 국공합작을 할 때 그들은 ‘마이너’ 세력이었다. 또한 영국노동당이 자유당과 연합공천을 하고 연립정부를 할 때 역시 ‘마이너’ 세력이었다. 그러나 결국에는 중국공산당이 국민당을 잡아먹어 버렸고, 영국노동당이 자유당을 잡아먹어 버렸다.

    그것은 국민 대중을 상대로 한 ‘노선의 올바름’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초록+복지’의 가치 중심, 색깔 있는 야당재편을 통해 New 한나라당과 양강의 한축으로 진검승부를 벌이는 명실상부한 ‘대안 진보 야당’의 시대를 열어가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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