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인 1표제 + 결선투표제 도입
        2008년 06월 23일 01:0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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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마감할 3기 지도부 선출방식과 관련 당 대표를 따로 선출하지 않는 ‘1인 1표’ 방식을 채택했다. 다만,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 2위 득표자가 결선투표를 갖는 변형된 1인 1표 방식을 도입했다. 또한 여성할당제는 유지하되 최고위 후보 여성명부는 사실상 폐기됐다.

    여성명부 폐지, 할당제는 유지

    이날 지도부 선출 방식 안건은 1인1표를 규정한 중앙위 원안과 이에 대한 두 개의 수정안이 제출되는 등 치열한 논란을 벌인 끝에 세 개 안 모두가 부결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민노당 현 지도부는 결국 혁신 논의 이전 기존의 방법대로 당 지도부를 선출해야 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게 되자, 이를 막기 위해 번안동의안까지 제출하며 논의에 붙인 끝에 ‘변형된 1인 1표’ 제도가 통과됐다.

       
    ▲당 대표 선거 전 대의원 대회는 10시간 가까이 진행되었다.(사진=정상근 기자)
     

    민주노동당은 22일 오후 2시부터 센트럴시티 밀레니엄홀에서 임시당대회를 갖고 이 같이 결정했다. 이날 당대회에서는 또 각 지역위원장을 당연직 대의원으로 포함시켜 당대회를 2년에 1번 당 정책과 노선 등을 두고 토론할 수 있는 ‘정책당대회’로 형식을 바꿔 진행하기로 했다.

    정책 당대회가 열리는데 따라 기존 당대회 권한이었던 예결산 심의 결정권을 중앙위원회로 넘기기로 했다. 국회의원과 광역시도당 위원장은 당연직 중앙위원으로 추가되었다. 그러나 당의 다양한 의사결정구조를 위해 혁신위가 제출한 추첨 대의원/중앙위원제와, 당직선거 개방형 경선제도는 부결되었다.

    2년마다 정책 당대회

    이날 당대회에서는 예상대로 지도부 선출방안을 둘러싸고 뜨거운 논쟁이 있었다. 지난 중앙위에서 비대위 혁신원안을 부결시키며 통과됐던 원안인 ‘1인1표제’는 강한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송재영 대의원은 “당 대표가 지도집행력을 갖기 위해 대표명부를 따로 떼어내야 한다”며 “패권주의 문제는 일반명부와 여성명부를 통합해 1인 1표로 7명의 최고위원을 선출함으로서 여러 정파에서 최고위원을 배출할 가능성을 높이는 것을 통해 극복하자”며 수정동의안을 제출했다.

    신용욱 대의원이 송재영 대의원의 안에 “사무총장까지 별도로 선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일반명부와 여성명부를 통합해 선거를 갖고 여기서 최다득표를 얻은 최고위원을 사무총장에 임명해야 한다”는 내용의 수정동의안을 제출해 3가지 안건을 놓고 토론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두 수정동의안은 규약변경 정족수인 2/3(385표)에 못 미쳐 부결되었다. ‘송재영안’은 293표, ‘신용욱안’은 250표였다. 두 수정동의안이 폐기되고 원안만 남은 상황에서 문경식 의장이 “원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최고위원회 선거가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며 통과를 호소했지만 이 역시 334표로 부결되었다.

    제출된 모든 안이 부결되는 곤혹스런 상황이 발생하면서, 최고위 선출방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 문경식 의장이 요청한 정회를 대의원들이 받아들였고 대표단과 시도당위원장, 민노총, 전농 등 배타적지지단체 등이 모여 40여 분간의 회의를 거쳐 번안동의안에 제출됐다.

    천영세 대표는 “정치 지도자로서의 검증이 안된 인물이 최다득표로 당 대표로 선임되거나 당원의 15~20% 득표로 대표가 선발될 수 있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일반명부와 여성명부를 합치고 (최다득표자가)과반 미달 시 1, 2순위 득표자를 놓고 결선투표를 붙이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으며 대의원들은 만장일치로 번안동의안을 통과시켰다. 한편 부문별 할당인 노동과 농민은 각 1명씩 따로 선출하게 된다.

    대표 권한 강화

    이렇게 선출된 당 대표는 사무총장과 정책위 의장 임면권을 갖는 등 권한이 강화된다. 사무총장은 선출된 최고위원 가운데 임명해야 하며, 정책위 의장은 최고위원 여부와 무관하게 임명할 수 있다.

    한편 새로구성될 9인 최고위원회는 정책위의장과 의원단 대표는 제외되며, 일반명부와 여성명부가 통합되면서 여성명부가 없어졌다. 하지만 전체 순위와 관계없이 여성 후보 순위를 기준으로 1~3위까지 최고위원이 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할당제는 유지된다.

       
      ▲대의원 표결장면. (사진=진보정치)
     

    한편 혁신-재창당안 통과과정도 진통을 겪었다. 특히 최근성 경북도당 위원장은 혁신-재창당 3대 과제를 모두 폐기하는 수정동의안을 제출하며 사실상 안건 거부를 선언했고 몇몇 대의원들이 이에 동의했다.

    최 위원장은 “당내 폐해는 패권주의와 분파주의가 핵심적인 문제”라며 “혁신-재창당안은 당권을 잘못 행사해 온 정파들의 자기 평가와 반성문을 제출한 것을 토대로 해야 한다”며 혁신-재창당 안이 패권주의 해소에 의지가 없음을 질타했다.

    혁신-재창당 큰 틀 그대로 통과

    이어 “자주파는 기존의 당직, 공직에 출마하지 말고 백의종군해야 하고 분당 사태가 단결복원 때까지 재창당은 보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 위원장은 "혁신을 하기 위해선 3대 과제를 수정해야 한다"며 3대 과제 수정안으로 ‘계급성 강화, 변혁성, 민주성’을 제출했다.

    하지만 최 위원장의 수정동의안은 과반에 훨씬 못 미치면서(과반 311표 중 88표) 부결되었다. 최 위원장의 수정동의안에 반대한 대의원들은 “지금은 위기 타개를 위해 빨리 지도체제로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재창당의 큰 틀을 인정하고 가자고 주장했다.

    결국 혁신-재창당안은 3대 방향과 10대 과제가 그대로 통과되었다. 그러나 공직-당직선거 개방형 경선제는 당직을 개방형 경선제에서 제외하자는 수정동의안만 통과되어 당직선거는 당내 투표로만 이루어지도록 결정되었다. 당직선거 개방형 경선제를 거부한 대의원들은 "진성당원제가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민노당 대의원들은 한미 쇠고기 협상 재협상과 한미FTA 철회를 촉구하는 특별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문 채택과정에서 "재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등원에 거부한다는 내용을 포함시키자"는 수정동의안이 나와 논쟁이 있었지만 과반에 미치지 못해 폐기되면서 등원문제는 보다 유연하게 대처하기로 뜻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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