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폭우 속 완강한 저항 "투쟁 계속"
        2008년 06월 22일 08:4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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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과 대화하고 싶다고 ‘노크’를 시작한 지 51일째를 넘어서던 21일 밤. 시민들은 예고한 대로 모래 주머니로 ‘국민토성’을 쌓고 청와대를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자신들이 나른 모래주머니 ‘토성’을 밟고 명박산성 위로 오르는 시민들.(사진=김은성)
     

    경찰이 서울역 인근에서 모래가 실린 트럭을 가로막자 6만 여명의 시민들이 제 각각 봉지나 박스 등을 이용해 모래를 담아 광화문으로 옮겨 계단 형식의 전경차 높이만한 국민 토성을 쌓았다. 국민토성은 세종로에만 세워진 것이 아니었다. 이날 밤 세종로에 쌓아진 것과 동시에 온라인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도 검색어 ‘1위’로 등극됐다.

    그 동안 전경들의 불법 채증 장소였던 전경차 위는 금세 시민들의 차지가 됐다. 시민들은 국민토성을 밟고 올라 전경차 위에서 차벽 뒤 수십 개의 전경차들로 애워싸인 세종로 풍경을 ‘관광’하고, 태극기 등 각자 준비한 깃발과 현수막을 힘차게 흔들고 가슴에 쌓인 구호를 외쳤다.

    이 중 시민 두 명이 ‘조중동은 독극물’이라는 현수막을 펼치자 전경차 아래에서는 ‘조중동 폐간’을 연호하며 열렬한 환호성을 보냈다. 시민들은 조중동 사진기자들이 사진을 찍을 때에는 촬영을 거부하고 물통을 던지며 야유를 보냈으며, SBS를 향해서도 ‘찍혀봐야 제대로 나가지도 않을 텐데 뭐하러 찍느냐?’면서 우산으로 카메라를 가리는 등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밧줄로 묶여 있는 전경버스들.(사진=김은성 기자)
     

    또 시민들은 네 대의 전경차를 밧줄로 끌어내 ‘명박산성’을 뚫으려고도 해보았으나, 전경차들 또한 서로 밧줄로 묶여져 있어 한 대만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그 과정에서 전경차에 타고 있던 9명의 전경이 덩달아 같이 끌려왔으나 전의경 전역자 모임에서 나온 시민 12명과 예비군 등이 이들을 보호하며 무사히 부대로 돌려보냈다.

    시민들은 전경이 지나갈 수 있는 안전한 길을 만들어주고, 전경들의 신변 보호를 위해 마스크를 건네고, 사진기자들의 촬영을 막아주며, 물을 건네는 등 전경을 보호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자 한참을 망설이며 좀처럼 전경차 안에서 나오지 않던 전경들이 무사히 부대에 복귀하자 시민들은 ‘민주시민 승리한다’, ‘비폭력 만세’ 를 외치며 연호했다.

    전경 ‘후배’들의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본 전의경 전역 모임의 박정호(31)씨는 “시위대의 적이 전경이 아닌데 선배 입장에서 많이 안타깝다”면서 "후배들도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니 전경들과 싸우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경찰 측은 여러 번 강제 해산 방송을 내보내며 새벽 2시께 강제 해산에 나서려 했으나, 새벽이 깊어져도 2만 여명의 적잖은 시민들이 자리를 떠나지 않아서인지 실제로 진압에 나서지는 않았다.

    다만 경찰 측은 이날 방송 강도의 수위를 높여 시민들을 ‘불법적인 단체에 선동당한 선량한 시민’과 ‘일반시민들을 선동하는 불법 시민’으로 분리시켜 대응했다. 하지만 살수하겠다는 엄포에 샤워를 시켜달라며 광화문 사거리에 큰대자로 누운 시민들은 이같은 경고 방송을 조롱해 팽팽한 신경전 와중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았다. 

       
      ▲촛불시위대의 언론왜곡에 대한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조중동은 독극물’이라는 현수막을 들고 ‘명박산성’에 오른 시위대.(사진=김은성 기자)
     

    경찰 측은 "전경 차량을 파손하고 불법을 저지른 폭력 시위대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라. 분명히 책임을 묻겠다. 폭력 시위대는 선량한 시민 대신 먼저 도망가며 대치할 때 가장 먼저 등을 보이는 사람"이라며 치졸한 공격을 해댔고 "선량한 일반 시민들은 안전을 위해 가족이 기다리는 가정으로 귀가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시민들은 ‘경찰차는 국민차다. 작반하장도 유분수다’, ‘저희는 ‘천민’이어서 택시비가 없으면 집에 못 간다’, ‘지지율 7.8% 인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되받아치며, 경찰측의 소화기 살포로 앞이 보이지 않는 일촉즉발의 현장 속에서도 ‘웃음꽃’을 피워냈다.

    이에 경찰 측은 마구잡이로 뿌려된 소화기 분말로도 모자라 살수 경고를 여러 차례 내보내고, 새벽 6시께 부터는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지만 1만여명의 시민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연좌농성을 이어갔다. 

       
      ▲광화문 네거리를 가득 메운 시민들.(사진=김은성)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는 가운데, 경찰측도 지쳤는지 아무런 경고 방송을 내보내지 않자 시민들은 쏟아지는 비를 ‘반주’삼아 아리랑, 광야에서 등을 열창하고 강강술래와 기차놀이를 하며 ’48시간 비상 행동’의 마지막 날을 축제로 시작했다.

    한편, 새벽 내내 10여시간 가량 동안 지속된 경찰들과 격렬한 대치 과정에서 시민 3명이 연행됐으며, 밧줄을 당기는 과정에서 수십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대책회의는 22일 일요일에도 각종 문화제 및 콘서트 등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진행하고, 오후 5시에는 ‘1% 가 아니라 99% 민주주의를 위해 촛불은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벌이며, 오후 7시에도 ’48시간 비상국민행동’이 끝나는 시각에 맞춰 46차 촛불문화제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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