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 "이제 꺼질까"…"아니거든"
        2008년 06월 21일 09:4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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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와 각종 언론 그리고 주요 외신들까지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다. 추가협상 발표 이후 촛불시위 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촛불시위대에 참여하는 시민들과 단체들도 스스로 궁금해하기도 했다.

    권력의 거짓 홍보나, 조중동의 왜곡과 협박, 그리고 관변 수구 단체들의 저질스런 맞대응 등 온갖 역풍에도 불구하고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한 동안 참석이 뜸했던 촛불 소녀들도 다시 광장에 모여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맞장’을 선포했다.

       
      ▲사진=김은성 기자
     

    각종 언론들이 향후 촛불집회의 진로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주목한 ’48시간 비상행동’ 이틀째 날인 21일. 대통령의 두번째 반성문에 이서 정부의 추가 협상 발표에도 불구하고 주최측 추산 6만여 명의 시민이 태평로를 가득 메웠다.

    이와 함께 광우병 부산시국회의가 이날 오후 7시 시민 15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촛불집회를 갖고 정부의 추가협상 결과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즉각적인 재협상을 촉구하는 것을 비롯 전국에서 촛불이 타올랐다. 이날 촛불집회가 열린 곳은 대구, 대전, 전주, 청주, 춘천, 강릉, 원주, 영월 등이다. 

    촛불소녀들 다시 광장으로

    횟수로 45번째 날짜로 51일째 되는 날이었다. 시민들은 정부의 발표를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평가하고, 이명박 정권을 ‘조삼모사 정부’라고 조롱했다. 이렇게 시민들을 또 다시 촛불 바다로 이끈 ‘배후’에는 한동한 뜸했던 교복 차림의 촛불 소녀들이 있었다.

    대학로 사전 행사부터 시작해 본 행사인 촛불 문화제 거리 행진 선두에서, 촛불 문화제 가장 앞 자리에서,또 무대 위에도 다시 촛불 소녀들이 등장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제대로 된 반성문을 요구했다.

       
      ▲사진=김은성 기자
     

    어른들이 주춤한 사이 이날 수업을 마친 촛불 소녀들은 청와대, 서대문 경찰청, 이순신 동상 앞, 한나라당, 서울시교육청, 방송통신부, 청계광장, 삼성, 조중동 등 10곳에서 일인 시위를 벌였다.

    촛불 소녀를 대표해 이날 무대 위에 오른 고등학교 1학년 고다현씨는 "대통령께서 우리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아 청와대에 갔는데, 경찰 100명이 이유도 없이 가로막았다"면서 "버스 운행까지 중단하며 국민의 자유로운 통행권을 막는 것이 말이 되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촛불 소녀들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다시 도전장을 내민다. 촛불의 민주화가 받아들여지고 청소년 인권이 보장되는 그날까지 우리 자신이 촛불이 되고 길이 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촛불 소녀의 배후는 이명박 대통령임을 분명히 밝힌다"면서 "대통령이 제대로된 3차 반성문을 쓸때까지 5년 내내 맞짱 떠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에 질세라 촛불 소년들도 이날 헌법 1조 노래에 따라 어른들의 관광버스 댄스를 개조한 촛불 댄스를 선보여 분위기를 고조시키기도 했다. 

    "민주노총 힘내세요"

    예술인도 촛불에 힘을 보탰다. 노찾사는 ‘광야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등을 열창하며 "지난 40여일간 늘 함께 해왔고 끝까지 계속 하겠다"고 약속했다.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김경형 감독은 "촛불의 열기가 사그라졌다는 등 조중동과 한나라당의 행태를 보며 촛불이 꺼지지 않기 위해 한 마디라도 더 보태기 위해 무대 위에 올랐다"면서 "지난 촛불 집회를 지켜보고 참여하면서 어떤 시나리오 작가도 감독도 연출할 수 없은 장면을 시민들이 만들어내는 것을 보며 감동하고 전율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경찰의 물대포를 맞으며 온수를 달라는, 군홧발에 짓밟히고도 웃으며 닭장차 투어라며 풍자하며 여러분은 세계 최강의 시민"이라면서 "절대로 촛불이 꺼지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시민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 

    쇠고기 총파업을 결의한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은 "국민의 건강권과 자주권을 지키다 감옥에 가더라고 자랑스럽고 당당하게 총파업 투쟁을 이어가겠다"면서 "아이들이 마음 놓고 먹고 공부하고 뛰어놀며 꿈과 희망을 만드는 길에 국민 여러분을 믿고 함께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시민들은 ‘민주노총 힘내세요’, ‘민주노총 파업한다, 이명박 각오하라’는 구호로 화답했다. 촛불 스타 ‘고대녀’도 처음 무대 위에 올랐다.

       
      ▲청계천에서 유모차를 끌며 쇠고기 추가협상 결과를 비판하는 주부들.(사진=뉴시스)
     

    90점짜리 협상? 만점이 1천점

    고대 재학중인 김지윤씨는 "미국산 쇠고기에서 특정위험물질을 제거해야 하듯 대한민국에서도 2MB라는 특정위험물질을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면서 "우리가 처음 외친 ‘될 때까지 모이자’는 구호처럼 국민의 삶과 건강이 지켜질 때까지 끝까지 모이자"고 말해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이어 쇠고기 추가 협상이 ‘사기극’임을 질타하는 전문가의 지적도 이어졌다. 박상표 국민건강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정부는 스스로 90점짜리 협상이라고 말했지만 만점이 백점이 아니라 천점이다”면서 “정부는 이번 추가협상에서 30개월 미만에서 광우병위험물질이 안들어온다고 속였다”고 꼬집었다.

    그는 “실제로는 머리뼈와 척수를 비롯해 광우병 위험물질이 모두 들어오도록 허용했다"면서 "품질시스템평가(QSA)는 미국의 도축장에서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것이고 미국 정부의 직접 보증도 아니다”라며 협상 결과의 한계를 비판했다.

    이날 행사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자유발언과 노래 공연 등으로 진행됐으며, 인근에서 집회를 벌이는 보수 단체 관계자가 촛불 집회에 참여한 시민의 얼굴을 가격하는 등 몸싸움이 벌어졌으나 큰 충돌은 없었다.

    보수단체 관계자 폭행 가하기도

    행사를 마친 이들은 ‘국민토성’을 쌓을 모래 트럭을 경찰로부터 사수하기 위해 서울역 쪽으로 일부가 달려갔으며, 남은 대부분의 시민들은 곧바로 광화문 사거리를 향해 청와대로 진격할 예정이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후 3시부터 광화문 차도 중 상하 각 3개 차선으로 차량을 통과시키고 있고 나머지 차선은 버스 등 경찰 차량으로 막아 놓았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오전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청와대와 중앙청사, 미국대사관 등 기습에 대비해 110개 중대 경찰병력을 서울 시내 곳곳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20일 시위 참여자 5명을 연행해 조사 중이며, 현재까지 촛불집회에서 연행된 시위대는 590여명이다. 경찰측에 따르면 5명은 조사 , 2명 구속, 507명이 불구속 입건, 56명은 즉심으로 넘어갔고, 20명은 훈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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