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난 시민 5만여명 "재협상이 답"
    By mywank
        2008년 06월 21일 04:5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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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차 범국민 촛불대행진’에 참여한 시민들. (사진=손기영 기자)
     

    21일 정부의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 결과발표가 나온 직후인 저녁 7시, ‘제2차 범국민 촛불대행진’을 밝히는 5만여 개의 촛불이 타올랐다. 촛불을 든 시민들의 대열은 태평로를 따라 무대차가 있는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부터 서울 프레스센터 앞까지 빼곡했다.

    촛불 쉽게 꺼지지 않을 것

    시민들은 정부의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겠다”는 추가협상 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촛불을 밝히며 연신 “재협상~ 재협상”, “속임수는 어림없다. 이명박을 심판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그리고 ‘이명박 OUT’이라는 피켓을 들며, 본질을 피해하는 꼼수로 국민들을 기만하려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오후 4시 정부의 추가협상 결과를 보고 바로 행사장을 찾았다는 유석원 씨(33)는 “이명박 정부와 보수정권이 국민들의 요구사항을 축소하고, 단지 30개월 이상 쇠고기 문제만을 협상테이블에 올려놨다”며 “중요한 것은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문제 만이 아니라, 광우병 위험물질과 그것이 붙어있을 수 있는 부위의 문제 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 씨는 “오늘 추가협상 발표로 이명박 정부는 이제 국민들의 촛불이 잦아들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오늘 촛불문화제에 얼마의 시민이 참여하는 것이 중요한데, 왜냐하면 ‘48시간 국민비상행동’ 이후 보수 세력의 재반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정민 씨(38)는 “정부가 추가협상을 했다고 모든 것이 끝날 줄 아는데, 나는 ‘재협상’만이 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재협상을 바라는 국민들의 촛불은 계속 이어갈 것이고, 나 역시 재협상이 되는 날까지 광장에서 촛불을 들겠다” 말했다.

       
      ▲촛불대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은 "재협상~재협상"을 외치며, 이날 정부의 추가협상 결과 발표를 규탄했다. (사진=손기영 기자)
     

    오후 5시 50분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기자회견을 지켜봤다는 심상덕 씨 역시 “이명박 정부에서 30개월 이상 문제만 짚었는데, 큰 본질은 외면한 채, 작은 부분만의 해결로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며 “앞으로 이런 이명박 정부의 국민 기만정책에 맞서, 촛불문화제도 SRM 문제나 도축장 문제 등 쇠고기 문제에 대한 더욱 구체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진행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저녁 7시 40분 현재 광화문 쪽에서 많은 시민들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계속 몰려들고 있으며, 촛불대행진의 참여한 시민들은 ‘광야에서’, ‘대한민국 헌법 1조’등을 부르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이에 앞서, 이날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는 시민사회단체들이 준비한 다양한 사전행사들이 열렸다.

    놀이와 투쟁 그리고 주장과 즐거움이 한데 어우러진 대규모 ‘시민 박람회’ 같았다. 시민들은 자유롭게 자신이 참여하고 싶은 시민단체들의 부스를 찾아, 주최 측에서 준비한 행사를 즐기거나 이명박 정부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남겼다. 또 이명박 정부의 문제점에 대해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  21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는 시민사회단체들이 준비한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었다. (사진=손기영 기자)
     

    시청 앞 광장 잔디밭에서는 예비군들과 시민들의 족구 경기가 열리고 있었다. 한국여성민우회가 마련한 부스에서는 ‘MB에겐 없지만, 우리에겐 있는 것’이라는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시민들은 자신들에게는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에게 없을 것 같은 것을 메모지에 적어 여성민우회 부스 옆에 마련된 게시판에 붙여놓았다.

    엄마 손을 잡고 온 한 꼬마는 “똑똑한 것, 엄마 말 잘 듣는 것”이라고 메모지에 적었고, 여중생은 “개념과 이성”, 그리고 한 남자 대학생은 ‘우리에게는 달려 있는 귀’라는 내용을 남겼다. 또 바로 옆에서는 지난 50여 일 동안 촛불문화제에서 유행한 인기어록 스티커 투표가 진행되고 있었다.

    시민들의 인기어록 전시도

    여러 가지 유행어들이 있었지만, 시민들이 인기어록이라고 스티커를 많이 붙인 말은 ‘공약 지킬까봐 겁나는 건 니가 첨이야’, ‘물대포가 안전하면, 니네 집 비데로 써라’ 등의 말이었다. 스티커를 붙이는 시민들은 “아~ 이말 진짜 맞는 말이다”라고 맞장구를 치며 즐거워했다.

    바로 옆에 있던 공공노조 부스에서는 ‘쥐박이가 갉아먹는 국민재산’이란 게임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시민들은 국민연금·건강보험·물·발전 등 이명박 정부에서 민영화 시키려는 공공부문이 그려진 표적을 다트 핀으로 맞췄다.

    게임에 참여한 시민들은 표적을 맞추는 것이 힘들었는지 연신 안타까운 한숨을 내뱉었다. 표적을 다 맞춘 시민들은 주최 축인 준비한 티셔츠, 바람개비 선물 등을 받고 기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뻥튀기의 달인 MB’라는 뻥튀기 시식 이벤트를 준비했다.

       
      ▲ 사진=손기영 기자 
     

    무료 시식 부스여서 그런지 다른 시민사회단체들의 부스보다 인기가 많았고,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은 ‘30개월 꼼수 안 넘어가’라고 적힌 피켓을 말아, 시민들에게 준비한 뻥튀기를 담아주었다.

    문화연대는 오후 3시부터 시청 광장 한 편에 대형무대를 설치하고 ‘힘내라 촛불, 1박 2일 콘서트’를 진행했다. 첫 공연은 <이제 담배를 끊어요>를 부른 ‘타배코 주스’의 노래로 시작되었다. 문화연대의 콘서트는 다음 날인 21일 오전 6시까지 열릴 예정이며, 콘서트의 참여한 인디밴드들은 ‘48시간 국민비상행동’의 성공을 위해 모두 공연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힘내라 촛불, 1박2일 콘서트

    이날 오후 시청 앞 광장을 찾은 남정하 양(16)은 “국민비상행동이라고 해서 엄숙하고 무거운 행사들만 있을지 알았는데, 여러 부스를 돌아보니깐 재미있는 게 많았다”며 “좋은 콘서트도 공짜로 보고 게임에도 참여하고, 이명박 정부를 까는 게 이렇게 즐거운지 몰랐다”며 웃었다. 

    이어 문화연대의 ‘1박 2일 콘서트’를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던 배영오 씨(37)는 “우선 통제되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시민들이 자유롭게 자기들이 참여하는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가 좋았다”며 “이명박 정부를 규탄하는 시민들의 자유롭고 다양한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진 모습이 아름답다”고 말했다.

    한편 시청 앞 광장의 축제 분위기와는 달리, 비슷한 시간 광장 밖에서는 다양한 단체들의 규탄집회가 이어졌다. 인터넷 카페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는 오후 2시부터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한나라당 규탄 대회’를 벌였고, 민언련은 오후 3시부터 광화문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또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오후 5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21일 ‘제2차 범국민 촛불대행진’을 선포하는 사전행사를 벌이고, 시청 앞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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