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리스마적 리더를 기다린다”
        2008년 06월 21일 08:2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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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장집 교수는 20일 열린 퇴임강연에서 “카리스마적 리더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한국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좋은 정당과 카리스마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 출현을 고대한다”고 말했다.

    1983년 고려대 정외과에 부임한 최 교수의 학부 수업 ‘인간과 정치’의 마지막 강의이기도 한 이날 강연은 인촌기념관 1, 2층을 가득 메운 청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준비한 강의자료 1,200부가 동났고, 800석의 좌석이 가득 차 서서 듣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운동 정치학은 내게 맞지 않아”

    최장집 교수는 “마키아벨리가 토스카나에 기반했던 것처럼 나의 정치학은 서울에서 시작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정치를 이해하고, 현실을 말하고, 대면하는 창(窓)이 바로 서울”이며, 그런 의미에서 스스로를 “변방의 정치학도”라고 규정했다.

    그의 자평은 “내가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것은 맞지만, 급진적이라는 평가는 잘못된 것”이라는 데로 이어졌다. 최 교수는 “‘운동의 정치학’은 나의 학문적 정향에 맞지 않고, 열정을 부추기는 것도 내 기질에 맞지 않다”며 “나의 정치학은 어떤 제도, 어떤 제도적 실천이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는가를 묻는 ‘레짐의 정치학’”이라고 자기 정의했다.

    같은 맥락에서 최 교수는 “국민 말을 듣지 않는 이명박 정권도 잘못이지만, 정권 퇴진을 외치는 진보파 운동도 잘못이다. 빨리 제도 안으로 수용돼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촛불집회가 정당정치의 실패로부터 일어난 것인데, “정권 퇴진을 외치는 거리운동이 낭만적 정치관을 부추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민주주의에서 인민은 절반의 주권자라는 것이 현실적 진실”이라며 “직접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운동론적 민주주의관은 지나치게 유토피아적이어서 민주주의에 기여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이어 “한국의 진보 개혁파들은 민주주의의 핵심 내용, 즉 민주주의란 선거를 통해 다수를 획득한 집단에 통치를 위임하는 체제라는 사실을 수용하기를 주저하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자신이 이런 사고를 하게 된 학문적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독일 관념론과 영미 경험론, 자유주의가 내게 영향을 준 철학적 기반”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세속종교로 변질된 마르크스 이론을 수용하지 않는다. 나는 베버리안(베버주의자)”이라고 고백했다.

    “독일식 사회적 자유시장이 대안”

    최 교수는 “독일은 세계 최대의 수출국이며, 완전고용에 가까운 고용을 실현하고 있다. 스칸디나비아 만큼은 아니지만,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도 대단히 괄목할만 하다”고 자신의 이상적 사회관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최 교수는 “유럽이나 북구 국가들과 같은 사민주의 체제보다는 시장과 사회의 자율성이 더 강조되는 사회적 자유시장모델을 대안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연 말미에서 최장집 교수는 “출로는 어디에서 발견될 수 있나? 한국 현실을 개선하는 과제를 누가 수행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후 어떤 주체가 ‘출로’인지를 이야기했다.

    최 교수는 “대학과 지식인은 너무 신자유주의적이고, 대학생들에게는 지나친 부담을 안겨주기 싫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운동과 관료도 출로는 아니라고 말했다.

    최장집 교수는 “좋은 정당과 카리스마적 리더의 출현을 고대한다. 좋은 정당이 중요한 것은 좋은 리더를 훈련하고 양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치가 신자유주의 시장에 대한 정치적 제약을 부과하는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는 희망으로 마지막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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