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진 투쟁으로" vs "조급하면 안돼"
        2008년 06월 20일 04:3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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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우병 국민대책위원회가 ‘재협상’ 최후통첩을 보낸 20일 새벽, ‘사과는 하지만 여전히 재협상은 없다’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올바른 향후 투쟁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대국민토론회가 열렸다. 저녁 10시부터 새벽 3시 까지 이어진 ‘철야토론회’였지만 시청 앞 광장에는 200여명의 시민들이 끝까지 남아 토론 장면을 지켜봤다.

    밤 10시에서 새벽 3시까지

    토론회는 시청 앞 광장에서 출발해 진보신당 칼라TV, 오마이뉴스, 한겨레, 민중의소리, 프레시안, 아프리카 등 인터넷 생방송 매체를 타고 흘러 다음 아고라와 서프라이즈, 라디오21, 광우병쇠고기 국민대책회의 홈페이지로 넘어가 네티즌들과 함께 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운영위원장은 “최소 몇 백만 명이 지켜보는 초유의 토론회”라고 말했다.

       
     ▲15명의 패널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사진=정상근 기자)
     

    이날 토론회는 너무 포괄적인 주제에다, 토론자 중심으로 돼 진행상의 난점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강경론’과 ‘온건론’에 대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풀어간다는 점에서 지난 ‘명박산성’ 논쟁과도 맞닿아 있었다. 시민들은 자유롭게 의견을 얘기했고 대부분의 시민들은 자신과 의견이 달라도 박수로 격려했다.

    의견 달라도 박수로 격려

    토론회의 시작은 광우병 쇠고기 전문가 특별좌담이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구회 정책국장, 이해영 한신대교수, 송기호 변호사가 참가해 이명박 정부의 ‘30개월 프레임’의 허구를 지적하고 “재협상만이 대안”임을 강조했다.

    4명의 전문가들은 각자의 분야에 맞춰 정부의 ‘쇠고기 꼼수’를 비판했다. 우석균 실장은 “검역주권을 찾아오는 것만이 재협상을 제대로 하는 것”이라며 박상표 국장은 “30개월 미만의 소에도 광우병이 발견되고 있는데 30개월 프레임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광우병 쇠고기의 위험성을 알리고 재협상을 촉구했다.

    이어 이해영 교수는 “국제신임도 얘기를 했는데 국민지지율 10%가 국제신임도에 좋을 리가 없다”며 송기호 변호사는 “합의서에 우리 국민 의사를 거친다고 나와 있고 미국이 말을 뒤집었기 때문에 당연히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라며 재협상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이어 국민토론회가 진행되었다. 박석운 위원장의 진행으로 학생, 주부, 노동자 등 각 부문과 인터넷 공간에서 추천받아 온 15명의 패널이 중심이 되어 토론을 이어갔다. 여기에 각각의 인터넷 공간에서 의견을 낸 것을 광우병 대책위가 현장에서 취합해 발표하고 현장에 남아 있는 시민들의 자유발언을 첨가하는 방식이었다.

    "재협상 문제 없다는데도…"

    다양한 주제와 방식으로 토론이 이루어졌지만 주요 쟁점은 두 가지로 나뉘어졌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대응’과 ‘효과적인 투쟁방안’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다시 적극적 저항과 소극적 저항으로 나뉘어 치열한 논쟁을 이어갔다.

       
     ▲늦은 시간까지 200여명의 시민들이 토론회장을 지켰다. (사진=정상근 기자)
     

    강경파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퇴진을 위해 현재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고라>에서 아이디 ‘권태로운 창’으로 활동 중인 나명수 씨는 “이대로 앉아 멍청하게 보고 있자는 것인가? 아이들이 촛불을 들고 나왔는데 행동하는 양심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퇴진, 앞으로 4년 생지옥 체감해서 나온 구호"

    그는 이어 “지금은 비폭력을 견지하지만 언제까지 비폭력으로 갈 수 있겠나?”라며 “폭력을 쓰자는 것이 아닌 방어의 의미를 갖는 저항은 해야한다”고 말했다. 임재성씨도 “보수언론 끝장, 퇴진운동만으로 재신임 국민투표나 국민소환을 하는 것은 혼란이 있어 적합하지 않다”며 “직접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발언에 참가한 한 대학생도 “이명박 퇴진하라는 구호는 시민들의 입에서 나온 구호로 우리가 막상 살아보니까 앞으로 4년이 생지옥이겠구나 라고 체감했던 것”이라며 “이 촛불이 이명박 정부 퇴진으로 나아가는 것이 어색하지 않으며 그것이 국민들을 위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퇴진운동에는 찬성하지만 위의 주장보다는 조금 약하게 제도적인 방법을 통해 퇴진 운동을 벌이자는 의견도 있었다. 이들은 주로 ‘주민소환제’, ‘재신임투표’를 제안했으며 패널, 네티즌을 통틀어 가장 많은 관련의견이 나왔다.

    ‘광우병 쇠고기 국민대책본부’홈페이지 네티즌 ‘김영성’씨는 “노무현은 선거법 위반으로 탄핵당했는데 이명박과 어느 것이 더 탄핵감인가”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좌파가 배후에 있다고 생각되면 재신임투표를 해라”고 말했다.

    대학생 패널로 참가한 박지원씨도 “국민소환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국민이 직접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사임시키는 것이 법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촛불을 들고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당장 시행 못하더라도 꼭 만들어 한나라당 의원들부터 주민 소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소환, 재신임투표 제안 많아

    반면 이명박 대통령의 퇴진에 반대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는 동의하지만 취임 100일 만에 퇴진운동은 다수 대중들에게 외면당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고 대안으로 쇠고기, 대운하 등 정책․사안별 대응을 주장했다.

    현장발언에 참가한 신현호씨는 “여기 모인 분들의 의견 뿐 아니라 대다수의 일반적인 국민 생각도 중요하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한자리수임에도 정권퇴진 반대가 많은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조급하게 나가 일을 그르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대운하, 언론장악과 같은 국민들이 도저히 못받아들이는 정책들에 대해 촛불을 들고 주저 앉혀야 한다.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저항하고 항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오마이뉴스> 댓글을 통해 토론에 참가한 ‘이종필’씨는 “광우병 대책위는 시한을 정해놓고 스스로 퇴로를 차단하는 구시대적인 발상을 하고 있다”며 “정부가 취하는 각 단계별 행정절차에 맞춰 행동을 벌이면 된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산 쇠고기가 유통이 안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한 정해놓은 투쟁은 구시대적

    이들은 각자 대상과 방식 등에 대해 차이를 보였지만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성토와 ‘조중동’-한나라당으로 이어지는 보수세력들에 대한 강한 불만은 공통적으로 드러냈다. ‘온건파’ 김혜미씨는 “사회 변화를 위한 운동이 되어야 한다”며 “공영방송을 지키고 보수언론의 왜곡을 비판하는 일도 촛불이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한 입장을 나타낸 김수영씨도 “이명박 정부의 퇴진 뿐 아니라 조중동 폐간까지 가서 이 나라에 다시 민주주의가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시위를 한나라당에 집중하자는 주장도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온라인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 (사진=정상근 기자)
     

    한편 이날 토론에서는 촛불문화제의 진화에 대한 아이디어도 쏟아졌다. 나명수씨는 “이명박 정부만큼 피로감을 주는 것이 대책위”라며 “맨날 같은 패턴 말고 식코같은 영화를 틀어줘서 이명박 정부의 갖가지 정책들도 공론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대책위 이명박 정권만큼 피로감 줘"

    <아고라>의 한 네티즌은 “21일 집중투쟁에서 명박산성에 대적할 수 있는 ‘국민토성’을 쌓아 이명박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못나오게 하자”고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임재성씨는 ‘세금납부거부 운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민진홍씨는 “이번 서울 교육감선거는 청소년들을 광장에 못나오게 했던 바로 그 교육감을 심판하는 선거”라며 관심을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광우병 쇠고기 국민대책위원회는 오는 24일, 이날 논의된 쟁점을 줄여 2차 토론을 진행하고, 27일엔 최종 결론을 도출하는 3차 토론을 열어 이달 말부터 7월 초까지 투표를 거쳐 최종적으로 대응방식을 결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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