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민영화 과연 포기했나?
    2008년 06월 19일 01:37 오후

Print Friendly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를 시작으로 한 촛불행진이 미친교육 반대, 공기업 민영화 반대, 대운하 반대, 방송 민영화 반대, 그리고 의료민영화 반대로 이어지고 있다. 촛불이 들불이 되어 곧 명박 산성을 넘어설 태세이다.

이 글에서는 현재 촛불의 요구중 하나인 의료 민영화가 무엇이고 왜 중단되어야 하는지를 밝히고자 한다.

   
▲ 6월 8일 시국선언 기자회견 중인 의사들 (사진=인의협) 6월 18일, 한나라당은 정부가 의료민영화 계획을 포기했다고 밝혔지만, 민영화 시도와 조치들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의료민영화의 의미

얼마전 정부는 의료보험 민영화를 검토조차 않았다고 주장하며 이를 인터넷에 떠도는 괴담 정도로 취급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지난 3월에 복지부 관료 등 전문가들이 공적 의료보험을 민영화한 네덜란드를 방문하기도 하였고 공식으로 출장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었다.

비슷한 무렵 <조선일보>는 대대적으로 네덜란드의 의료민영화를 찬양하는 기사를 써낸 적이 있었다. 그로 인해 이명박 정부가 건강보험을 민영화하려는 계획이라 여겨 누리꾼들이 반대에 나섰을 뿐이다.

괴담의 진원지는 정부인 것이다. 물론 그 괴담이 정말로 괴담으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니 오히려 정부가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국민들이 저항하지 않으면 곧 현실화될 것이라 우리는 믿고 있다. 대운하처럼 말이다. 지금은 대운하를 겉으로는 안할 것처럼 말하지만 여전히 꽁수를 부리고 있지 않은가.

당연지정제 폐지도 그렇다. 당연지정제를 유지하는 것이 확고한 정부의 입장이라고 하지만 얼마전 이명박 정부의 5년의 정책방향을 제시하였던 대통령 인수위가 공식으로 폐지를 공고하지 않았는가. 단지 이것 역시 국민들의 저항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유지한다고 할 수밖에 없었던 것 뿐이다. 그러나 속으로는 여전히 꼼수를 계산하고 있다. 제주도를 보라.

당연지정제 폐지나 의료보험 민영화를 ‘지금 당장’ 추진하지 않는다고 해서 의료민영화가 중단된 것은 아니다. 정부는 이 두 가지를 유지하기 때문에 의료민영화는 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단지 직행노선을 포기한 것일 뿐 우회로를 이용한 의료민영화는 여전히 현재에도 진행 중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의료보험 민영화를 하지 않을 것이므로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고 변명만 하고 있다. 아무래도 정부는 의료보험 민영화와 의료 민영화조차 구별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자, 그렇다면 의료민영화란 무엇일까? 공기업 민영화는 사회 공공의 이익을 위한 기업을 민간자본에 팔아넘기는 것을 말한다. 사회 공공재를 한낱 기업의 이윤 수단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의료 민영화란 건강의 문제를 사회 공동의 책임이 아니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의료를 국민들의 당연히 누려야할 기본권이 아니라 상품으로 취급하여 기업의 이윤 추구 수단으로 만들기 위한 모든 시도를 의미한다.

여기서 기업이란 민영의료보험회사들과 병원들이다. 의료민영화란 국민의 건강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기업의 이익을 위한 목적으로 추진되는 것 뿐이다.

그렇다면, 의료민영화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자. 의료민영화의 핵심은 건강보험제도를 약화시키고 민영의료보험을 키우려는 것과 병원이 의료 공공성을 포기하게 하고 돈벌이에 전념하도록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에 있다.

민영의료보험 활성화는 건강보험의 붕괴를 초래

현행 건강보험은 전체 의료비의 60% 정도만을 보장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나머지 40%는 국민이 직접 부담한다. 이런 경우 암, 뇌졸중 등 고액의 진료비가 들어가는 질병에 걸리게 되면 여전히 논밭을 팔고 집을 팔고 전세를 줄여야 하는 것이 아직 우리의 현실이다.

따라서, 튼실한 건강보험을 만들어 모든 국민이 건강보험 하나로 모든 의료비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할 가장 큰 과제 중 하나이다. 그래서, 으레히 정권이 바뀌게 되면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할 방향을 정부는 제시하곤 하였었다.

즉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는 말이라도 건강보험으로 모든 의료비를 걱정없이 해결할 수 있도록 보장성을 강화하겠다고 하였고 미진하지만 실천을 조금은 해왔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희한하게도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시키겠다는 얘기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 거의 유일한 정부라는 것이다. 오히려 과거 정부가 퍼주기식으로 보장성을 강화하여 건강보험의 재정위기만 초래하였다고 비판하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는 ‘과거 10년간 좌파정권의 건강보험 정책이 효율성은 도외시한채 퍼주기식 보장확대에만 매몰되면서 건강보험 재정악화를 초래하였다’는 어이없는 현실인식을 보여주었다.

이명박 정부는 건강보험이 보장해주어야 할 영역을 민영의료보험에 가입해서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고 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대신 민영의료보험을 키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애초 건강보험을 통째로 민영화하거나, 당연지정제를 폐지하려는 시도가 국민들에 의해 좌초되자 내온 방식이다.

작년기준 건강보험 요양기관 총 의료비는 43.5조에 이른다. 이중 건강보험 공단이 보장해주는 의료비는 24.3조로 현재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55.8%에 불과하다. 나머지 20조는 국민이 직접 부담하고 있는 비급여와 법정본인부담금이다. 사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튼실한 의료보장제도를 갖추고 있는 국가들의 평균 수준인 80%에 달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직접 내는 이 20조를 적어도 절반 이하로 줄여야 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이 직접 내는 본인부담분을 건강보험이 아닌 민영의료보험으로 알아서 능력껏 해결하라고 한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해서 해결하는 방식이 아닌 민영의료보험에 가입해서 해결하라는 것이다.

자, 민영의료보험의 입장에서는 무려 20조의 시장이 갑자기 새로 창출된다.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부 치고는 보험회사에게 엄청난 선물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지금 건강보험의 재정이 매년 10%이상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본다면 향후 10년간 300조 이상의 엄청난 민영의료보험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민영의료보험 회사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대박 그 자체다.

건강보험이 보장해주어야 할 책임을 방기하고 민영의료보험으로 해결한다고 하자. 그렇다면 향후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당장 단일한 건강보험으로 묶여 있던 시장이 이젠 분할이 된다. 건강보험대 민영의료보험은 56% VS 44%로 각각 시장을 나누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비율은 점차 역전되게 된다.

즉 몇 년이 지나면 민영의료보험은 건강보험 비중을 앞질로 금방 전세는 역전된다. 왜냐면 MRI, PET, 등 새로운 의료기술이 계속 등장하고 있고 새로 등장한 의료기술들은 건강보험이 아니라 신의료기술이라하여 민영의료보험의 영역으로 들어가게 되기 때문이다.

시장이 양분이 되면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불가능해진다. 특히 한미FTA가 발효되면 건강보험이 민영의료보험의 영역을 침범하여 보장성을 확대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당장 민영의료보험 회사들은 국가에 소송을 걸 것이다.

결국 우리 국민들은 건강보험에 가입해보았자 건강보험이 보장해주는 의료비중은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고 건강보험은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려울 정도로 위축되게 된다. 국민들은 따라서 민영의료보험을 가입하지 않으면 병원의 문턱조차 넘기가 어렵게 된다. 병원에 가기 위해서는 건강보험증이 아니라 민영의료보험 가입증이 필요한 시대가 된다.

그런다고 해서 민영의료보험에 모두가 가입할 수 있느냐 그렇지 않다. 민영의료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선 고액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지금 건강보험은 가족중 한명이 가입해 있으면 부양가족이 모두 혜택을 얻지만 민영의료보험은 개개인별로 가입해야 하기에 그 부담은 더욱 커진다. 그런다고 민영의료보험에 내가 가입하고 싶다고 모두 가입을 받아주지도 않는다.

민영의료보험은 나이가 많거나, 기존 질병이 있으면 가입을 거부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현재도 고혈압, 당뇨병이 있으면 가입조차 안해주는 의료보험 상품들이 도처에 널려 있지 않은가.

이리 되면, 직접 건강보험을 민영화하지 않더라도 민영의료보험을 활성화하는 것 만으로도 건강보험을 민영화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병원에 가기 위해서는 건강보험증이 아니라 민영의료보험 가입증이 더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영리병원의 허용은 당연지정제 폐지 효과를 초래

다른 하나는 영리병원의 허용이다. 현재 병원들은 의료의 공공성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비영리병원만이 가능하다.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병원들은 돈벌이에 혈안이 될 것이 뻔하다. 그래서 국민들에게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주기 보다는 돈이 되는 의료서비스만을 골라 제공해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즉 돈이 되는 환자만을 골라서 보는 현상이 초래한다. 예로 미국의 영리병원들은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응급실 서비스나 중환자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병원들이 많다. 또 영리병원은 의료비를 마음대로 책정할 수가 있어 매우 고가의 진료비를 받을 수 있다.

현재 인천 송도는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 외국인 병원이 공사 중에 있다. 이 병원은 진료비를 지금보다 3~5배정도 사이에서 받을 예정이라 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국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진료비는 9배에서 15배 사이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영리병원을 허용하려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당연지정제 폐지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여론에 밀려 유지하기로 하였다. 우선은. 둘째, 제주특별자치도와 경제자유구역내에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이번 정부가 제주도내에 국내 영리병원을 겉으로는 허용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까지 하였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허용하기로 한 것이 드러났다. 내부적으로 허용하기로 결정해놓고 여론이 무서워 겉으로는 안할 듯이 발표하는 정부의 ‘거짓 행각’은 이 정부에 대한 신뢰를 근본적으로 회의하기 만든다.

제주도가 가지는 문제는 이것이 제주도 내에 한정되지는 않을 거란 점에 있다. 제주도의 영리병원 허용은 비슷한 성격으로 지정되어 있는 경제자유구역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경제자유구역은 인천, 광양, 부산진해가 지정되어 있고, 향후 대구경북, 군산 새만금, 경기춘남 서해안지역이 추가 지정되기로 확정된 상태이다.

대한병원협회는 경제자유구역내에 외국인에게만 허용되고 있는 영리병원 설립은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이라 주장하고 있다. 이미 정부에 공식적으로 내국인 역차별을 해소해줄 것을 요청해 놓은 상태이다.

경제자유구역으로 영리병원 허용이 확대되면 전국 방방 곡곡에 영리병원이 들어서게 된다. 현재 외국인에 한해 허용되고 있는 영리병원은 법적으로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곳에서 당연지정제는 이미 무력화되어 있다.

세째, 형식적으로 비영리 병원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영리병원화 시키는 방식이다. 의료채권을 허용하여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또, 더욱 중요한 형태는 소위 MSO(병원경영지원회사)를 허용하는 것이다.

병원경영지원회사는 병원이 영리목적으로 설립할 수 있는 주식회사이다. 병원을 진료부문과 경영부문을 분할하여 경영부문을 독자적 회사로 만들어서 주식회사를 설립할 수 있게 해주는 방식이다. MSO는 경영지원서비스라는 명목으로 병원의 수입의 상당 부분을 가져가게 된다.

MSO는 주식회사이므로 투자자를 모을 수 있고 주식상장도 가능하다. 지금도 많은 네트워크 병의원들은 각각 MSO의 형태를 띈 지주회사를 갖추고 있으며 주식상장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추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의료민영화는 현재 진행형

이 두 가지, 즉 건강보험이 보장해 주어야 할 영역을 민영의료보험으로 해결하도록 하려는 시도와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이 의료민영화의 가장 큰 두 축이라할 수 있다. 의료민영화는 결국 건강보험의 붕괴를 초래하고 국민의 건강을 자본의 이윤 창출의 수단으로 전락하게 만든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려는 내용들을 보면 민영의료보험을 활성화하려는 TFT를 정부내에 구성하려 하고 있다. 그리고 제주도부터 건강보험제도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국내 영리병원을 허용하려 하고 있다. 제주도부터 시작된 영리병원의 허용과 건강보험의 무력화는 전국 방방곡곡에 지정되어 있는 경제자유구역으로 확대되는 수순을 밟을 것이다.

또, 지금 입법 예고되어 있는 의료법 개정안도 이러한 의료민영화 차원에서 제시된 것이다. 외국인 환자유치를 허용하고, 병원의 인수합병, 영리추구를 위한 부대사업 허용 등이 의료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해 수순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정부, 정확히 말하면 보건복지가족부는 단지 당연지정제와 건강보험의 틀을 유지하기 때문에 의료민영화는 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정말로 의료민영화를 하지 않겠다고 할 수 있으려면 건강보험이 보장해 주어야 할 영역을 민영의료보험으로 떠넘기려는 시도를 즉각 중지해야할 것이다. 또, 제주도든 경제자유구역이든, 어떤 형태로든 영리병원을 허용하려는 시도도 즉각 중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의료비를 건강보험 하나로 해결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을 튼튼하게 만들 방안을, 보장성 강화 계획을 당장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이 정부가 의료민영화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믿을 수 있을 것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