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중이 얼굴 보기 참 힘드네”
    By mywank
        2008년 06월 18일 06:2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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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오후 3시 삼성동 코엑스에는 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인터넷 경제의 미래에 관한 OECD 장관회의’ 폐막식이 열리고 있었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인터넷 경제를 위한 서울선언문’을 낭독하고 있었다. ‘인터넷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는 행사장 안에 분위기와는 다르게, 밖에서는 성난 네티즌들의 시위가 진행되고 있었다.

    공영방송을 넘어 인터넷 매체까지 통제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을 규탄하고, 행사장 주변을 지나는 외국관료와 기자들에게 이를 알리기 위해서 였다. ‘아고라’, ‘안티 2mB 카페’에서 나온 20여 명의 네티즌들은 오후 3시부터 코엑스 북문 앞에서 손수 만든 영어피켓을 들고 행사장 주변을 지나는 외교관 차량을 향해 피켓시위를 했다.

    ‘Myoung-Bak’s policies are simply stupid. we just cant’s stand it anymore’
    ‘Freedom of the press. Freedom of expression’

       
      ▲18일 오후 ‘OECD 장관회의’ 폐막식이 열리는 삼성동 코엑스 주변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는 네티즌들. (사진=손기영 기자)
     

    네티즌들이 만든 영어피켓 시위가 신기했던 건지, 아니면 영어피켓의 문구가 관심이 있었던 건지 이들을 지나던 행사장 주변을 지나던 외국인들은 타고 있던 차량의 창문을 열어 연신 핸드폰에 있는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또 잠시 차를 세워 집회를 지켜보는 등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유독 이들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고급승용차를 타고 행사장인 코엑스 주변을 지나던 ‘강남 주민’들었다. “비도 오는데 그만 좀 떠들고, 이제 집에 들어가서 쉬지”. 말끔한 정장을 한 남성이 네티즌들을 향해 거친 말을 내뱉었다. 또 이곳을 지나던 한 중년 남성 역시 시위를 하고 있는 네티즌들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경찰병력과 함께 행사장 주변에서 경비업무를 하고 있던 코엑스 측 경비과장 역시 “네티즌들이 어제 저녁 시위를 하면서 북문 앞 잔디밭 일부를 손상시켰고, 소나무 가지 한 개를 부러뜨렸기 때문에 오늘 시위를 허락해 줄 수 없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면서 이날 네티즌들의 항의시위를 방해했다. 또 이를 취재하던 기자에게 “내가 알고 있는 기자가 아니면 취재를 할 수 없다”며 얼토당토 않는 말까지 늘어놓았다.

    이날 항의시위에 참여한 이정환 씨(35)는 “강남지역에서 처음으로 시위를 하고 있는데, 경찰 측의 방해 못지않게, 우리를 바라보는 지역주민들의 시선이 따갑다”며 "이명박 정부의 언론탄압 문제를 자신들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고, 무심한 것 같다“며 지난 16일부터 ‘OECD 장관회의’가 열리고 있는 코엑스 주변에서 항의시위를 하며 느낀 애로사항을 털어놓았다.

    이날 시위에서 외국관료들이 탄 차량 이외에 네티즌들이 기대라는 차량이 있었다. 바로 ‘0ECD 장관회의’의 서울선언문 발표를 마치고 행사장을 나오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차량이었다. 하지만 시위대가 코엑스 북문에서 대기하고 있다는 소식이 경찰무전을 통해서 전해져서 인지, 폐막식이 끝난 오후 5시가 되어서도 행사장 주변에서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차량은 볼 수 없었다.

       
      ▲ 한 네티즌이 이명박 대통령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아~ 시중이 얼굴 보기 힘드네…. 정말 연예인 같아. 근데 그 분 연예인 같이 어록도 참 많잖아. 내 생각에는 최시중이 <KBS> 장악하려고 하는 것이 ‘개그콘서트’ 같은 거 많이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아. 자기 어록 많이 내보내게” (웃음).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기다리다 지친 김성광 씨(30) 입에서 터진 말이다. 김 씨는 “이명박 정부서 언론탄압을 본격적으로 하는 것 같은데, 그 장본인인 최시중 씨의 ‘면상’을 보고 항의하고 싶어서 나오게 되었다”며 “행사장 안에서 한국의 현실에 대해 좋은 이야기만 많이 들었을 텐데, 한국 언론들을 정권이 장악하려는 현실을 외신이나 외국관료 분들이 조금이나마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은정 씨(29) 역시 “이명박 정부는 자신들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은 채 자기들의 입맛에만 맞는 목소리만 내보내기 위해 언론을 통제하려고 하고, 자기들 목소리와 반대되는 의견은 ‘괴담’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이제 공영방송 뿐만 아니라, 인터넷 여론까지 길들여서 자기들 손아귀에 놓으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시위에 함께 참여한 밀행스님은 “광우병 쇠고기 문제는 국민들의 목숨이 달린 문제이고, 언론장악 문제는 국민들의 정신이 달린 문제”라며 “오늘까지 코엑스에서 국제회의가 열리는데, 한국의 부당한 언론현실을 국제적으로 폭로하고 이명박 정부에서 언론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최시중 씨를 압박하기 위해, 여기에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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