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쇠고기 문제, 미국을 믿자”
        2008년 06월 19일 03: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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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한 달여 만에 다시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5월 말 기자회견 때처럼 “국민과 소통하며 국민의 뜻을 따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확인하면 믿어야 한다”며 쇠고기 재협상은 없다고 다시 한 번 못박았다.

    이날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기자회견은 ‘사과’에 중심을 두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월 10일, 광화문 일대가 촛불로 밝혀졌던 그날 밤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보았다”며 “국민들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자신을 자책했다”며 다소 착잡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이어 “오늘 이 자리에 선 것은 저간의 사정을 솔직히 설명드리고 이해를 구하고 또 사과를 드리고자 하는 것, 그리고 앞으로의 국정운영 방향을 말씀드리고 새 출발을 다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쇠고기, 미국을 믿자"

    이명박 대통령은 “어려운 여건에서 한미 FTA 비준이야말로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지름길이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계속 거부하면 한미 FTA가 연내에 처리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았다. 싫든 좋든 쇠고기 협상은 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지난 2달여간 부정해 왔던 쇠고기-한미FTA협상 연계를 인정했다. 

       
    ▲ 질의응답 중인 이 대통령(사진=뉴시스)
     

    또한 “우리나라는 4대 강국에 둘러싸인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 북한 핵의 위험을 머리 위에 이고 있어 안보의 측면에서도 미국과의 관계 회복은 더 늦출 수 없었다”며 “그러다 보니 식탁 안전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꼼꼼히 헤아리지 못했다”며 쇠고기 협상의 졸속성도 시인했다.

    하지만 재협상은 없다는 말은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표준과 충돌되지 않고 통상마찰을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식품 안전에 관한 국민들의 염려를 해소하기 위해 지금 이 시각에도 양국 대표들이 모여 협상을 하고 있다”며 “미국도 동맹국인 한국민의 뜻을 존중할 것”이라며 자율규제에 맡긴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어 “기름 한 방울 나지 않고, 변변한 자원조차 없는 우리나라가 살아남을 길은 통상밖에 없다”며 “그런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신뢰마저 잃으면 미래가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면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방법으로 정부는 추가 협상을 선택한 것”이라고 이해를 구했다.

    이와 관련 <MBC>기자가 질의응답 시간에 “미국 육류업체 자율규제를 국민들이 어느 선까지 믿겠느냐”라고 묻자 이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직접 30개월 이하 쇠고기만 수출하도록 보장을 하는 제도를 요구하고 있고 미국도 이해한다고 했다”라며 “미국정부가 보장한다면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청와대 비서진을 대폭 개편하고 내각도 개편할 것”이라며 대폭 개각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질의응답시간에서는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사람을 바꾸면 일을 못한다"며 "경제가 특히 어려운데 그때마다 막 바꾸면 한 달에 한 번 바꿔야 한다"며 인사쇄신에 대해 불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국민이 반대하면 대운하 안해…민영화 아니라 선진화"

    ‘미친 5대 정책’으로 표현되는 반대여론이 심한 정책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대운하와 관련해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며 ‘국민반대’를 단서로 달았다. 공기업 민영화 등과 관련해서도 “공기업의 선진화, 규제 개혁, 교육제도 개선 등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 꼭 해야 할 일들은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며 계속해서 추진해 나갈 뜻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 질의응답 시간에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생각과 추진시기”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민영화란 표현은 적합하지 않고 선진화”라며 “일률적으로 다 (민영화)한다는 것은 아니고 가격이 오르는 것들은 민영화 대상이 아니다”라며 모호한 대답을 내놓았다.

    이어 “가스, 물, 전기를 민영화 한다고 하는데 이것은 애초부터 민영화 계획이 전혀 없다”며 “이것은 악의적인 (정치공세인)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보험 민영화 한다는 계획도 없다. 이 문제에 대해 국민들은 염려 안해도 된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국내에서도 유가 인상으로 인한 생계형 파업으로 물류가 끊기고 공장 가동이 멈추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며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행동에 나선 근로자들을 무조건 탓할 수는 없지만 파업이 오래 가 경제에 결정적 타격을 준다면 그 피해는 국민 모두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기자가 “조합원들이 자영업자인가 노동자인가”라고 묻자 이 대통령은 “노동자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근본적 해결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이번 기회에 물류체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가장 고통을 받는 이들은 서민들로 물가를 안정시키고 서민의 민생을 살피는 일을 국정 최우선으로 하겠다”며 경제정책 기조변화를 암시하기도 했다.

    또 인터넷 통제 논란과 관련해 “OECD 장관회의에서 말한 것은 바이러스나 해킹 등 전 세계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것으로 국내 문제를 언급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부당하게 인터넷을 통제한다거나 하는 구시대적 발상은 안한다”며 “정부도 인터넷을 통한 소통을 적극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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