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눈치, 저 눈치 다 봤는데 "참담"
    2008년 06월 18일 03: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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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말에 아직 두 돌이 안 된 딸아이와 촛불집회에 모처럼 함께 참석했다. 아이는 그 이후로 촛불사진만 보면 “이~빡!”이란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전면 재협상이 이루어져서 요즘 우리 딸아이 “이~빡!”이 귀여운 재롱 정도로만 기억되기를 기원해 본다.

광우병 결의안 발의하다

   
  ▲ 최선 강북구 의원.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 함께 참여하는 것 이외에 강북구 구의원으로서 우리 아이들의 건강권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없는지를 고민하다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 결심하고 이번 임시회의에 ‘미국산 쇠고기 사용금지 결의안’을 발의하게 되었다.

내용은 이렇다. "강북구청에서 관리 감독하고 있는 단체급식 시설-구청식당, 국공립어린이집, 각 급 학교-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정성이 확보되기 전까지 사용을 금지해달라"는 것으로 지난 6월 16일 3차 본회의에 상정되었다.

만장일치로 통과되기를 기대한 것은 무리였을까? 공동발의를 제안하기 위해 의원들을 만났을 때 의원 4명에게 제안했는데, 그 중 한 명만 발의에 동의해 주었다.

진보신당 구의원인 나와 함께 발의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는 있지만, 광우병 쇠고기에 대한 국민의 저항이 이처럼 강력하고, 게다가 강북구의원 14명 중 광우병 쇠고기 전면 재협상을 당론으로 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이 6명이나 되고 공동 발의한 의원 중에 한나라당 의원도 있으니 ‘설마 부결이야 되겠나?’ 했더랬다.

그런데 혹시 부결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은 본회의 시작 몇 분전부터였다. 의장실에 들어갔더니 의장이 이렇게 얘기했다. 

"그거랑 이거랑 뭔 상관?"

“결의안을 꼭 이번 회기에 다뤄야 하나? 담에 하면 안 되나?”
“그럼 언제가 적당한 시기라고 생각하세요?”
“지금 미국에서 협상 중이니까, 결과를 봐서…….”
“그거랑 이거랑 무슨 상관인데요?”

참나, 되도 않은 이유랍시고 이번 임시회 처리를 회피하는 의장의 태도를 보니 본회의 가결이 쉽지만은 않겠다는 불안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10시가 되어 본회의가 개의되었다. 개의를 하자마자 의장은 의원간담회를 제안하면서 정회를 선포하고, 의원간담회를 진행했다. 상정된 안건 중 구청과 조율이 되지 않은 안건의 보류협의를 마치고 나서, 미쇠고기 결의안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반대 의원들의 의견을 점잖게 정리하면 이렇다.
“보다 많은 의원들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이다.” “아니 최선 의원은 구청식당, 어린이집, 학교 이회의 시설에서는 광우병 쇠고기를 먹어도 된다는 말인가?”

어이없지만 통과를 위해서 나는 다소곳하게 "네 네" 하고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구청에 관리 감독의 책임이 있는 급식시설에 대해 미국산 쇠고기 금지 결의안이 통과되면, 민간부문에까지 그 영향이 끼칠 것이므로 구청 권한 내에 있는 시설부터 시작하는 것이 더욱 실효성이 있을 뿐더러 파급력 또한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을 정말로 몰랐을까?

이 눈치, 저 눈치 다 봤는데…표결 결과 참담

그래서 나는 반대의견을 내놓는 민주당 의원들을 무마하기 위해서 민주당의 당론이라는 “전면 재협상”까지를 담은 내용을 수정동의하여 의결하도록 하자는 제안도 하였으나, 묵살되었다. 정회를 마치고 다시 속개하여 질의토론의 순간, 민주당 소속의 부의장은 반대 의사를 밝히는 발언을 하고, 공동발의한 의원의 찬성토론후, 바로 표결이 진행되었다.

표결 결과는 참담했다. 발의안에 서명한 3인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은 심지어 의장까지 포함해서 모두 반대하거나 기권이라는 소극적 반대에 기립했다.

찬성 3 – 최선(진보신당), 정수민(민주당), 한동진(한나라당)
반대 9 – 윤영석(한나라당), 우종오(한나라당), 이기황(한나라당), 백중원(한나라당), 박영복(민주당), 이영심(민주당), 김동식(민주당), 안광석(민주당)
기권 2 – 정상채(한나라당), 김용욱(민주당)

이렇게 소박하지만 우리 아이들과 주민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인 일명 ‘광우병 결의안’은 부결되었다. 2년 전에 구의원으로 당선되고 나서 지금까지 보람을 느낀 적도 많지만, 요즘 들어선 좌절감을 느낄 때도 많다.

   
  ▲ 지역에 걸려있는 진보신당의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현수막.
 

난 한 명이 아니고 수만명의 지역주민들을 대표하고 있으니 그냥 나 혼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에, 그만큼 긴장감을 갖는 만큼 대표성을 띠고 있다는 자부심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의회에 들어와서 무참한 표결 결과를 대할 때면 무력감에 괴롭기만 하다.

지난 해 연말 구의원의 의정활동비 인상안을 처리하면서 강북구 주민들의 의견에 반하여 67%, 연2000만원이나 인상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주장할 때부터 그리고 12대 1의 표결로 인상안을 밀어붙이고, 더 나아가 끝까지 인상에 반대하고 주민들과 언론에 알렸다는 이유로 나에 대한 징계결의를 하고, 주민들의 힘으로 무리한 인상이 무산되면서 지금까지 나와 의원들 간에는 뭔가 넘기 힘든 벽 같은 것이 존재하고 있음을 느끼게하는 순간들이었다.

밥도 같이 안 먹으려는 ‘동료의원’들

이른바 의정비 사건 이후로 아직까지 악수도 안 하고 있는 의원들도 있고, 눈 인사만 하는 의원들도 있다. 함께 식사를 하게 되면, 일부러 자리에서 멀리 앉는 의원들도 있다. 감정적으로는 동료의원들이 나에 대한 불만을 가지는 것에 대해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강북구 구의원들이 낸 세금으로 급여를 받고 있는 공직자로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광우병 위협으로부터 우리 주민들을 어떻게 보호할지 머리 싸매고 궁리를 해서 지혜를 모아도 부족한 이때, 결의안을 다수의 힘으로 부결시켜 버리다니! 혹시 다른 당 구의원이 이런 결의안을 제출하도록 했다면, 가결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지난 2년 동안 14명 중 1명인 진보신당 구의원으로서 의원들이 좋아하는 단합, 화합에 더욱 힘을 썼어야 했을까?

난 의원들 간의 동료의식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의원들이 말하는 동료의식이라는 것은 의원들끼리 지낼 땐 편하고 좋은 것일 수는 있겠지만, 주민들을 위해 일하는 지방의원으로서 문제해결을 하는 데는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강북구 주민들 또한 두 눈 부릅뜨고 자신의 지역구의원이 주민들을 위해서 어떤 활동들을 하고 있는지 지켜보기를 기대한다. 정치하는 사람들이라고 하면서 싸잡아 욕하는 것은 좋아하지만, 우리 마을을 위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이번 결의안 부결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결과가 계속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 결의안을 부결되었지만, 광우병 쇠고기로부터 우리 아이를 비롯해 최소한 강북구 주민의 먹을거리 안정성 확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할 작정이다.

주민 7천명 서명, 의정비 인하조례 상정

앞으로 강북구 주민 7,000여명의 서명으로 강북구의원 의정비인하조례가 의회에 곧 상정될 예정인데, 걱정부터 앞선다. 혹시 의원들이 내가 미워 내가 발의한 결의안을 내용이 옳은지 그른지를 따져 보기도 전에 부결시켜버렸던 것처럼 의정비인하 주민조례안까지 내가 서명 운동에 앞장섰다고 부결시켜 버리지는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부결 결과가 알려지자 강북구의회 홈페이지(www.gbc.seoul.kr)에 많은 주민들이 부결시킨 의원들을 향해 비판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고 홈페이지에 소개된 의원들의 핸드폰으로는 항의 전화가 빗발친다고 들었다.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부결시켰던 의원들은 게시판의 글들을 꼭 읽어보기 바라고 주민들의 항의전화를 회피하지 말고 한통화 한통화 다 듣기를 바란다. 이른바 ‘동료의원’으로서 내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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